마을과 함께하는 이웃 이선영 지역기반도시재생활동가  

 

[고양신문] 능곡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서 만난 이선영(47세)씨는 행주동이 고향이며 토당동에서 40년 가까이 살며 마을과 이웃에 관심을 갖고 건강한 마을살이를 꿈꾸는 지역기반도시재생활동가다. 

아버지에게 배운 마을살이
그의 고향은 행주동.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1995년. 마을버스가 한 시간에 한 대 다니던 시절이었다. 동네 아이들은 학원 나가기도 쉽지 않았고, 형편상 사교육이 어려운 아이들도 많았다. 이선영씨는 ‘동네 애들’이면서 모교 후배들인데 학력이 떨어지는 것이 안타까웠다.

“우리 동네 아이들은 내가 가르쳐보자 생각하고 집에 방 한 칸 비우고, 나는 영어를 맡고 남자친구에게 수학을 가르치라고 하고 야학을 시작했죠.”

저녁이면 동네 아이들이 집으로 하나둘 모여들었고 두 사람은 영어와 수학을 가르쳤다. 그중에는 삼남매가 오는 집이 있었는데 ‘공부의 길이 보인다’며 잘 따랐다. 
“얼마 전 능곡역에서 행사할 때 그 아이를 만났어요. 어느새 세 아이의 엄마가 되었더라구요.”

세월이 흘러도 우연히 만날 수 있고, 함께 추억을 소환하며 반갑게 두 손 맞잡을 수 있다는 점. 한 동네에 오래 살면 이런 점이 좋다.  

그때 수학선생으로 집을 드나들던 남자친구는 이선영씨 곁을 든든히 지켜주는 남편이 됐다. 동네 꼬마들을 무료로 가르쳐주는 기특하고 듬직한 청년의 마음씀씀이가 장인장모의 마음을 사로잡았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아버지가 동네 이장으로 마을 대소사 챙기고 마을일 하시는 것을 보고 자라서 그런지 저에게도 마을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어요.”

지금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일을 하면서 ‘내가 자란 곳에서 아버지의 뜻을 이어받아 마을일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  

2011년부터 마을활동 시작
그가 능곡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에 근무한 것은 올해 7월부터다. 지역기반도시재생활동가를 뽑는다는 공지를 보고 선뜻 지원서를 냈다.

“원하는 지역을 쓰라고 했는데 잘 아는 지역이 유리할 것 같아서 1, 2, 3순위를 다 능곡동을 적었어요. 높은 경쟁률을 뚫고 뽑힌 것은 기적이라고 생각해요.”

그는 2011년부터 능곡에서 마을 활동을 시작했다. 자치공동체 활동을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선발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단다.

2011년 바르게살기위원으로 시작해 주민자치위원, 청소년지도위원, 통장협의회, 체육회, 준법지원센터 보호관찰위원 등 다양한 지역활동을 해왔다. 2013년에는 주민자치위원으로서 능곡동 공동체사업을 위한 마을자원조사 사업도 진행했다. ‘특명! 각 통의 통통 튀는 맨을 찾아라!’ 일명 ‘통통맨’, 인적자원조사였다. 이 사업을 통해 마을의 자원을 조사하고 24명의 인적자원을 발굴했다. ‘통통맨’을 통해 마을공동체사업의 기반을 마련하고 2014년에는 청소년 나눔봉사활동을 시작해 2015년부터 청소년 마을학교 ‘꿈자락’을 시작했다. 첫해에는 ‘나와 마을을 알자’는 주제로 영화를 감상하고 평을 나누면서 획일화된 답이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이듬해에는 ‘초롱초롱 에코스쿨’이라는 주제로 생태체험과 씨앗공 심기 등을 했다. 꿈자락은 올해까지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지금 생각해보면 통통맨이랑 꿈자락 사업을 하면서 무슨 열정에 그렇게 다녔는지 모르겠어요. 아마도 길을 몰랐기 때문에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에는 학교 앞에서, 낮에는 능곡시장 곳곳을 다니며 전단지를 돌리고 참여를 유도하며 ‘정말 열심히’ 참여했던 소중한 추억이며 마을활동의 자양분이 됐다. 

행정과 주민 연결하는 소통 고리
“처음 현장지원센터에 오고서는 모든 명칭 자체가 낯설고 멍했어요. 센터 이름도 입에 붙지 않고 겉돌았으니까요. 매일매일이 도전과 승부의 연속이었어요.”주민자치위원 임기가 끝나 어떤 마을활동을 할까 찾던 중에 선택한 도시재생 활동가. 막상 출근하고 보니 주민의 언어와 행정의 언어가 달랐다. 이래서는 소통에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민과의 소통은 그전부터 하던 거니까 내가 잘하는 것부터 하자고 생각했어요. 일대일로 주민들을 만나 요구사항을 들어보았어요. 나한테는 잘 맞는 일 같아요.”

그는 스스로를 주민의 시선에 바라보고 소통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졌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더 많은 주민들이 도시재생에 관심 갖도록 노력해야한다고 스스로를 담금질한다. 마을사람들이 도시재생의 성취감을 경험하면서 더 관심 가졌으면 하는 마음에 한명이라도 더 만나 속 깊은 이야기를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능곡 생생한 역사, 재생해주고파
도시재생은 주민들이 서로 만나고 소통하고 의견을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 또한 교육을 통해 주민역량을 높이는 과정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활동가와 주민의 만남, 주민끼리의 만남, 이 모든 것이 쉽지 않은 한해였다. 그는 공동체활성화사업 등 주민들의 공감이 필요한 사업을 비대면으로 진행하다보니 집중력이 떨어지고 공감이 쉽지 않아서 아쉬웠다고 말한다. 

“도시재생에 완료라는 개념은 없어요. 사업기간에 투입되는 공적자금은 마중물 역할이고, 결국은 주민의 역량이 커져서 계속 의지를 갖고 움직여야 하는 것이죠. 내가 그 움직임에 함께 하기를 원합니다.”

그는 주민과 호흡하며 속도 맞춰서 오늘보다는 내일이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으로 계획을 세우고 함께 나아가는 ‘걸음동무’가 되고 싶다고 말한다. 

“마을에서 오래 사셨던 분들. 우체부, 통장, 상인 등 마을에서 30~40년을 살아온 주민들이 과거에 능곡역 주변이 마을사람들의 놀이터였고 삶터였음을 생생히 기억하고 증언하는 것처럼 저도 나중에 제 입으로 능곡의 생생한 역사를 재생해주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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