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듬 시인 ‘책방이듬’ 대화동 이전
낭독회·창작교실 등 문화행사 풍성

김이듬 시인이 운영하는 '책방이듬'이 정발산동 시대를 마감하고 대화동으로 자리를 옮겨 새롭게 문을 열었다.
김이듬 시인이 운영하는 '책방이듬'이 정발산동 시대를 마감하고 대화동으로 자리를 옮겨 새롭게 문을 열었다.

[고양신문] 지난 10월 시집 『히스테리아』로 전미번역상과 루시앙스트릭상을 수상한 김이듬 시인이 운영하는 ‘책방이듬’이 새로운 곳에서 시즌2를 시작했다. 김 시인은 일산호수공원 근처에서 3년 넘게 책방 겸 카페를 운영하다가 대화동 성저마을로 이전했다. 유동인구가 적은 빌라 단지 쪽 주택가는 조용하고 한적한데, 과거 카페보다 공간이 두 배 정도 넓어진 만큼 편안함도 커졌다.

자재 창고로 사용하던 곳을 새롭게 꾸미는 일은 그동안 그의 책방을 찾았던 이들이 도와주었다. 전등과 배관 공사, 책장 정리를 도왔고, 가구를 기증했다. 시인은 “이웃 주민들의 도움으로 거듭난 공간”이라면서 “책방을 접어야 하나 고민할 무렵 찾아낸 이곳은 황량한 돌밭이 아니라 풍요로운 딸기밭이다. 여기서 더욱 번성하라는 계시로 생각하고 오래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11일 새롭게 오픈한 다음 날에는 독립단편영화 ‘하필이면 코로나라서’의 시사회를 열었다. 이 영화는 예전의 책방에서 촬영한 것으로, 시나리오를 쓴 박성경 작가의 장편소설 『나와 아로아나』의 낭독회도 동시에 진행했다. 경기지역의 문화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 일산과 파주의 작가를 염두에 두고 작명한 ‘일파만파 낭독회’의 63번째 행사였다. 이전개업을 축하하는 자리였지만 참석 인원은 소수로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30일에는 나태주 시인을 초청해 『사막에서는 길을 묻지 마라』는 시집을 주제로 낭독회를 연 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이기도 한 나 시인은 쉽고 정갈하며, 마음에 스며드는 시로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김 시인은 “그동안은 젊은 전위적 작가들을 주로 만났지만, 이번에는 동네 특성에 맞춰 온유하고 연세 드신 분으로 정했다”면서 “대화동 주민 위주로 10명 정도 초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책방이듬에서는 인문학 서적과 함께 시인의 손때가 묻은 중고서적도 염가로 판매한다. 목록 엄선이 끝나면 더 많은 책을 갖출 예정이다. 주민들이 자유롭게 찾을 수 있도록 커피와 연잎차, 설록차 등 모든 음료는 3000원에 판매하고 있다. 햇살 좋은 창가에 앉아 시집과 에세이, 문학 서적을 읽으며 차 한잔을 마시기에 좋다. 공간 안쪽에는 회의, 세미나, 연말모임 등을 할 수 있는 15인용 스터디룸을 마련했다. 이달 말까지 ‘확장이전개업 감사이벤트’로 이곳을 무료로 대관해준다.

26일부터는 창작 교실 ‘시가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나’를 재개한다. 소수 인원으로 진행하는 이 수업에서는 시 창작 방법론을 배우고, 텍스트를 읽고, 창작시 합평을 한다. 시를 향한 사랑과 열의가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처음으로 시를 쓰려는 이들도 환영한다. 김 시인이 서점을 운영하면서 일기처럼 쓴 글을 묶은 『안녕, 나의 작은 테이블이여』라는 책은 조만간 출간된다.

고양시를 사랑하는 시인은 ‘동네책방언니’이자 평범한 이웃이고 싶어한다. “시인은 안주하는 사람이 아니라 도전해 나가는 사람, 일상 속에서 공감하고 기쁨과 슬픔을 나눠 갖는 존재”라고 말하며 자신의 길을 걷고 있다. 내년 봄이면 이곳을 찾는 이들로 성저마을이 북적이지 않을까.

주소 : 고양시 일산서구 성저로 70
개장시간 : 오후 1시~6시, 월요일 휴무
문의 : 031-901-5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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