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함께하는 이웃 이석재 풍산동주민자치회장

 

[고양신문] 풍산동주민자치회장이자 애니골번영회장인 이석재 회장을 인터뷰하기로 한 며칠 뒤 풍산동주민자치회가 ‘그루 숲, 마을의 플랫폼으로 탄생하다’로 2020년 제19회 전국주민자치박람회 지역활성화분야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는 희소식이 들려왔다. 봉급은 없으나 상근자처럼 매일 나와 일해야 하는 주민자치회장. 그는 왜 주민자치회장을 하고 있을까? 궁금했다. 

늦은 오후, 풍산동행정복지센터 안쪽 좁은 주민자치회 회의실에서 만난 이석재(61세) 회장은 이날도 오전부터 마라톤 회의 중이라고 했다. 풍산동은 몇 년 전부터 주민자치박람회를 비롯한 각종 대회에서 늘 수상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전임 최효숙 회장에 이어 올해 7월 회장으로 선출된 그는 그만큼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주민자치회에서 사회적협동조합 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 주민들의 품앗이로 시작한 나눔활동이 지역화폐인 그루로 확장되고 그것이 지역활성화, 골목상권활성화에 도움이 된 것, 코로나시대의 대응(앱 개발)이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같아요.”

이 회장은 며칠 전 고양시 39개 동 운영평가에서 최우수동으로 선정됐다고 넌지시 알려주었다. 

풍산동은 삶터이자 일터
이석재 회장은 애니골에서 유명한 라이브카페를 운영했었다. 1996년 애니골에 입성했고, 애니골 3대 라이브카페의 하나였던 ‘학골’을 운영했다. 건물만 500평 부지였으니 수도권에서 가장 큰 라이브카페였다. 2009년 화재가 발생하면서 라이브카페는 문을 닫았지만 지금도 애니골에서 사업하며 5년째 애니골번영회장을 맡고 있다. 1998년부터 풍산동에 살고 있는 주민이기도 하다. 

“애니골번영회 일을 하다보니 상인들과 지역주민, 관과의 관계가 부족하고 주민들과 보이지 않는 벽이 있다고 느껴졌어요. 벽을 없애보겠다고 주민자치위원회에 들어왔어요.”

애니골번영회는 풍산동에서 하는 각종 행사에 장소 제공과 후원을 하며 상생 노력을 했지만 지역주민들은 ‘애니골 상인들은 다 부자다, 장사 잘 된다’고 생각하는 듯 느껴졌다. “애니골의 가게는 큰 편이죠. 그러니 돈을 잘 버는 줄 아는 거죠. 그런데 그 규모로 경영하려면 내부적으로는 어려움이 커요.” 그 생각의 차이를 줄여보고자 주민자치위원이 됐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그는 “주민자치의 역할 중에 상생, 지역단체와 함께 협력하는 것이 중요한데 몇 년의 노력 끝에 지금은 골목상권에 대한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평가했다. 

코로나 위기, 비대면으로 돌파
그는 주민자치위원으로 4년 활동하고, 풍산동이 주민자치회 시범동으로 선정돼 주민자치회를 구성하는 과정을 함께 했다. 자치회 첫해에는 사무국장으로 자치회 구성 초기에 열정적으로 역할을 했다. 올해 7월에는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 시작하자마자 주민자치회원 중에 확진자가 나와서 행정복지센터가 셧다운되고 저도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어요.”

가까운 곳에서 확진자가 나오니까 ‘남의 일이 아니구나 싶으면서 실감 났다’는 이 회장. 자가격리하는 동안 주민자치회를 어떻게 이끌어갈 것인지 위기의식도 느꼈다. 전임 최효숙 회장의 성과가 워낙 컸기 때문에 부담도 컸다. 자가격리 중 나름대로 방향을 모색하면서 주민자치회도 비대면으로 준비해야겠다고 방향성을 잡았다. 주민자치회 회의도 온라인으로 진행하고, 12월 19일에 진행하려 했던 ‘공감마루 주민총회’도 온라인으로 준비했다. 

“동장님은 모이지 말자 주의고 나는 할 일은 하자 주의라서 의견충돌이 있었지요. 임원들 중심으로 인원을 최소화해서 모여 상의하면서 비대면 총회를 준비했어요. 의제에 대해 사전투표를 1100명에게 받고 유튜브 생중계까지 준비를 마쳤는데 결국은 연기하고 말았지요. 준비과정을 생각하면 많이 아쉽지만 코로나가 확산되고 있으니 어쩔 수 없지요.”

올해 잘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국 최초로 동단위 주민자치 앱(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한 것이다. 행정안전부 공공서비스연계 사업비에서 주민총회 비용을 줄이고 줄였더니 1000만원 조금 넘는 금액을 앱 개발비로 쓸 수 있겠다는 계산이 나왔다. 앱 개발비로는 터무니없는 금액이었지만 다행히 앱 개발자가 흔쾌히 맡아줘 마을 앱이 개발됐다. 앱에는 주민자치 문화프로그램 신청, 주민총회 투표, 설문지 등 다양한 요소를 담았다. 내년에 요긴하게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회장을 맡아서 하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내년을 구상하고 있더라는 이 회장. 
“풍산동 주민은 10~40대가 가장 많고 그다음은 노년층이 많아요. 40대는 자녀 키우는 사람들이죠. 코로나 때문에 자녀들이 학교도 못가고 밖에도 못 나가니 얼마나 힘들겠어요. 아이 키우는 고충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마을 구성원의 특징을 보면 주민자치회가 나아갈 방향이 보이는가보다. 그는 앞으로 풍산동에 아이돌봄사업과 복지사각지대에 있는 노인들을 발굴해 돕는 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주민자치회원들과 깊이 있는 대화를 통해 해결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한다. 

“주민자치회장은 무한 봉사하는 자리입니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28명의 회원이 함께 하기에 힘을 얻어서 계속 나아가고 있습니다. 풍산동주민자치회가 풍산동의 자부심이 되도록, 역시 풍산동!이라는 말을 듣도록 내년에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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