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새로 문 연 시립 '일산도서관'

구도심 개발하며 계획, 8년 만에 결실
지하1 지상3층 800평, 장서 2만8000권 
벽과 칸막이 없는 탁 트인 열람실
동아리방·나눔터 다양한 활동 기대

[고양신문] 아르헨티나의 시인이자 소설가인 호르헤 보르헤스는 “천국은 틀림없이 도서관처럼 생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이 발명한 무수한 도구 중에 가장 놀랄만한 것은 책이며, 책이야말로 ‘기억의 확장이자 상상의 확장’이라고 했다.
지난 29일 고양시에 천국이 한 곳 더 생겼다. 일산역에서 멀지 않은 기차길 공원 근처에 고양시립 일산도서관이 개관한 것이다.

오랫동안 기다렸던 공공도서관

도서관이 개관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구도심이었던 이곳을 재개발하면서 도서관에 대한 주민들의 요구가 강했고, 김현미 전 국회의원과 김영환 전 경기도의원이 함께 제시한 선거공약이기도 했다. 2013년에 기본 계획을 수립할 당시에는 어린이도서관으로 예정했지만 주민들은 일반도서관을 원했다. 추가로 부지를 매입하면서 보상 문제 등 많은 것들을 조율한 후, 2018년 공사에 착공해 작년 말 드디어 개관했다.

벌써 여러 차례 일산도서관을 방문했다는 아이와 엄마.
벌써 여러 차례 일산도서관을 방문했다는 아이와 엄마.

오랫동안 염원했던 숙원사업이어서인지 오픈하자마자 이곳을 찾는 주민들의 숫자가 무척 많고 만족도도 높다고 한다. 이 지역은 어린 자녀를 둔 젊은 층과 고령의 노인층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다. 학생들도 학습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모든 주민이 도서관의 개관을 반기고 있다.

도서관 뒤쪽에는 아파트가, 앞쪽에는 일산역이 있고 후곡마을 주민들은 육교를 건너 접근이 가능하다. 그동안 한뫼도서관과 대화도서관을 이용하던 이들도 새로운 도서관을 반긴다. 이곳은 다소 외진 곳이라 접근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여러 지역에서 찾기가 수월한 곳임이 증명된 셈이다.

도서관은 지하 1층과 지상 3층을 합쳐 총 800여 평(2676㎡), 250석 규모다. 현재는 코로나로 인해 전체 좌석의 30%만 이용할 수 있으며, 책은 2만8000권을 갖췄다. 

1층 어린이자료실 모습
1층 어린이자료실 모습

벽과 열람실이 없는 2무(無) 도서관

모든 층의 공간은 벽이 없는 개방형이다. 비에프(BF, Barrier-free), 즉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으로 인증을 받았으며 아동, 노인, 장애인, 임산부 등 모두가 이용에 불편이 없도록 했다. 휠체어도 방해물 없이 다닐 수 있게 했다.

전체가 오픈 열람석으로, 칸막이 대신 카페형의 바 테이블과 노트북 석을 마련했다. 간행물과 자료들, 멀티미디어실을 결합한 복합독서문화 공간이다. 대출과 반납은 1층 통합 안내데스크에서 진행한다.

1층은 어린이자료실로, 유아들에게 책을 읽어줄 수 있는 공간도 별도로 꾸몄다. 어린이들이 주로 찾는 공간답게 아이들과 책 읽는 소리로 시끌시끌하게 놔둘 예정이다. 출입구와 서가 안쪽에는 녹색의 공기정화 식물들을 비치했다.

2층 벽면의 북큐레이션.
2층 벽면의 북큐레이션.

2층에는 문학, 예술 등 주제별로 책을 진열한 종합자료실1, PC 코너와 연속간행물 코너로 꾸민 멀티자료실이 있다. ‘오늘, 이 책’이라는 북 큐레이션 코너가 인상적이다. 현재 이곳에는 책의 첫 장을 펼치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첫 문장이 인상 깊은 도서를 전시 중이다. 앞으로 월별로 다양한 주제를 선정해서 사서, 작가, 지역주민이 추천하는 도서를 전시할 예정이다.

3층에는 종교, 사회과학 도서로 꾸민 종합자료실2, 동아리방, 2개의 나눔터가 있다. 독서동아리는 비대면으로 운영할 계획이다. 지금은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없지만, 앞으로 나눔터에서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이다.

벽과 열람실이 없는 2층 종합자료실
벽과 열람실이 없는 2층 종합자료실

차별성 살린 민간위탁 운영 예정

일산도서관은 향후 효율적인 도서관 운영을 위해 민간위탁으로 변경할 예정이고, 현재 업체를 공모 중이다. 도서관이 계속 늘어나 시에서 직접 운영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민간단체와의 협업을 통해 전문적이고 차별화된 도서관을 운영한다는 취지이기도 하다. 고양시에서 공공도서관을 민간위탁하는 것은 처음 시도하는 것으로 구체적인 시기는 아직 미정이다.

개관한지 1주일 만에 만난 조은경 부팀장은 분주한 가운데에서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개관 첫 주부터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예상 못했어요. 그동안 도서관을 한 번도 이용해 보지 않았던 지역민들까지 방문해서 회원증을 만들기도 했는데요. 근처에 도서관이 생김으로써 책을 가까이 하게 된 분들이 늘어난 것이지요. 이것이 지역 도서관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1층 어린이자료실의 북큐레이션.
1층 어린이자료실의 북큐레이션.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와 함께 온 한 주부는 “도서관 바로 뒤에 있는 아파트에 사는데 가까이에 도서관이 생겨서 너무 좋다”면서 “어린이자료실에 읽을거리가 풍부해서 여러 번 방문했다”고 반가워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또 다른 학부모는 에코백 한가득 여러 권의 책을 빌려 가기도 했다.

별도의 휴게 공간은 따로 없고, 음료나 음식물 섭취는 안 되지만 개인 텀블러 사용은 가능하다. 지하 주차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지역주민들은 걸어서 오길 적극적으로 권한다. 1월부터 고양시 전체 도서관 운영 시간이 저녁 10시에서 9시로 1시간 단축 운영되고 있다. 첫째 주, 셋째 주 월요일과 일요일을 제외한 법정 공휴일은 정기휴관 일이다.

주소 : 고양시 일산서구 고양대로 586-65
문의 : 031-8075-9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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