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모음 <생활문화, 사람×공동체+공간> 발간

별책부록 수작부리다 취재단공동작업
생활문화 활동가·동아리·플랫폼 22곳 소개
"서로에게 힘이 되는 네트워크 기대

별책부록이 발간한 인터뷰 모음집 『생활문화, 사람×공동체+공간』
별책부록이 발간한 인터뷰 모음집 『생활문화, 사람×공동체+공간』

[고양신문] 코로나19잠시 멈춤간판을 내걸어야 했던 이들은 자영업자들만이 아니다. 삶의 구석구석에서 아기자기한 프로그램들을 펼쳐오던 소모임이나 활동가들도 대부분의 일정과 계획들을 미뤄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시 곳곳에 뿌리를 내린 소박한 공동체와 공간, 그리고 활동가들은 지난 한 해 동안에도 오히려 유쾌하고 단단하게 일상의 나이테를 그려나가고 있었다. 문화기획협동조합 별책부록(이하 별책부록)이 지난달 발간한 인터뷰 책자 <생활문화, 사람×공동체+공간>을 펼쳐보며 확인한 사실이다.

100여 쪽 두께로 야무지게 편집된 책의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겨울 들판이 소리 없이 작은 생명들을 키우고 있더라는, 원당에 사는 한 시인의 노래(허형만 시 겨울 들판을 거닐며’)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생활문화, 사람×공동체+공간>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역문화진흥원이 주최하는 ‘2020 문화가 있는 날 생활문화동호회 활성화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제작됐다. 책을 만든 이들은 주교동에서 오랫동안 작은도서관으로 운영됐던 책놀이터(현재는 상상공간 별--’, 관장 박미숙)’를 둥지 삼아 탄생한 생활문화 모임 수작부리다멤버들이다.

인터뷰 기사쓰기 공부 [사진제공=별책부록]
인터뷰 기사쓰기 공부 [사진제공=별책부록]

수작리다는 몇 해 전부터 흥미진진한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왔는데, 처음으로 본격적인 인터뷰 기사쓰기에 도전한 이번 작업에는 김정희, 백정희, 박지숙, 최향숙, 윤현미, 신종수씨가 수작부리다 취재단이라는 이름으로 공동작업을 펼쳤다.

프로젝트는 차근차근 스탭을 밟으며 진도를 나갔다. 7월에 지역신문 기자를 강사로 초청해 인터뷰 기사쓰기를 공부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어 생활문화란 무엇인지, 어느 곳을 취재할 것인지 등을 자체적으로 토론하며 사전 준비를 마무리했다. 그리고는 각자 담당한 동아리와 공간을 탐방하거나 활동가들을 인터뷰한 뒤 한 편 한 편 기사를 작성해 웹진으로 먼저 소개했다. 그렇게 스물두 편의 기사가 모아져 한 권의 책으로 묶인 것이다.

사전 토론과 준비 [사진제공=별책부록]
사전 토론과 준비 [사진제공=별책부록]

책에서 소개된 주인공들은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사람이기도 하고, 공동체 모임이기도 하고, 특정한 공간이기도 하다. 취미를 함께하는 이들, 만남과 소통을 기획하는 사람, 지역의 문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공간 등이 번갈아가며 등장하기 때문에 다음에 소개되는 주인공은 누구일까?’라는 호기심을 내내 품으며 책장을 넘길 수 있다. 나아가 새로운 방향으로 영역을 확장하는 생활문화 트렌드의 흐름을 읽게 되고, 도서정가제, 공동주거, 커뮤니티공간 등 삶에 밀착된 의제들에 대한 생생한 고민들도 알게 된다.

이렇듯 생활문화라는 말속에 담을 수 있는 다채로운 모습들을 모두 아우르려는 기획 덕분에 생활문화의 핵심이 다양성과 자율성이라는 사실이 자연스레 감지된다. 무엇보다도 수작부리다 취재단 멤버들 스스로가 기계적인 획일성에 얽매이지 않고 각자 조금씩 다른 형식과 스타일의 글쓰기를 보여준 점도 흥미롭다.

그림책 인형 만드는 ‘꼬맹이’ [사진제공=별책부록]
그림책 인형 만드는 ‘꼬맹이’ [사진제공=별책부록]

긴 설명 대신 수작부리다 취재단이 만난 이들의 이름을 하나하나 짚어보자. 명단 자체가 지금, 여기에서 진행되는 고양시 생활문화 활동 전반을 정리한 가장 밀착된 지형도이기 때문이다. 제목을 따라 사람, 공동체, 공간으로 구분해 적는다. 순서는 책에 실린 순서이고, 괄호 안은 활동하는 동네다.

사람 : 정현식 예술수색단 대표(능곡동), 장우형 마을활동가(풍산동 주민자치회), 안희정 동네공유공간 회장(덕은동), 정현석 열대작물 농부(송포동), 이우열 행복한제자교회 목사(주엽동)

공동체 : 그림책 인형 만드는 꼬맹이’(알모책방), 목공동아리 우리동네 뚝딱쓱싹’(행신동), 공동주거 채울’(강매동), 랜선 독서동아리 ‘Book's Talker’(삼송도서관), 책 읽는 수다모임 차차’, 시 동아리 물꽃’(호수공원작은도서관), 세밀화 모임 숲을 그리다’, 놀이문화를 살리는 놀이하는 사람들’, 길을 만들고 가꾸는 자전거21 고양시지부’(고양종합운동장), 뜨개질 동아리 코 끼리 코’, 생활문화 모임 수작부리다’(주교동), 중장년 배움 동아리 평행 공동체’(고양YWCA),

공간 : 행복한책방(대화동), 재미공작소(대화동), 한양문고(주엽동), 주엽커뮤니티센터(주엽역), 예다움 작은도서관(풍동 숲속마을 2단지).

길을 만들고 가꾸는 ‘자전거21 고양시지부’ [사진제공=별책부록]
길을 만들고 가꾸는 ‘자전거21 고양시지부’ [사진제공=별책부록]

프로젝트가 남긴 결과물은 단순히 책 한 권에서 끝나지 않았다. 대면 모임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생활문화를 고민하는 이들과 함께 온라인을 활용한 라운드테이블과 네트워크 파티 등을 진행해 수다도 떨고 의견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러한 활동들은 함께 모여 더 크고 재미난 일들을 꾸며볼 수 있겠구나라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

하지만 가장 큰 소득을 얻은 이들은 누가 뭐래도 미션을 마무리하기 위해 애를 쓴 수작부리다 취재단 자신들인 것 같다. 책 말미에 실린 마무리 수다에서 이들은 인터뷰어를 만나러 가는 설렘을 즐겼고, 인생 첫 글쓰기 경험이 뿌듯했고, 평소 알던 이들에게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았다고 적고 있다. 또한 어깨동무할 사람들이 있어 든든했고, 즐겁게 살아가는 이들과의 인연을 품고 가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아무것도 없어 보이는 풍경에서도 초록 빛 싱싱한 키 작은 들풀(위의 시에서 인용)’들을 키워낸 겨울들판을 두 발로 걸으며 희망의 흔적들을 꼼꼼히 기록한 이들이 마중할, 생활문화의 백화(百花)가 만개하는 봄날을 기대해보자.

뜨개질 동아리 ‘코 끼리 코’ [사진제공=별책부록]
뜨개질 동아리 ‘코 끼리 코’ [사진제공=별책부록]
놀이문화를 전파하는 '놀이하는 사람들' [사진제공=별책부록]
놀이문화를 전파하는 '놀이하는 사람들' [사진제공=별책부록]
시 동아리 ‘물꽃’ [사진제공=별책부록]
시 동아리 ‘물꽃’ [사진제공=별책부록]
책 읽는 수다모임 ‘차차’ [사진제공=별책부록]
책 읽는 수다모임 ‘차차’ [사진제공=별책부록]
'행복한 책방'이 진행한 작가와의 만남. [사진제공=별책부록]
'행복한 책방'이 진행한 작가와의 만남. [사진제공=별책부록]
예다움 작은도서관 인형극 동아리. [사진제공=별책부록]
예다움 작은도서관 인형극 동아리. [사진제공=별책부록]
'수작부리다' 네트워크 파티. [사진제공=별책부록]
'수작부리다' 네트워크 파티. [사진제공=별책부록]
행복한 책마을 작은도서관이 주최한 우리동네 음악회 [사진제공=별책부록]
행복한 책마을 작은도서관이 주최한 우리동네 음악회 [사진제공=별책부록]
열대작물을 재배하는 농부 정현석씨. [사진제공=별책부록]
열대작물을 재배하는 농부 정현석씨. [사진제공=별책부록]
강매동 주거공동체 '채울' [사진제공=별책부록]
강매동 주거공동체 '채울' [사진제공=별책부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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