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일산신도시 백석동에 사는 공광규 시인(45세)이 실천문학사에서 네 번째 시집'소주병'을 펴냈다
공광규 시인은 1960년 충남 청양에서 태어났다. 1986년「동서문학」으로 문단에 나왔으며, 1987년「실천문학」에 현장시들을 발표했다. 시집으로「대학일기」「마른잎 다시 살아나」「지독한 불륜」등이 있다.

'소주병'이란 시의 전문을 살펴본다

술병은 잔에다/자기를 계속 따라주면서/속을 비워간다
빈 병은 아무렇게나 버려져/길거리나/쓰레기장에서 굴러다닌다
바람이 세게 불던 밤 나는/문 밖에서/아버지가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나가보니/마루 끝에 쪼그려 앉은/빈 소주병이었다

40대 가장의 가혹한 자기성찰적 고백이 담겨 있는 공광규 시인의 시집이다. 젊은 시절 그의 시가 외부 현실에 대한 저항과 분노를 원색에 가까운 강렬한 언어에 담아 표출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웅숭깊은 내면적 성찰의 집중력을 보여준다.
시인은 엄혹한 자기반성을 통해 비움의 철학을 터득한다. 인간의 욕망은 아귀의 뱃구레 같아서 채우면 채울수록 더 허기가 지는 법. 가득히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욕망을 비우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비우고 나눔으로써 우리의 삶이 더욱 따뜻해지고 풍성해진다는 사실을 시인은 내적 성찰의 과정을 통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듯 싶다.
공광규의 시는 “세상의 한복판”을 뚫고 가는 부드럽고 힘찬 강물이다. 동시에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 떼를 연상케 한다. 강물의 흐림과 맑음, 차가움과 따뜻함, 욕망의 넘침과 비움이라는 존재의 안과 밖에 감성의 촉수를 뻗는다. 온몸으로 세상의 풍경을 만들고 스스로 그 마음의 풍경이 되는 물고기 떼들이다. 세상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조화로운 긴장관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사물들의 풍경이 그 안에서 끓고 넘치며 가라앉아 있다.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는 맑은 햇살에 젖은 비늘의 몸과 정신을 말리는 물고기 떼들을 연상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한 경악과 기쁨을 가눌 수 없게 된다. - 김수복(시인, 단국대 문창과 교수)
공광규의 시는 기발하면서도 참신한 발상을 토대로 하고 있다. 생생하면서도 활기찬 언어로 가득 차 있는 것이 그의 시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시는 단아하면서도 단정한 질서를 이루고 있어 잘 정제된 형식미를 깨닫게 해준다. 이런 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매편의 시에 담겨 있는 크고 작은 지혜들이다.「별국」「소주병」「수퇘지」등의 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의 시는 대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성찰에서 비롯된다. 이들 시에 담겨 있는 지혜의 아름다움은 피로에 지쳐 있는 우리의 일상을 꼼꼼히 되돌아보게 하고 있어 무엇보다 관심을 끈다. - 이은봉(시인, 광주대 문창과 교수) <안명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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