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숙 늘푸른문화나무 대표

‘밥 할머니’, ‘효자 박대성과 인왕산 호랑이’같은 지역의 역사이야기를 인형극으로 공연하는 단체가 있다. 가좌동에 둥지를 튼 ㈜늘푸른문화나무다. 사회적기업으로서 사회적가치 실현에도 앞장서고 있는 늘푸른문화나무의 김경숙(52세 사진) 대표를 만나 그가 꿈꾸는 문화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김경숙 늘푸른문화나무 대표가 밥할머니 캐릭터와 함께 했다. 김경숙 대표에게 인형극의 무대는 곧 자기 자신의 무대이기도 하다.
김경숙 늘푸른문화나무 대표가 밥할머니 캐릭터와 함께 했다. 김경숙 대표에게 인형극의 무대는 곧 자기 자신의 무대이기도 하다.

어르신 활동처 마련위해 결심
늘푸른문화나무는 교육, 공연, 문화행사기획을 주업으로 하는 회사다. 문화예술공연으로 취약·소외계층에게는 문화서비스를 제공하고, 문화예술인에게는 일자리를 창출하는, 지역사회공헌을 목표로 한다.
자신의 강의를 통해 양성된 활동가들이 활동할 무대가 없는 것이 안타까워 창업을 결정한 김경숙 대표. 결정적으로 2016년 고양문화원에서 어르신 인형극단 양성교육에 강사로 참여하고 창업을 결심했다. 인형극을 교육받아 실력이 늘면 무대에 서고 싶은 것이 사람마음인데 활동처가 없었던 어르신들에게 무대를 마련해드리겠다는 생각, 문화로 나눔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단체 설립을 서두르게 했다. 
“사회적 목적을 이루기 위해 사회적 기업을 목표로 했고, 협동조합 설립도 고민했지만 주식회사로 법인의 형태를 정했어요. 문화예술하는 사람도 돈 벌어도 되는 거잖아요. 이미 2013년 사회적 기업을 처음 접해 공부를 했었고, 2016년 사회적 기업가 창업공모전에 선정되어 창업하게 됐지요”라고 과정을 설명했다. 이후 육성 사회적 기업, 예비 사회적 기업을 거쳐 2020년 인증 사회적 기업이 됐다.
“단원들 중에는 육십 넘어 재능을 발견했다는 분, 평생 주부로만 살다가 육십 넘은 나이에 돈 벌어 자식들에게 선물할 수 있어서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분도 계세요.” 
어르신들이 인형극을 통해 자존감을 회복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을 느낀다. 그는 “공연이 많아져서 단원들에게 월급을 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품고 키운다.

늘푸른문화나무의 인형극은 학교와 지역축제 등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예전처럼 많은 관객들과 빨리 만나길 희망하고 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이 역시 인기가 좋다.
늘푸른문화나무의 인형극은 학교와 지역축제 등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예전처럼 많은 관객들과 빨리 만나길 희망하고 있다. 지금은 온라인으로 공연을 하고 있다. 이 역시 인기가 좋다.

지역의 역사에 기반한 인형극 공연
작년에는 코로나 상황이라 공연을 거의 못했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도 ‘찾아가는 문화로청춘’, ‘2020년 고양인형극문화예술제’를 진행했고, ‘드라이브스루 대입설명회’ 등 행사를 기획해 진행하면서 “수입이 제법 괜찮았다”고 한다. 
김 대표가 하는 인형극은 지역의 역사에 기반한 인형극이다. 임진왜란 때 활약한 것으로 전해지는 밥할머니이야기, 효자 박대성과 인왕산 호랑이, 김포에서 전해지는 우렁각시이야기를 인형극으로 만들었다. 저학년 대상 인성 인형극, 환경 인형극, 어르신들 대상의 경제교육 인형극도 있다. 파주의 장단콩과 인삼 등 지역특산품을 주제로 한 인형극은 축제에서 빠질 수 없는 레퍼토리다. 지금까지 만든 인형극이 30편이 넘고 창고에는 다양한 인형들과 소품이 가득하다. 
김경숙 대표 팀에서 하는 인형극은 사람은 장막 뒤에 숨고 인형만 올려 공연하는 장대인형극과 작은 무대 뒤에 사람이 등장해 인형을 하나씩 들어올리며 대사하는 인형극이다. 장대인형극은 보통 5~6명이 함께 하는데 밥할머니이야기는 전투 장면이 있어서 최다인원인 12명이 투입되는 ‘대형’ 공연이다. 
늘푸른문화나무 교육팀은 중학교 1학년 자유학년제 수업도 진행한다. 아이들이 극본, 인형 제작, 공연까지 직접 해본다. 어른들에게 직접 하지 못하는 말을 대사로 풀며 심리치료효과까지 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즐거워해 보람이 크다고 한다. 

아이들의 참여는 스스로가 관객도 되고 캐릭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인형을 통해 또 다른 동심으로 빠지게 된다. 
아이들의 참여는 스스로가 관객도 되고 캐릭터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은 인형을 통해 또 다른 동심으로 빠지기도 한다.

우리만의 고유성이 중요한 강점 
지역의 이야기를 인형극으로 만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에서도 유일하지만 한국을 대표하는 콘텐츠이기도 하고. 세계 유일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며 “해외공연에서도 우리만의 고유성이 있어서 중요한 강점이 된다”고 말한다. 2019년에는 중국 청도 인형극제에 초청받아 참여했다. 참가단체 12팀 중 유일한 해외팀이었다. 중국인형극과 색깔이 달라 반응이 좋았다. 우리만의 뚜렷한 색깔과 우리만의 스토리가 감동을 가져온다는 것을 확인하는 기회였다. 
김 대표는 좋은 공연을 위해 해마다 3~4편씩 새로 만들고, 기존의 극도 디테일을 살리고 스토리, 무대, 인형을 다시 손보기도 한다. 그것이 오래가는 비결이다. 그는 인형연구도 많이 한다. 공연이 끝나면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인형을 만져보고 싶어하기 때문에 촉감을 중요하게 여겨 천연소재를 많이 쓴다.

역사와 전설, 설화 등에도 관심이 많은 김경숙 대표. 무대의 인형 캐릭터들은 거의 늘푸른문화나무에서 제작되며 정교함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역사와 전설, 설화 등에도 관심이 많은 김경숙 대표. 무대의 인형 캐릭터들은 거의 늘푸른문화나무에서 제작되며 정교함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한다.

함께할 때 더 즐거워
김경숙 대표는 유아교육을 전공해 유치원 교사로 일했었다. 대학 때 인형극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형극을 처음 접했고, 유치원수업에 활용하기도 했다. 유치원을 그만두고 아동문학, 그림책, 동화구연, 요리 등을 공부하며 강사로 활동했다. 요리 수업에서도 도입부는 인형극으로 시작하는 등 차별성 있는 강의를 하며 인형과 인연을 이어갔다.
“혼자하는 강의는 수입은 좋지만 재미가 없었어요. 여럿이 함께하는 일은 더 재미있고 성취감도 컸어요. 함께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 인형극에서 해답을 찾았지요.”
지금은 인형극 30여 편을 보유한 ‘부자’다. 인형극에는 캐릭터와 스토리가 있다. 김 대표는 앞으로 이것을 토대로 책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 사업으로 확장하려는 계획을 키우고 있다. 올해는 공연에서 쓰이는 음원작업을 할 것이라고 했다.
“작년에 공연이 어려워지자 영상을 요청하는 곳이 생겨났어요. 저희는 인형극에서 직접 연주와 노래를 하는데 영상에 담는 과정은 동의도 필요하고 문제가 발생했어요. 음원이 좋아야 공연이 살거든요. 올해는 음원 작업에 집중해볼 계획입니다.”
끊임없이 함께 가는 꿈을 키워가는 김경숙 대표는 단원들이 매주 1, 2회 정도 상설공연할 수 있도록 1층에 공연장을 마련했고, 지금은 대면 공연을 하지 못하는 여러 단체들이 영상을 찍을 수 있도록 공간과 장비를 제공하고 있다.         

인형극 뒤에는 늘푸른문화나무 공연단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많다.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을 하며 혼신의 힘으로 공연을 펼치는 단원들이 김경숙 대표에게는 크고 작은 동기부여가 된다. 
인형극 뒤에는 늘푸른문화나무 공연단의 보이지 않는 노력들이 많다. 주인공이 아닌 주인공을 하며 혼신의 힘으로 공연을 펼치는 단원들이 김경숙 대표에게는 크고 작은 동기부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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