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누진제로 에어컨 무용지물될 판

‘올 여름엔 에어컨을 켜? 말아?’

본격적인 무더위를 앞두고 에어컨을 가동해야할 지 말아야할 지 고민하는 주부들이 많다. 지난해 11월부터 시행된 전기요금 누진제 때문.
이 제도에 의하면 월 500kwh 초과 가정은 월 50kwh 이하 가정 보다 전기요금을 무려 18.5배나 더 내야한다. 특히 300kwh 이상 사용에 대한 누진폭이 커 월 평균 200kwh를 사용하는 상당수의 가정이 에어컨을 사용했을 때에는 전기요금 누진제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300kwh(4만1000원)를 사용하는 가정이 9평형 에어컨을 하루 3시간씩 한 달간 사용하면 사용량은 417kwh로 약 40% 증가하지만 요금은 115%나 증가한 8만8000원을 내야한다. 가정용 에어컨 15평형을 하루 3시간 사용했을 경우에는 요금의 183%가 증가한 11만6460원이 부과된다.

때문에 대부분의 주부들에겐 덥다고 선뜻 에어컨을 켜기가 쉽지 않은 형편. 월 평균 230∼240kwh를 사용하는 주부 인정선씨(일산구 일산동)는 고지서를 들고 고민하다가 얼마 전 아예 현관문에 방충망을 달았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가 복도형이어서 현관문과 거실 베란다 문만 열어두면 맞바람이 불어 에어컨 없이도 웬만한 더위쯤은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였다.

인씨는 “평소 사용량이 300kwh에 근접하고 있는데, 에어컨 몇 번 켰다가 2배 가까운 요금을 물게 될까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누진제의 ‘위력’을 톡톡히 경험했던 주부 김도연씨(일산구 대화동)도 올 여름 에어컨은 생각지도 않고 있다. 지난 겨울, 베란다 확장 공사를 한 아이들 방에 전기히터를 놓아주었다가 17만여원이 찍힌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고 한국전력공사에 문의하고서야 누진제 때문이란 걸 알았던 것.
김씨는 15평형의 에어컨을 켜는 대신 천장에 부착한 실링팬과 선풍기로 여름을 날 계획이다.

지난 겨울 에어컨을 들여놓았다는 민미영씨(일산구 마두동)는 “에어컨을 들여놓자마자 그대로 묵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며 “누진제라는 게 전기 사용량이 많은 일부 가정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의 일반 가정에까지 부과되는 것 같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한국전력공사 고양지점의 김오중 대리는 “누진제 적용 이후 맞는 첫 여름이라 일반 가정을 대상으로 홍보에 신경을 쓰고 있다”며 “누진요금체계에서는 사용량이 조금만 늘어도 요금이 대폭 증가하는 만큼 에어컨 사용 등은 되도록 자제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에어컨을 사용할 때에는 ▲실내외 온도차를 5℃ 이내로 할 것 ▲강 보다는 약으로 조절하고 선풍기를 함께 사용할 것(종전 소비량의 60% 절감 효과) 등을 당부했다.
<김은정 기자〉

주택용 전력 사용량별 요금표 (301∼600kwh)
사용량(kwh) 요금(부과세 포함 . 원)
301 43,620
401 80,970
501 131,470
600 20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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