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함께하는 이웃, 방종모 사진작가

‘희망포토클럽’은 휠체어에 의지해야하는 중도장애인들이 사진을 통해 희망과 즐거움을 찾는 동아리다. 빛이 표현하는 인상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기록하는 사진의 세계로 장애인들을 안내한 방종모(62세) 사진작가를 만났다.

방종모 작가(왼쪽)의 곁에는 항상 아내 김순남씨(오른쪽)가 함께한다. “아내가 없었다면 희망포토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사진도 꼭 함께 찍어달라고 했다.
방종모 작가(왼쪽)의 곁에는 항상 아내 김순남씨(오른쪽)가 함께한다. “아내가 없었다면 희망포토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사진도 꼭 함께 찍어달라고 했다.

휠체어 장애인과의 만남
그와 장애인들의 인연은 2011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고양시장애인복지관(탄현동 소재)의 장애인 사진교실에서 수강생과 강사로 만나 2012년 11월에는 ‘희망포토클럽’ 동아리를 결성해 지금까지 함께 출사하고 있다. 2013년부터 2019년까지 11번의 전시회도 열었다. 14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장애인 7명, 비장애인 3명으로 10명의 멤버가 활동한다. 방 작가와 그의 부인 김순남씨가 포함된 숫자다.
“배우려는 의지와 가르치려는 게 잘 맞아서 공감대를 이뤄 10년째 같이 활동하고 있어요. 강사와 수강생이 아니라 친구와 가족이죠. 저보다 나이드신 분들에게는 형님이라 불러요. 저와 아내도 동아리 회원인 거죠.”

방종모 사진작가는 사진과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행복하다. 그 열정은 늘 원동력이다.
방종모 사진작가는 사진과 함께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행복하다. 그 열정은 늘 원동력이다.

사진 덕분에 행복하다는 장애인들
장애인복지관에서 사진교실을 해보지 않겠느냐 연락이 왔을 때 망설임 없이 선뜻 가겠다고 답했다. 그는 시각장애인 친구도 있어서 평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은 없었다고 한다. 
“장애인들이 사진을 접하고 행복하다고 하세요. 비가 오거나 흐리거나 밤에 혼자 있으면 통증이 심하답니다. 진통제를 복용하며 하루하루를 버티세요. 그런데 출사 나가면 좋은 장면 포착에 집중하고 집에 가서는 사진 고르느라 집중해 통증을 잊는다고 해요.”
좋아하는 일에 몰두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 또 있을까. 희망포토클럽 회원들에게 사진은 진통제이며 영양제인 듯하다. 희망포토클럽은 문촌7복지관 봉사단으로 등록되어 있고, 무료사진교실이 열려 사진에 관심있는 장애인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소통과 공감대로 하나가 된 희망포토클럽.
소통과 공감대로 하나가 된 희망포토클럽.

든든한 후원자, 아내
방종모 작가의 곁에는 항상 아내 김순남씨가 함께한다. “아내가 없었다면 희망포토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는 그는 사진도 꼭 함께 찍어달라고 했다. 설명을 들어보니 휠체어 출사는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한번 이동하면 장애인 차량 8대가 움직여서 장애인주차구역이 부족해 주차에 어려움이 크다. 장애인 화장실이 꼭 있어야 하고, 땅이 고르지 않으면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어 갈 수 없다. 식사도 문제다. 휠체어로 식당 문턱을 넘을 수 없어서 휠체어 8대를 들어서 옮겨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휠체어가 공간을 차지해 좁은 곳은 들어갈 수 없다. 초창기에는 휠체어 들어오지 말라고 하는 식당도 있었지만 요즘은 식당 주인들도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도와주고 배려해준다. 저간의 사정을 듣고 보니 장애인들이 출사 가능한 곳이 별로 없어 보인다. 그래서 이들은 주로 일산호수공원에서 사진을 찍는다. 

희망포토와 비젬포토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방종모 사진작가. 그의 마음과 작품은 모두의 예술이기도 하다.
희망포토와 비젬포토 아카데미를 운영하는 방종모 사진작가. 그의 마음과 작품은 모두의 예술이기도 하다.

힘들었어도 소중한 추억들
“그분들을 통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고 배우고 즐겁고 행복해요”라는 방종모 작가. 때로 용기내서 먼 곳으로 출사를 나설 때도 있었다. 
고양시 희망버스를 타고 당일 출사여행을 했을 때는 회원들이 처음으로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니까 너무 즐거워했다. 한번은 강원도 해비치로 1박2일 나들이를 간 적도 있다. 봉사자 2명을 섭외해서 갔는데 부인 김순남씨는 “너무 힘들어서 두 번 다시 가고 싶지는 않지만 돌아보면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된다고 했다.

새로운 시도와 접근은 사진을 배우는 수강생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새로운 시도와 접근은 사진을 배우는 수강생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준다.

마음에 품은 꿈을 이루다
방종모 작가와 사진의 인연은 고등학교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아버지가 사주신 사진기가 있어서 사진을 많이 찍고 좋아했던 그는 고 2때 학교에 사진반이 있다는 걸 처음 알고 “왜 전문적으로 할 생각을 안 했을까?”하는 의문이 들면서 사진을 목표로 가야겠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러나 바로 사진학과로 진학한 것은 아니었다.
대학은 식품공학과로 진학했지만 1978년 사진동아리를 결성해 활동을 했고 졸업 후에는 20년간 카메라숍을 운영했다. 아이들도 어느 정도 자라고 경제적 안정을 찾은 후 마음에 품었던 꿈을 꺼내들었다. 아내도 적극적으로 응원했다. “20년 동안 열심히 일했으니 이제 당신 하고 싶은 거 해보라고 응원했다”는 아내다. 방 작가는 사진공부도 하고 교육할 수 있게 준비해야겠다는 계획으로 2003년 중앙대에 진학해 사진학을 전공했다.
“사진을 늦게 공부했지만 20년간 사진을 잊은 적은 없어요. 카메라숍을 해서 장비에 대해 잘 알지요. 아, 군에서도 사진병으로 근무했네요.”
꿈을 마음에 품고 있으면 언젠가는 그 꿈을 펼쳐보게 되는 것 같다. 

희망포토클럽 회원들에게 사진은 진통제이며 영양제다.
희망포토클럽 회원들에게 사진은 진통제이며 영양제다.

사진교육이 더 즐거워
사진교육은 2004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주엽성당의 ‘요셉포토클럽(요클)’이라는 사진반이 출발점이다. 수강생이 40~50명 되는 인기 강좌였다. 덕양구청 고양시민 무료사진교실, 내셔널지오그래픽 사진아카데미에서 강사로 활동했다. 그는 혼자 작업하는 것보다 사진을 알려주고 사진으로 소통하는 것이 더 즐겁다고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를 넘나드는 방종모 사진작가에게 배우고 싶으면 문촌7종합사회복지관이나 고양문화원을 찾아가면 된다.       

방종모 사진작가에게 사진강좌는 삶의 동기유발이자 동기부여이며, 수강생들은 친구처럼 따뜻한 동기다.
방종모 사진작가에게 사진강좌는 삶의 동기유발이자 동기부여이며, 수강생들은 친구처럼 따뜻한 동기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