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황토가 드러나 아파 보이던 고봉산에도 어느덧 봄이 찾아왔다. 쇠비름, 명아주가 삐죽이 한 잎 내밀더니 어느새 밭을 일구었고, 아기 손톱 만하게 올라오던 논냉이에선 어느새 하연 꽃이 피어 군락을 이루고 있었다.
주택공사 앞마당에 부려놓고 시위를 벌어 신문 기사에 많이 나왔던 아름들이 목련나무에서
는, 잘려진 가지에서도 눈부시도록 흰 목련 꽃잎이 한 잎 두 잎 잎을 벌려 농성장 식구들을
눈물짓게 했다. 300여명이 참여하여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된 습지 가꾸기 행사 덕분에 죽어
가던 갈대에서는 연초록 새 순이 하루가 다르게 쑥 쑥 올라오고, 웅덩이에선 부화한 산개구
리들이 펄쩍 펄쩍 뛰어다닌다,
아이들이 맨발로 습지에 뛰어 들어가 개구리, 물땡땡이를 관찰하고 엄마들은 습지 주변의
야생초를 하나 하나 지켜 보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이다.
그동안 주택공사에서는 일산2지구 택지 개발 지구 중 c-1블럭은 습지가 아니라 논 밭이라
고 했다. 지하수가 있는 것이 아니라 농수로의 물길로 갈대가 자랐을 뿐이라며 습지가 아니
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동안 다녀간 생태 전문가들이나 환경부 관계자들도 한결같이 이곳
은 천연 습지였으나 개간에 의해 논으로 사용된 것이고 습지 생태 학습장으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이곳에 10분만 서서 가만히 쉼 호흡 한번하고 주변을 바라보면 누구나
이 곳이 얼머나 소중한 곳인지 금새 알게 된다. 상큼한 바람, 신선한 풀향기, 아늑한 기분,
평화로운 느낌들이 바로 온몸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주택공사에서는 사업 계획을 변경하지 않겠다고 하지만 고봉산 습지는 한 번 파괴되면 복원
할 수 없는 곳이다. 다른 대안이 없는 유일한 곳이기에 이 오랜 시간 동안, 이 많은 사람들
이 고봉산을 지키고자 한 목소리로 외치는 것 아니겠는가
이제 새롭게 당선된 국회의원들과 고양시장, 고양시의회가 고봉산 보전에 뜻을 모으고 있다.
여기에 우리 주민들이 조금씩만 더 노력한다면 고봉산 자락에 흉물스런 아파트가 아닌 아이
들이 개구리와 함께 행복하게 뛰어놀 생태 습지 학습장이 만들어질 날이 올것이다. <고양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김미영
<고양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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