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그리스도의 교회-임성택 목사·이상수 장로

상품권 발행해 교인에 배부
21개 점포에 50만원씩 지원
“실제 도움되고 마음 고마워”

코로나19로 자영업자들이 큰 타격을 입고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임대’라고 써붙인 점포가 늘어나면서 거리를 걷는 시민들의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지역경제가 무너질 위기 속에서 일산 그리스도의 교회(일산서구 대화동)의 ‘COVID-19극복 사랑실천운동’ 소식이 알려지며 봄바람같은 훈훈함을 더해주고 있다. 일산 그리스도의 교회는 교회 주변 21개 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1만원권 50장씩)을 만들어 교인들에게 나눠줬다. 음식점, 카페, 미용실, 정육점 등 다양한 업종이 포함됐다. 총액 1050만원 규모다.

지역사회와의 연계와 상생을 위한 발굴에 노력하는  이상수 수석장로(왼쪽)과 임성택 담임목사(오른쪽)
지역사회와의 연계와 상생을 위한 발굴에 노력하는  이상수 수석장로(왼쪽)과 임성택 담임목사(오른쪽)

“지역사회 챙겨줘 감사”
“오른손이 한 일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씀을 따라 조용히 진행하고 있었는데 지난 주말 코로나 방역 실태조사 차원에서 경기도와 고양시에서 교회를 방문했다가 쿠폰을 보고 이게 뭐냐고 하면서 알려지게 됐어요. 그래서 알고 오신 거죠?”
임성택 담임목사는 취재요청에 쑥스럽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좋은 일은 댐으로 막아도 소문이 나는 법. 본지에 이 사실을 제보한 이수영 중화요리식당 ‘칭찐’ 대표는 “코로나 이후 상권이 침체되고 어려움이 컸다”며 “교회가 교인, 비교인 구분없이 교회 인근 소상공인 돕기로 업체당 50만원 상당의 쿠폰을 발행해서 현금으로 지급하겠다고 했을 때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교회도 비대면 예배라 헌금이 줄었을 텐데 1000만원이 선뜻 쓸 수 있는 금액은 아니지 않느냐며 “솔직히 감동받았다”고 덧붙였다. 지역상인들에게는 실질적인 도움도 되었고 심리적인 응원도 되었다고 한다. 교인도 아닌 지역사회를 챙겼다는 점에서 교회를 다시 바라보는 계기도 됐단다. 그는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마음 써주신 따뜻한 마음, 목회자로서 행하는 것을 보면서 무한한 존경이 들었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했다.

지역환원은 마음의 빚
임성택 담임목사는 이번 일은 목사의 의지보다는 뜻을 함께해준 교인들 덕분에 가능했다고 공을 돌렸다. 교회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당회의 이상수 수석장로는 “예배에 참석하는 교인이 줄고 다함께 힘든 상황인데 교회가 이렇게 힘들 때 지역은 얼마나 어려울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 교회를 건립하신 최제봉 원로목사 때부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교회가 되자는 뜻을 가져왔는데 이제 우리 교회가 해야할 일을 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임 목사는 “최제봉 목사님의 부인이 교직에서 은퇴하면서 받은 퇴직금의 일부를 헌금해줘 그것이 마중물이 되어 이번 일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덧붙였다.
임 목사와 이 장로는 일산 그리스도의 교회의 올해 기도주제인 ‘예배의 회복, 거룩한 위로’에 맞는 일을 행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이 장로는 “지역환원은 늘상 마음의 빚”이었다며 “최근 기독교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따갑고 자기만의 리그라고 보는 사람들이 많고, 코로나 이후 방역에 협조하지 않는 교회들이 있어 모든 교회가 도매금으로 지탄받는 것이 안타깝다”며 지역사회 나눔활동이 교회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했다.

일산서구 대화동에 위치한 일산 그리스도의 교회.
일산서구 대화동에 위치한 일산 그리스도의 교회.

소외 이웃 품는 학교, 조합 준비
이번 쿠폰 발행은 사순절(부활절 전 40일간)에 맞춰 준비됐다. 예수의 사랑을 전하고 지역을 보듬는다는 의미에서다. 일산 그리스도의 교회는 교회의 사회실천과 지역사회와의 소통이 지속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두 가지 큰일을 준비 중이다. 하나는 학교밖 아이들을 품을 ‘행복학교’, 또 하나는 지역사회 차상위계층을 품을 사회적협동조합 ‘행복산업’이다. 
‘행복학교’는 교인 가운데 교장·교사 출신, 현직 교수 등 교육계 인적자원을 중심으로 추진 중이다. 이상수 수석장로는 서울의 등촌중학교 교장으로 은퇴하고 현재 상담전문가로 활동하는 교육전문가다. 현직에 있을 때부터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목표로 교육했고 이제 여러 이유로 상처받은 학교밖 아이들을 위한 대안교육기관을 준비하는 셈이다. ‘행복학교’는 (사)한국청소년행복나눔 고양협의회로 등록해 준비 중이다. 

 이웃사랑실천운동으로 교회 인근의 소상공인과 상생하기 위해 21개 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만들어 교인들에게 나눠줬다. 총액 1050만원 규모로 지역의 한 상인은 "감동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이웃사랑실천운동으로 교회 인근의 소상공인과 상생하기 위해 21개 업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상품권을 만들어 교인들에게 나눠줬다. 총액 1050만원 규모로 지역의 한 상인은 "감동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사회적협동조합은 기재부에 등록해 전국단위 조합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차상위계층을 대상으로 국가가 다 감당하지 못하는 사회안전망을 민간차원에서 해결하려는 사업이다. 임 목사는 “1년만 기반 닦으면 교회의 헌금 없이도 기부와 후원으로 운영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현재 조합원을 모집하는 단계라고 했다. 
일산 그리스도의 교회 1층은 카페처럼 꾸며져 있어 지역주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이다. 임 목사는 교회건물이 예배로만 쓰이기보다는 지역사회의 사랑방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또한 이번 선행이 주변 교회로 퍼져나가 교회가 지역사회에 힘이 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일산 그리스도의 교회는 1962년 서울 북아현동에서 ‘북아현 그리스도의 교회’로 시작해 노량진을 거쳐 1994년 일산에 자리잡았다. 내년이면 60주년을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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