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명사칼럼

숨어있는 체육관

눈가 우리집에 놀러온다고 하면 맘속으로 치마 대신 바지를 입고 왔으면..... 한다. 그 이유는 뒷산에 있는 체육관에 데려가고 싶어서 이다.
일단 노러온 분의 시간이 넉넉한 듯 보이면 나는 아주 은근한 목소리로 유혹을 시작한다. “저어, 사실은 저기 보이는 산 있잖아요. 그 속에 체육관이 있거든요? 참 재미있게 꾸며놨는데 한번 가 보실래요?”
손님은 대게 머뭇거린다. 우선 야트막하다고는 하지만 산을 오른다는게 부담스럽고 또, 산속에 별게 있을까 그네나 몇 개 있는것 아닐까 뭐 그런 눈빛. 그러면 나는 세차게 안간다고 머리를 흔들지 않는것만도 고마원 착 달라붙어 조른다. “딱 한번만요, 네?” 딱 한번요. 도도한(?) 손님들의 입에서 그럼 가볼까 나오는 순간 나는 손벽을 치고만다. 앗싸! 성공이다.
통일로에 서서 북쪽을 바라보았을 때 왼쪽이 삼송동이요, 오른쪽이 오금동이다. 오금동은 마을 전체가 고요히 숨어있는 형색이어서 6.25때도 인민군들이 모르고 지나쳤다고 한다. 그 오금동에서도 숲속에 숨어있는 체육관을 향해 우리는 집을 나선다. 오솔길을 20여미터 지나면 숲길이 시작된다. 참나무가 동서남북으로 우거져 하늘이 거의 보이지 않고, 발밑에는 지난 가을의 낙엽이 축축히 밟힌다. 그 낙엽과, 흙과, 나무들이 빚어내는 싱그러운 향기가 순식간에 온 몸을 감싸버린다. 그리고 이름모를 풀들은 저마다 또렷또렷 어여쁜 모습으로 지나가는 사람을 빤히 쳐다본다.
15분 쯤 숨가쁘게 올랐을까. 저만치 그 체육관이 보인다. 나는 그곳에 안내한 것으로 할일을 다 한 셈이라 입을 굳게 다문다.
보고 놀라시오, 보고 느끼시오, 보고 감탄하시오 그렇게 마음으로만 말을 하면서.
사람들은 도착하자마자 놀라 입을 벌린다. 우선 그 규모의 크기와 오밀조밀함에 놀라고 운동기구의 가지수에 놀라고, 산 속에다 체육관을 만든이의 기발한 아이디어에 놀란다. 그런데 더 신기한 것은 그 물건들이 거의 다 남이 쓰지 않는것을 가져다 고치고, 닦아내고, 기름치고, 바로잡고 해서 새 것과 같은 기능을 내도록 만들어 놓은 그 솜씨에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이웃의 건강을 위해 그 무거운 기구들을 하나하나 운반해다가 쇠파이프와 쇠앗줄, 줅은 철사와 대못을 이용하여 오래 사용해도 끄덕없도록 견고하게 만든 기술은 보는이를 경이롭게 만든다.
야외에는 농구대가 있고 평균대가 세 개, 자전거 두 대가 있다. 빨간것은 여자용, 검정것은 남자용인데 벨을 누르면 삐-빠 삐-빠 하고 나는 소리도 선명하다. 무거운 시멘트 덩어리에 밧줄을 묶어 만든 근력키우기도 있고 샌드백, 철봉, 심지어 공프장 까지 있다.
비닐하우스로 들어가 보면 정면에 태극기가 있고 러닝머신, 벤치프레스, 스텝터, 물구나무서는 기구 등등 이름도 모를 운동기구들이 순서대로 놓여있다.
커다란 시계, 달력, 밤에도 운동을 할 수 있게 전등시설까지 있다. 불조심 팻말이 있는가 하면 ‘건강할 때 건강을 지킵시다’ 라는 글도 써 있고 천정에는 참을 忍자가 있다. 운동하다 힘들어도 참으라는 말인가 그 친절한 배려에 절로 웃음이 나온다.
평생을 두고 훌라후프를 할 줄 몰라 열등감을 느끼고 있던 나는 이 체육관에 있는 여러 모양의 훌라후프를 가지고 놀다가 나도 모르게 배워버렸다.
요즘 [아름다운 가게]라면 모르는 이가 없다. 나는 가만히 묻고 싶어진다. “그럼 아름다운 체육관이라고 들러보셨나요?”
재활용이 어떤 것이며 한 사람의 힘이 얼마나 클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아름다운 체육관 말입니다.




김민희씨는 수필집 ‘고부일기’로 잘 알려진 작가다. 평범한 삶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맑은 감성으로 엮어나가는 김민희씨의 글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순수하게 정화시켜주는 힘이 있다. 올해 쉰 여섯이 됐지만 도란도란 들려주는 김민희씨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갓 중학생이 된 소녀와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다. ‘오금동 양어장 집’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고양에서 오래 살았다. 몇 해 전에는 김민희씨네 가족이야기가 TV 드라마(SBS ‘달콤한 신부’)로 소개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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