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가장의 가혹한 자기 성찰

공광규의 시집엔 40대 가장의 가혹한 자기성찰적 고백이 담겨 있다. 젊은 시절 그의 시가 외부 현실에 대한 저항과 분노를 원색에 가까운 강렬한 언어에 담아 표출했다면, 이번 시집에서는 웅숭깊은 내면적 성찰의 집중력을 보여준다.
시인은 엄혹한 자기반성을 통해 비움의 철학을 터득한다. 인간의 욕망은 아귀의 뱃구레 같아서 채우면 채울수록 더 허기가 지는 법. 가득히 채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욕망을 비우는 것뿐이라고 말한다. 비우고 나눔으로써 우리의 삶이 더욱 따뜻해지고 풍성해진다는 사실을 시인은 내적 성찰의 과정을 통해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듯 싶다.
공광규의 시는 ‘세상의 한복판’을 뚫고 가는 부드럽고 힘찬 강물이다. 동시에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물고기 떼를 연상케 한다. 강물의 흐림과 맑음, 차가움과 따뜻함, 욕망의 넘침과 비움이라는 존재의 안과 밖에 감성의 촉수를 뻗는다. 온몸으로 세상의 풍경을 만들고 스스로 그 마음의 풍경이 되는 물고기 떼들이다. 세상의 안과 밖을 넘나들며 조화로운 긴장관계 속에서 존재의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사물들의 풍경이 그 안에서 끓고 넘치며 가라앉아 있다. 개울을 거슬러 올라가는 맑은 햇살에 젖은 비늘의 몸과 정신을 말리는 물고기 떼들을 연상하면서, 우리는 우리의 삶에 대한 경악과 기쁨을 가눌 수 없게 된다.
김수복(시인, 단국대 문창과 교수)
공광규의 시는 기발하면서도 참신한 발상을 토대로 하고 있다. 생생하면서도 활기찬 언어로 가득 차 있는 것이 그의 시이다. 뿐만 아니라 그의 시는 단아하면서도 단정한 질서를 이루고 있어 잘 정제된 형식미를 깨닫게 해준다. 이런 점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것은 매편의 시에 담겨 있는 크고 작은 지혜들이다.「별국」「소주병」「수퇘지」등의 시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그의 시는 대상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성찰에서 비롯된다. 이들 시에 담겨 있는 지혜의 아름다움은 피로에 지쳐 있는 우리의 일상을 꼼꼼히 되돌아보게 하고 있어 무엇보다 관심을 끈다.
이은봉(시인, 광주대 문창과 교수)
안명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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