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혜 기자의 맛&멋] 파주 광탄 ‘두둑한 한판’

한식대가가 조리한 맛깔나는 상차림
비단잉어와 역돔이 헤엄치는 채소농장
통유리창 전망이 멋진 카페 한 곳에

[사진=두둑한 한판]
[사진=두둑한 한판]

[고양신문] 39번 국도를 달려 고양동을 지나 파주 보광사 방향으로 가는 길은 마치 대관령 고개를 넘는 것 같은 구불구불 산길이다. 개명산을 지나 고령산으로 접어드는 이 길은 울창한 숲을 배경으로, 멀리 나들이 온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며 살짝 설레게 한다. 흔들다리로 유명해진 마장호수 가는 길가에 이색카페가 하나둘 들어서면서 한나절 나들이 코스로 각광받는 동네다.

보광사를 지나 조선 영조의 어머니 숙빈 최씨가 묻혀있는 소령원을 채 못 가서 오른쪽에 ‘두둑한 한판’이라는 커다란 식당이 나타난다. 1층은 고깃집 ‘두둑한 한판’ 2층은 카페 ‘달다롱’, 좌측 언덕 위로는 농장이 눈에 들어온다. 건물 옥상은 하늘로 오르는 계단과 벽화가 있어 인생샷을 찍기에 충분하다. 식당 앞에는 반려견과 나들이 나온 손님을 위한 배려로 애견놀이터가 마련돼 있다.
이 집은 1500평 부지에 식당 건물 300평, 농장 300평으로 조성돼 공간마다 널찍널찍한 것이 매력이다.

[사진=두둑한 한판]
[사진=두둑한 한판]

좋은 재료로 건강한 식사, 두둑한 한판

1층 현관을 들어서면 금붕어와 상추가 공존하는 수조가 먼저 반겨준다. 아쿠아포닉스의 미니어처인 셈이다.

넓은 홀 중앙에는 셀프 바가 마련돼 있는데 쌈채소, 보리술빵, 음료 등 다양한 먹을거리가 무한 제공된다. 이 집에서 제공하는 쌈채소는 아쿠아포닉스 농장에서 직접 재배해 싱싱하고 맛이 좋다. 테이블은 넓어서 편하게 식사할 수 있고 테이블이 거리를 두고 배치돼 옆 테이블에 방해받지 않고 대화하며 식사할 수 있다.

[사진=두둑한 한판]
[사진=두둑한 한판]

장기조 대표의 아내인 한식대가 김경희씨가 개발한 궁채(상추대) 장아찌, 토마토장아찌 등 색다른 반찬이 입맛 돌게 한다. 믿고 먹는 한돈과 호주산 와규를 불판에 구워 싱싱한 쌈채소에 싸서 먹으면 ‘으~음’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생일에 예약하면 쇠고기 넣고 푹 끓인 미역국과 흰쌀밥, 몇 가지 반찬이 놋그릇에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대표메뉴
한돈한판(삼겹살+목살+가브리살+항정살) 6만5000원
프리미엄 와규모듬한판(갈비꽃살+살치살+등심+금가루) 15만8000원
쌈싸먹는 삼겹 짜글이 1인 1만5000원, 완도전복왕갈비탕 1만7000원

[사진=두둑한 한판]
[사진=두둑한 한판]

잉어가 채소를 키우는 곳, 아쿠아포닉스

‘물고기가 키우는 바른채소농장’이라는 이름이 붙은 농장, 아쿠아포닉스. 이 농법의 핵심은 물고기와 식물이 상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아쿠아포닉스 시스템은 식물이 물고기 배설물을 영양분으로 흡수하면서 물을 정화하면 그 물을 다시 물고기에게 주는 형태다.

물고기 양식에 사용한 물에 미생물을 투입하면 물고기 배설물에서 나온 암모니아와 아질산을 질산염으로 분해하는 과정을 거친다. 미생물이 분해한 질산염이 포함된 물을 식물에 주면 식물이 뿌리에서 영양분을 흡수하면서 물을 정화한다. 식물에 의해 여과된 물은 다시 물탱크로 순환해 물고기 양식에 재사용한다. 물이 절약되고 수질오염을 발생하지 않는 친환경농법이다.

[사진=두둑한 한판]
[사진=두둑한 한판]

300평 규모의 ‘바른채소농장’의 커다란 수조에는 비단잉어와 역돔 500여 마리가 살고 농장에는 쌈채소 12종이 가득 자라고 있다. 비단잉어와 채소가 이웃사촌으로 자라는 셈. 살충제를 사용할 수 없어서 벌레가 생기면 손으로 일일이 잡아서 제거한다. 그래서 채소농장에는 일반인의 출입을 통제한다.

잉어가 키운 쌈채소는 1층 식당에서 사용되고, 장 대표가 운영하는 쌈밥전문점으로도 나간다. 이렇게 재배한 채소는 일반 유기농 채소 가격의 5배라고 한다. 고깃값보다 채소값이 더 비싸다. 두둑한 한판은 그런 채소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곳이다. 장 대표는 냉장고에서 한 달까지 보관 가능하다고 귀띔한다.

실내도 정원도 예쁜 공간, 카페 달다롱

2층 카페로 가려면 식당에서 연결된 계단으로 올라가도 되고, 1층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도 있다. 카페는 넓은 공간에 평상같은 자리, 나무 탁자, 푹신한 다인용 소파 등 다양한 형태의 테이블과 소파가 배치돼 있어 취향껏 골라 앉는 재미가 있다. 소파에 앉으면 통유리창 너머로 바라보이는 푸르른 산이 싱그러움을 더해준다.
유리문을 열고 나가면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정원이 나온다. 작은 분수대와 포토존도 있고, 연인들을 위한 알콩달콩한 2인용 의자도 있다.

[사진=두둑한 한판]
[사진=두둑한 한판]

카페 달다롱의 시그니처 음료는 경산대추를 48시간 달여 만든 대추차. 꿀을 더해 풍미가 있고 영양도 맛도 일품이다. 마치 보약 한 컵 마시는 느낌이다. 1층에서 식사하고 올라온 손님에게는 모든 메뉴가 2000원씩 할인된다.

메뉴
진한 대추차·도라지생강차 7500원, 라떼류 7000원, 1인 팥빙수 대추빙수 망고빙수 10000원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보광로 646
0507-1330-7646  031-949-7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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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재료 고심하다 '아쿠아포닉스 농장'에서 답을 찾았죠

[인터뷰] 장기조 두둑한 한판 대표

[사진=두둑한 한판]
[사진=두둑한 한판]

두둑한 한판에서 사장님을 만나려면 농장으로 가야한다. 아쿠아포닉스에서 밀짚모자를 쓰고 일하는 장기조 대표. 모자를 벗고 마주한 얼굴에서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 보통 사람이 아니겠다.

아내 김경희씨와 함께 금융계에 종사하다 20여 년 전 외식업에 뛰어든 장 대표. 처음에는 남다른 아이디어로 상품을 개발해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외식업이 처음이라 망했던 경험도 있다. 큰 실패를 딛고 일어나서 (주)두둑한행복의 CEO로서 착한전복, 제철쌈밥이라는 프랜차이즈사업을 성공으로 이끈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는 한국외식산업협동조합도 만들어 이사장을 지내기도 했다.
“외식인이 공동구매하면 농민들은 판매 고민 없이 소득을 더 올릴 수 있고, 외식인은 식재료비를 10% 정도 절감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며 “6년 전 조직한 협동조합이 지금은 300명 조합원의 조직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두둑한 한판]
[사진=두둑한 한판]

그런 장 대표에게 이곳 두둑한한판은 아픈 손가락이다. 야심차게 문을 연 시점이 2019년 12월. 개업 직후 코로나 사태를 맞아 손해가 막심하다. 하지만 “코로나로 손해가 크지만 손님들에게 입소문이 나서 꾸준히 찾아주시니 힘을 얻는다”고 말한다.

그는 ‘좋은 식자재가 좋은 맛을 낸다’는 믿음이 있기에 전국으로 재료를 찾으러 다녔다. 식당 1층 입구에 크게 그려진 ‘미스터 두둑 식재료 찾기 여정’이라는 지도에 그 노력이 고스란히 담겼다. 직접 재배한 쌈채소, 양평 경기미, 정선 산나물과 꿀, 강경 젓갈, 신안 함초소금, 해남 배추와 시래기, 통영 굴, 포항의 사찰에서 우리콩으로 담아온 된장, 하나하나 발로 뛰며 찾아낸 식재료다.

좋은 재료를 향한 그의 열정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제철쌈밥이라는 쌈밥집을 하면서 유기농 농장과 계약 맺고 거래했는데 유기농이 여름과 겨울에는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요. 가게 옥상에 수경재배를 하면서 직접 키워봤어요. 그러다 아쿠아포닉스를 접하고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유기농이라는 확신을 갖게 됐지요.”

“고깃집을 메인으로 시작한 사업인데 어느새 농장이 삶의 메인의 되어 있다”는 주 대표. 땅값 오를 리 없는 곳에 건물 짓고, 시설투자 잔뜩 하고, 농사짓는 그에게 지인들은 ‘미쳤냐’고 할 정도다. “나쁜 식재료는 음식도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그에게서 확고한 신념이 읽혔다. 요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소금조차 창고에서 11년 묵혀 간수 쏙 빠진 건강한 소금으로 만들어 쓰는 등 뭐 하나 허투루 하는 재료가 없다.

“사람들은 내가 이렇게 하니까 손해보는 줄 알아요. 사실 그렇게 하는 덕분에 손해 안 보고 사는 거예요. 손님들은 드셔보면 대번에 알지요. 한번 온 손님은 꼭 다시 오시고 친구 데려오고 입소문으로 퍼집니다.”
손님들을 향한 장 대표의 감사는 끝이 없다. 
“손님들이 농장을 한번 둘러보면 마니아가 되더군요. 코로나 때문에 많이 힘들 텐데 견뎌줘서 고맙다고 인사하는 손님들 덕에 힘이 납니다.”

음식에 담긴 정성과 진정성은 먹어보면 바로 안다. 두둑한 한판은 친구의 안내로 먹으러 갔다가 가족과 다시 찾게 되는 그런 식당이다. “사람이 먹는 음식에 싼 재료 쓰려면 식당하지 말아야한다”는 장기조 대표의 단호한 말투에서 장인정신이 느껴졌다.

[사진=두둑한 한판]
[사진=두둑한 한판]
[사진=두둑한 한판]
[사진=두둑한 한판]
[사진=두둑한 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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