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규열 ‘붓으로 빚은 도자기’展
23일까지, 스타필드 작은미술관

달항아리 (자화상)
달항아리 (자화상)

[고양신문] 우리나라 조형예술의 으뜸으로 불리는 도자기는 용도가 다양하다. 물과 술, 꽃 등을 담는 그릇으로 사용하지만, 박규열 화가는 도자기에 자신의 마음을 담는다. 스타필드고양 4층 ‘작은미술관’에서 박규열 작가의 ‘붓으로 빚은 도자기’전이 진행 중이다. 한지와 캔버스에 그린 극사실적인 도자기 묘사가 인상적이다.

작가의 초기 화풍은 자신의 그림들을 오리고 붙이는 것이었다. 펜으로 자화상을 하루에 1점씩 그리기도 했고, 교복을 입은 여고생 형상을 흑백으로 그려내기도 했다. 이때까지 그의 그림은 어둡다는 평을 들었다. 그 후 전시장에서 우연히 우리의 전통 도자기를 보고 영감을 얻어, 도자기를 화폭에 담아보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캔버스 자체를 긁고 파는 자신의 작업 스타일과 도자기를 마음으로 만드는 과정은 어울렸다. 주변에서는 그림이 밝아졌다고 했다. 그는 한국적인 느낌의 한지에 서양의 오일 페인팅을 사용함으로써, 전통적인 것을 현대적인 것으로 표현하고, 동양과 서양을 조화롭게 재해석했다. 

박규열 화가 [사진=아트인동산]
박규열 화가 [사진=아트인동산]

“붓으로 빚는 나의 도자기는 내 삶의 모든 것을 담고 있어요. 도자기 그림은 내 마음의 자화상이죠. 도자기에 드러난 선과 균열은 내 삶의 경험이 드러난 손금과 같아요. 캔버스에 한지를 덧붙이고 다시 그 위에 사실적인 형상으로 묘사합니다. 얼핏 보면 이미지가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도자기를 그렸다가 지우고, 다시 그리기를 반복한 것입니다.”

도자기의 섬세하고 자연스러운 크랙(crack)들은 그려진 것이 아니라, 화폭 위를 부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자기를 처음 그릴 때는 실제 있는 것을 그대로 차용해 그렸다고 한다. 잘 그렸다는 소리는 많이 들었지만 감동을 주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도공이 마음에 들지 않는 도자기를 무수히 깨부수듯이, 그는 자신만의 도자기를 계속 시도하고 있다. 앞으로는 형상이 없으면서도 도자기라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할 예정이다.

청자 (자화상) 
청자 (자화상) 

박 작가는 대학 회화과를 졸업한 후 미술 입시학원에서 30년 정도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작업 자체를 한 번도 쉰 적이 없다. “잘 그린다는 말보다는 꾸준히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는 게 더 좋다”면서 “감상하는 분들은 작품 앞에 잠시 멈춰 서서 ‘도자기가 품은 마음’을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전업 미술가협회 회원으로 10회 이상의 개인전과 그룹전에 참여했고, 국립현대미술관 미술은행, 경향신문사, 부산경남은행 등에서 박규열 작가의 작품을 소장 중이다. 6월 24일 시작된 전시는 7월 23일까지 계속된다. 

전시가 열리는 스타필드 작은미술관 모습. 
전시가 열리는 스타필드 작은미술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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