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화탕 한의사』 출간한 최원집 원장

10년간 SNS에 올린 글·그림 책으로 
“아이들에게 ‘아빠’ 보여주는 선물”   
매일매일 쌍화탕 달이며 남들과 소통 

오랫동안 SNS에 올린 글과 사진들을 모아『쌍화탕 한의사』라는 제목의 책을 엮은 최원집 원장.
오랫동안 SNS에 올린 글과 사진들을 모아『쌍화탕 한의사』라는 제목의 책을 엮은 최원집 원장.

[고양신문] SNS 속 짤막한 글이 여러 가지 생각거리를 전하는 경우가 있다. 최원집 한의사가 틈틈이 글을 써서 SNS에 올린 글들은 지인들의 공감과 지지를 얻었다. 그가 이렇게 10년 전부터 쓰기 시작한 건강 관련 글과 그림을 엮어 최근 『쌍화탕 한의사』라는 책을 출간했다. 부제는 ‘한의사 구심이 쓰고 그린 몸과 마음 사용 설명서’다. 

책의 저자 최원집씨는 20년 경력의 한의사로, 현재 의정부시 녹양동에 있는 ‘구심한의원’ 원장이다. 그는 책 읽고 글 쓰고 노래하고 기타 치고 그림 그리고 등산하는 것을 좋아한다. 매일 아침 동네를 산책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최 원장의 호 ‘구심(救心)’에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구해준다’는 의미를 담았다. 

그가 책을 출판한 계기는 뭘까.
“그동안 써왔던 글들이 SNS라는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았어요. 글은 10년 정도 썼고 삽화는 5년 정도 그렸는데, 주변에서 책으로 내보라는 권유가 많아 일사천리로 진행했어요. 스스로 기념하고 싶은 마음과 제가 생각했던 것들을 사람들과 나누자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두 아이한테 ‘아빠는 이런 면이 있다’라는 것을 알려주는 작은 선물로 생각했지요.”  

책의 구성은 1부 인생이야기 ‘일상 속에서 건져낸 작은 깨달음’, 2부 동네 이야기 ‘내가 사랑한 풍경들’, 3부 건강 이야기 ‘한의학으로 다시 보는 건강 레시피’로 나눠진다. 최 원장이 살면서 경험하고 깨닫고 터득한 것들이다. 무인점포, 음주학 개론, 마이너스 건강법 등 한편 한편 읽다 보면 곱씹어 볼 만하다. 

그 중 ‘상향등(High beam)’이라는 글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의 생각을 확장시켜 준다. 밤길에 국도를 달리다 상대방 차의 하이빔으로 눈이 부실 때면 짜증이 나고 불쾌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 자신도 하이빔을 켜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을 때는 무안함과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상향등, 나에겐 편한데 상대에겐 불편하다. 내 안에 그런 것들이 많다.(…) 내가 받는 불편에는 민감하게 살고 내가 주는 불편에는 둔감하게 산다. 남의 허물은 잘 보고 나의 허물은 못 본다. 나 편하자고 내가 켜둔 상향등. 남에게 피해를 주고 해를 입히기도 하는 상향등. 나도 모르게 켜두고 있는 상향등은 없는가.’ 

‘전봇대 가장’이라는 글에서는 저자의 아린 감정이 묻어난다. 그가 한의원에서 만나는 가장들은 아플 여유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어지간한 병과 통증은 그대로 안고 살아간다. 힘들어도 전봇대처럼 버틴다. 

‘녹양동 하늘은 거미줄처럼 전선줄이 덮고 있다. 길목 골목마다 복잡한 전선을 전봇대가 지탱하고 있다. 어쩌다 바라보는 전봇대의 모습은 늘 애잔하다. 전봇대를 보면 힘겨운 가장의 모습이 오버랩 된다. 얽히고설키고, 온갖 짐을 지고, 움직이지 못하고, 버티고, 힘겨워도 쉬지 못하고, 떠나지도 못하고, 가족을 부양해내야 하는.’

글은 일하는 중간에, 퇴근 후에, 아침 일찍 기상해서 틈틈이 썼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만화 그리기를 좋아했다. 글 쓰는 것은 쉽지 않았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일기처럼 조금씩 쓰다 보니 글솜씨가 늘었다. 그림은 스마트폰의 노트 펜을 사용한다. 진료나 건강 관련 강의를 할 때 삽화 한 컷을 보여주면 반응이 좋았다.

쌍화탕은 보약 중에 향이 좋고 효과가 좋은 첫 번째 한약으로 꼽힌다. 최 원장은 5년 전 일산에서 의정부로 한의원을 옮긴 후 매일 쌍화탕을 달인다. 환자와 손님들에게 대접하고 판매도 한다. 이제 ‘쌍화탕 한의사’는 구심 최원집 원장의 대명사가 됐다. 단순한 처방의 쌍화탕이 지치고 병든 몸을 살리듯이 짤막한 그의 글에서는 힘이 느껴진다. 그는 현재 일산의 인문학 모임 ‘귀가쫑긋’ 부회장을 맡고 있으며, 의정부에서는 로타리클럽 등 지역 사회단체에서 봉사활동과 독서모임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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