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원흥동 브런치 카페 ‘양동이’

드립 커피, 지중해식 리조또·파스타 인기 
바리스타·소믈리에 등 자격증 무려 26종
핸드드립 8잔을 한번에… ‘행위예술’인 듯
등단 시인, 손님들에게 자작시 들려주기도 
“이야기가 넘치는 동네 사랑방 꿈꿉니다”

빈티지 감성이 묻어나는 '양동이' 카페 내부.
빈티지 감성이 묻어나는 '양동이' 카페 내부.

[고양신문] 수년 전 영화 <버킷리스트: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것들>이 상영되고 나서 버킷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원흥역 근처 솔밭길에서 브런치 카페 ‘양동이’를 운영하는 조홍래 대표의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는 지금처럼 카페를 운영하는 것이었다고 한다. 상호 ‘양동이’는 ‘버킷리스트’에서 따왔다. 카페의 노란색 간판은 양동이를 걷어차고(버킷리스트는 킥더버킷에서 따온 말로, 중세시대 교수형 혹은 자살 직전에 양동이를 찬다는 데서 유래) 있는 사람이 그려진 일러스트로 꾸몄다. 

카페의 야외 테이블에 앉아 있으면 마치 유럽의 노천카페에 온 듯하다. 통창 너머로 야트막한 숲길이 죽 이어진 녹색이 싱그럽다. 내부 천장은 블루 조명으로 밝혀 화려하고, 세계 유명 화가들의 작품으로 만든 프랑스산 와인통으로 꾸민 인테리어가 컬러풀하다. 조 대표와 친분이 두텁다는 신정균 서예가의 글씨, LP플레이어와 커다란 나팔형 스피커 등 빈티지한 소품들은 예술적인 감성을 한껏 살리고 있다. 

‘양동이’만의 특별한 메뉴 

조 대표는 이전에 프로그램개발과 솔루션 분야의 벤처 창업가로 일한 후 2년 전에 ‘양동이’를 창업했다. 그는 바리스타, 핸드드립, 로스팅전문가뿐만 아니라, 한·중·일식, 제과, 수제맥주 제조, 와인소믈리에, 유기농기능사 등 26개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다. 

카페를 오픈한 후 이곳만의 문화를 만들고자 특별한 메뉴를 만들었다. 메뉴판에는 1인분 외에도 1.5인분이라는 식사량이 적혀있다. 만약 3명이 오면 1.5인분 2가지를 주문해서 뷔페식으로 나눠 먹으면 된다.

“음식은 여기가 아니면 맛볼 수 없는 요리들이에요. 지중해 식사인 ‘무사카 리조또’와 이탈리아 음식인 ‘끓이는 파스타 그라탕’ 두 가지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저 혼자뿐일 거예요. 레시피에 따라 재료를 미리 준비해 놓기 때문에 혼자서도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있죠.”

버섯, 치즈, 소고기, 토마토를 듬뿍 넣고 무쇠 팬에 끓이면서 먹는 파스타 그라탕은 식사 내내 따듯함이 유지된다. 함께 나오는 바게트 빵에 진한 소스를 얹어 먹으면 깊은 맛이 난다. ‘끓이는 로꼬모꼬 그라탕’도 “매일 먹어도 느끼하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중독성이 있어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온 가족이 함께할 수 있는 인기메뉴다.

무쇠 팬에 끓이는 파스타 그라탕.
무쇠 팬에 끓이는 파스타 그라탕.

‘커피 8잔’ 한번에 내리는 장비 개발

카페에는 독특한 과학이 숨어 있다. 그는 낙차를 이용해서 핸드드립 커피 8잔을 한꺼번에 내릴 수 있는 기구를 발명했다. 캣 타워처럼 생긴 이 기구를 이용하면 16잔의 커피를 동시에 만들 수 있다. 커피를 내리는 그의 모습은 마치 경지에 오른 사람이 보여주는 행위예술 퍼포먼스 같다. 커피 향과 맛을 오래 머금을 수 있는 특별한 잔도 만들어서 일반 원두를 사용하면서도 특별한 맛을 낸다. 맛 좋은 드립 커피 가격이 3000원대이니 파격적이다. 

와인과 맥주, 머신 커피도 판매하지만 거의 모든 손님이 핸드드립 커피를 마신다. “커피가 맛있기 때문에 식사에 끼워서 제공하는 서브가 아니라 메인으로 판매한다”는 조 대표의 말에서는 자신감과 자부심이 느껴진다. 그가 한잔 가득 내려주는 에티오피아 커피는 향기로우면서 진하다.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는 조홍래 대표,
핸드드립 커피를 내리고 있는 조홍래 대표,

평생학습카페 지정, 다채로운 특강 진행

조 대표는 올 초부터 매일 시를 써서 <문학고을>과 <한국작가>에 응모해 두 곳에서 등단했다. 시는 읽혀야 의미가 있다고 믿기 때문에, 그는 손님들에게 자신의 시 ‘쌍계사 화등’, ‘생강나무’, ‘에디오피아 커피’를 낭송해 주곤 한다. 올해는 고양시의 ‘평생학습카페’로 지정돼 9월 6일 월요일에 허형만 시인을 초대해 ‘시의 이해와 시 창작법’에 대한 강연을 진행한다. 11월에는 8종류의 드립 커피를 내려서 32가지 맛으로 블렌딩하는 방법을 공개할 예정이다. 

“제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노하우를 사람들에게 무료로 나눠주고 가르쳐주고 싶어요. 특히 취업이 힘든 젊은이들에게 도제식으로 전수하고 싶어요. 공부를 하고 훈련을 하면 저처럼 1인 창업이 가능하죠. 양동이는 여러분이 인생을 사는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을 하고, 꼭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고, 양동이를 발로 걷어차듯이 모든 난관을 이겨내기를 권합니다.”

그는 앞으로 이곳에서 유기농 농산물을 거래하고, 벼룩시장을 열어 문화를 공유하는 허브 역할을 하고자 한다. 많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그의 바람을 실현하고 있는 이곳은, 마음씨 좋은 동네 아저씨가 운영하는 인간미가 물씬 풍기는 유쾌한 사랑방이다. 

주소 고양시 덕양구 솔밭1길 30-9 
문의 031-963-9635(월요일 휴무)

커피로스팅 기계와 책장의 책들. 
커피로스팅 기계와 책장의 책들. 
원흥동 솔밭길에 자리한 브런치카페 ;양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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