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파주 인문학서점 ‘책 읽는 부엉이’

등단시인 감성으로 꾸민 특별한 북큐레이션 
인문학 사랑하는 이들 모이는 행복한 사랑방
꿈꾸고, 떠나고, 책 엮어내는 여행의 둥지    

다양한 인문서로 꾸민 서점.
다양한 인문서로 꾸민 서점.

[고양신문] 여행을 떠나고 책을 읽기에 좋은 계절이 왔다. 고양시에서 그리 멀리 않은 파주 탄현면 대동리 마을에 이 두 가지를 한꺼번에 만족시켜주는 곳이 있다. 대동리는 우리나라에서 북한과 제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아담한 시골 마을이다. 얼마 전에는 자유로에서 대동리로 바로 진입할 수 있는 길이 뚫려서 방문하기가 더 편해졌다. 이곳에 이덕완 시인이 운영하는 인문서 전문 서점 ‘책 읽는 부엉이’가 있다.

서점 정원에서 방문자를 맞는 부엉이가족.
서점 정원에서 방문자를 맞는 부엉이가족.

지식과 지혜 나누는 ‘부엉이 시인’

이덕완 대표는 2000년 대한매일 신춘문예에 ‘건봉사 불이문’이 당선되며 등단한 시인이다. 법대를 졸업한 그는 시와 거리가 있는 삶을 살다가, 45세에 중앙대 예술대학원 문창과에 진학했다. 입학 후 8개월 만에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졸업 후에는 자신이 공부한 그곳에서 11년 동안 시 창작 강의를 이어 나갔다. 

학교를 떠난 뒤부터 지금까지 재야에서 인문학 강의를 계속하고 있다. 파주중앙도서관을 포함해 화성, 인천 등지에서 일반 시민들과 군인, 공무원을 대상으로, 현재 이곳에서는 일주일에 4번을 비대면 강의 중이다. 수강생은 40대부터 60대까지 40명 정도 된다. 보통 10년 정도 이 대표와 함께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이덕완 '책읽는부엉이' 대표.
이덕완 '책읽는부엉이' 대표.

서점 입구에는 커다란 부엉이 조형물 세 마리가 서 있어서 오가는 이들의 이목을 끈다. 부엉이는 지혜의 여신 아테나를 상징한다. 서점이란 지식과 지혜를 유통하는 곳으로, ‘책 읽는 부엉이’는 마치 시인 자신을 지칭하는 듯하다.

서점의 전면에 보이는 ‘꼭 읽어야 할 인문서 100권’ 코너가 남다르다. 그 외 ‘꼭 읽어야 할 시집 100권’, ‘2021 함께 읽는 인문서 50’, ‘꼭 읽어야 할 소설’, ‘책방주인 시집’, ‘타로 서적’ 등 각각의 문패가 달려 있다. 혼자서 책을 읽거나 모임을 하기에 적합한 테이블도 몇 개 갖췄다.

서가 옆에 진열된 부엉이 인형들.
서가 옆에 진열된 부엉이 인형들.

인문학 핵심은 타자에 대한 이해

6년 전 10여 명이 모여 공부를 할 때 정해진 장소가 없어서 여러 곳을 옮겨 다니다 보니 불편했다고 한다. 약 4년 전에 이곳에 30평 규모의 서점을 마련했다. 꼭 읽어야 할 책을 엄선해 진열대 위의 도서를 계속 교체한다. 이 대표가 인문학 책을 선정하는 기준은 뭘까. 

“예전에는 인문학이라고 하면 문사철(文·史·哲)을 일컬었지만, 지금은 그 경계가 없어지고 폭도 넓어지면서 다양해졌지요. 문사철 외에 예술과 종교, 그리고 일반적으로 알아야 할 것 등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다양하게 선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중에서 『코스모스』, 『사피엔스』, 『이기적유전자』, 『총·균·쇠』 등의 책을 기본으로 기초 과학 쪽 강의도 하고 있죠.”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궁극적으로 타자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인문학적인 실천을 통해 수강생들이 긍정적으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크다. 사람들은 그를 ‘교수님’라고 부르며 앞으로도 오래 강의를 해 달라고 말하지만, 그는 정작 시인으로 불리는 것이 제일 좋다고 한다. 

아름답게 꾸며진 서가. 
아름답게 꾸며진 서가. 

여행에서 얻은 영감으로 시 창작

그는 사람들과 함께 여행을 다니는 프로그램도 진행했다. 한 달에 한 번은 국내 여행을, 1년에 두 번은 외국 여행을 했다. 몽골, 티베트, 네팔, 차마고도, 실크로드 등 오지를 주로 다녔다. 특히 몽골은 『지상의 마지막 오랑캐』라는 산문집을 출간한 후배 이영산 작가와 동행했고,  두 사람은 우리나라에서 ‘몽골 전문가’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걸 보여주듯이 서점 한쪽 벽면에는 드넓은 고비 사막 사진이, 맞은편 벽면에는 그가 직접 그린 몽골의 유명 암각화 그림이 걸려있다. 

서가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그의 시집 『늑대처럼 살펴가소서』에도 몽골 관련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몽골에서 손님을 대접하고 보낼 때 최고의 인사말이 ‘촌식야와레!(늑대처럼 살펴가소서)’인데 그 말이 좋아서 시집의 제목으로 지었다고 한다. 스스로를 늑대의 후손으로 생각하는 몽골인들에게 늑대는 신중하고 현명한 동물을 의미한다. 요즘 이 시인은 분단의 상징성이 담긴 임진강에 대한 시를 쓰고 있고, 조만간 시집으로 엮어 출간할 예정이다. 

'꿈엔들' 출판사에서 출간한 시집과 인문서. 
'꿈엔들' 출판사에서 출간한 시집과 인문서. 

숨은 역사 재조명하는 출판 작업 

또 다른 코너를 장식하고 있는 타로 서적들을 보고 조금 의아하다는 생각이 들어 이유를 물었다. 
“타로는 신화, 종교, 역사 등 인문학과 관계가 깊기 때문에, 타로를 통해 다양한 인문학적 이야기를 해주고 있어요. 특히 심리상담을 적용해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합니다. 힘들거나 어떤 문제가 있을 때 타로 카드를 매개로 이야기를 나눠요. 친구 사이에 힘든 일이 있을 때 소주를 매개로 대화를 나누는 것과 같죠. 35세 미만인 사람은 봐주지 않습니다.” 

이곳은 단순한 서점이 아니다. 사람들과 함께 공부를 하는 인문학 카페이고 여행을 꿈꾸는 장소이자 소외된 역사를 재조명하는 출판사이기도 하다. 출판사 ‘꿈엔들’에서는 그동안 『유목민이야기』, 『쿠빌라이칸』, 『밀레니엄맨 칭기스칸』 등 몽골 관련 다수의 책을 출판했다. 최근에는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맞서 싸운 전설적인 독립영웅에 대한 책 『아프간 불멸의 전사 마수드』를 새롭게 출간했다. 

꼭 읽어야 할 인문서 100권. 
꼭 읽어야 할 인문서 100권. 

“맛집 들른 후 서점에도 들러주세요”

시인이 사람을 대하는 태도는 지극하다. 어머니의 영향을 받았다고 한다. 무학이지만 책을 많이 읽고, 사람이 살아가는 도리로 ‘봉제사접빈객(奉祭祀接宾客, 조상 제사와 손님 접대를 중요시하는 태도)’을 실천했던 어머니를 보고 자라서인지, 그는 사람들이 찾아오면 직접 내린 커피나 차 등을 대접한다. 

“이곳의 제일 큰 역할은 사람들이 모여서 공부를 하고 음식을 해 먹고 파티를 하는 곳이에요. 인문학의 꽃은 대화를 하고 소통하면서 음식을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을 바로 옆에 유명한 맛집이 있는데요. 식사 후 서점에 들르셔서 천천히 책을 둘러보고 가면 좋겠어요.”

주소 : 파주시 새오리로 339번길 22
문의 : 010-3755-8462

[크기변환]꼭 읽어야할 시집 100권 서가 위로 이 대표가 그린 몽골 암각화
꼭 읽어야할 시집 100권 서가 위로 이 대표가 그린 몽골 암각화가 보인다.
타로서적 코너. 
타로서적 코너. 
책방주인의 시집을 모아놓은 코너. 
책방주인의 시집을 모아놓은 코너. 
파주 탄현면 대동리에 자리한 '책읽는 부엉이'.
파주 탄현면 대동리에 자리한 '책읽는 부엉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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