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터민의 북한음식 강의 ‘랜선쿡!톡! 맛있는 평화통일’

 

[고양신문] “물이 쌩쌩 끓을 때 면을 넣습니다.”

물이 쌩쌩 끓는다니? 무슨 뜻인지 알아듣기는 하겠지만 조금은 낯선 북한말이 들린다. 북이탈주민이 알려주는 북한음식 강좌의 현장이다. 

2일 토요일 저녁에 찾아간 주엽커뮤니티센터에서는 ‘랜선쿡!톡! 맛있는 평화통일’이라는 의미있는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평화통일교육 공모사업으로 고양시민회가 주관한 이 행사는 북이탈주민에게 북한음식을 배우며 북한의 이야기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비대면으로 진행해 좋은 반응을 얻어 올해는 평화팀(9월 25일~10월 9일), 통일팀(10월 23일~11월 6일) 두 팀으로 나눠 3회씩 팀별로 20가족씩 모집했다. 횟수와 인원을 늘려 모집했지만 일찍 마감되고 대기자까지 줄을 섰다.

이날의 메뉴는 농마국수와 막가리 지짐. 둘 다 감자를 이용한 양강도 음식이란다. “잔치나 명절 때는 농마국수를 대접해야 잘 먹었다는 소리를 듣습네다. 진짜 농마국수는 양강도와 함경도에서나 먹을 수 있습네다.”

지난해 남으로 왔다는 북이탈주민 김은덕씨와 조숙영씨가 농마국수를 만들며 이야기를 들려준다. 줌으로 연결된 참가자들은 화면 속에서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이며 “탱글탱글 맛있어요”,  “또 먹고 싶어요” 등 반응이 뜨거웠다. 

김은덕씨는 “어린 아이들이 있어서 얘기를 어디까지 이해하고 들을까 걱정됐다”며 “새세대 아이들이 북한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 걸 보고 통일을 지향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조숙영씨는 “어린이들에게 북한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어 잘됐다고 생각하고 북한아이들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황희선 고양시민회 교육위원이 진행을 맡아 북한음식배우기를 마친 후에는 북이탈주민 강사와 함께 북한 생활에 대한 토크, 퀴즈로 북한 생활 맞추기가 진행돼 90분의 시간이 모자랄 정도였다. 

‘랜선쿡!톡! 맛있는 평화통일’에서는 두부밥, 농마국수와 막가리지짐, 인조고기밥과 속도전떡 등 이름도 생소한 북한 음식을 배운다. 농마국수는 감자전분을 원료로 한 잔치국수 비슷한 음식, 막가리지짐은 감자를 갈아만든 감자전, 두부밥은 두부를 직접 튀겨서 밥을 넣고 양념장을 얹은 북한의 대표적인 길거리 음식, 인조고기밥은 콩고기 안에 밥을 넣은 것이고, 속도전떡(일명 펑펑이떡)은 펑펑이(옥수수의 북한말) 과자를 가루로 만들어 물을 섞어 반죽한 떡인데 인절미처럼 쫀득하다. 시중에서 구하기 어려운 재료도 있어 참가자들은 센터에서 준비된 재료를 받아다가 방송을 보며 함께 만든다. 

이진희 주엽커뮤니티센터장은 “아이들이 너무 재밌게 참여해줘서 고맙다”라며 “북이탈주민과 아이들, 고양시민이 음식을 매개로 가까워지고 북한을 이해하는 시간이 되어 보람있다”고 말했다.

이 행사는 우리가 알던 것과 많이 다른 실상을 북이탈주민의 입을 통해 생생한 이야기를 듣고, 북한을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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