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함께하는 이웃 - 이혜봉 한국하모니카연맹 회장

우리나라 하모니카 역사의 산 증인
늘 즐겁게 연주하니 몸도 맘도 건강
2024년 국제대회 개최 준비로 분주 
“하모니카 박물관 만드는 것이 꿈”

[고양신문] 평생 한 우물을 판 명인이 있다. 국내외 연주 500여 회 이상, 방송 출연 1000회 이상, 하모니카 교본 50여 권 저술, 음반 30여 회 취입, 하모니카 합주 팀 10여 개를 50여 년 동안 지도하고 지휘했다. 세계 하모니카협회 한국 지회장과 코리아 하모니카 앙상블 리더를 맡고 있다. ‘하모니카 역사의 산 증인’이라 불리는 이혜봉(79세) 한국하모니카연맹 회장 이야기다. 

국위를 선양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에는 ‘올해의 최우수 예술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의 연주를 들은 사람들은 악기에서 나오는 아름다운 선율과 현란한 연주에 사로잡힌다. 우리나라 하모니카 인구는 총 350만 명으로 추정되는데, 그중 200만 명 정도가 이 회장에게 배웠다고 한다. 전국에 연맹 지부는 22개가 있다. 그가 가르친 고양시의 제자가 11살에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한 것 외에도 수많은 제자들이 수상하였고, 전국적으로 700명의 강사를 배출했다. 

이혜봉 회장이 하모니카를 처음 접한 것은 7살 때였다. 6·25전쟁 통에 부산 피난지에서 집안 형이 하모니카를 부는 모습을 보고 시작했다. 혼자서 1주일 동안 연습해서 ‘학교 종’을 불었다. 고등학교에 입학해서는 하모니카 반에 들어갔다. 그 이후로 하모니카는 항상 그와 함께했다.

“하모니카 사이즈가 다양하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하모니카 반에서 이론과 체계를 제대로 배울 수 있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72년이 흘렀습니다. 다른 악기로는 구사할 수 없는 소리를 연주할 수 있어요. 휴대하기가 편하고 가격도 저렴합니다. 하나를 가지고 40가지의 소리를 낼 수 있죠. 기타곡, 피아노곡, 바이올린곡 등 어떤 음악이든 다 연주할 수 있어요.” 

연맹 사무실에 진열중인 하모니카와 관련 자료들
연맹 사무실에 진열중인 하모니카와 관련 자료들

30대에 가정을 꾸리고 나서는 수입이 적어 그만두려고도 했다. 때마침 오아시스 레코드사 손진석 사장의 주선으로 가요, 학생곡, 명곡을 취입한 후에는 수입이 늘었고 방송 출연을 하게 됐다. 지금도 학생들에게 강의를 할 때 그는 늘 말한다. “뭐든지 좋다. 한길로 가라. 이거 괜찮을까, 저거 괜찮을까 망설이다가는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 세상에 쉬운 것은 하나도 없다. 고통을 거친 다음에야 성공이 온다.”

다른 악기와 달리 하모니카는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연맹이 있고, 세계연맹이 있다. 이 회장은 세계대회 심사위원이다. 아시아연맹은 2년마다 국제대회를 개최한다. 우리나라는 2024년개최지로 결정됐다. 그해 8월 12일부터 16일까지 5일간 아시아와 태평양을 아우르는 페스티벌  기간 동안 40개국에서 4000여 명이 참여할 예정이다. 내년 8월에는 국내 행사지를 구체적으로 선언해야 하기 때문에 장소 결정이 시급하다.  그의 필생의 염원은 하모니카 박물관을 건립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야구회관과 축구회관은 있지만 음악 회관은 없어요. 하모니카 회관을 하나 만들어서 국제대회도 개최하고 교육과 전시도 하고 싶어요. 현재 방치되어 있는 양주시의 2000 평 규모의 조각공원에 박물관을 건립하기 위해 제안서를 만들었어요. 그동안 제가 모은 하모니카 4000점, 악보, 상장, 포스터 등 하모니카에 관련된 모든 자료를 기증하려고 합니다.”

하모니카 국제대회 포스터와 사진들
하모니카 국제대회 포스터와 사진들

그는 외국에 나가면 특이한 하모니카와 LP판은 무조건 사 모았다. 원흥역 근처에 있는 연맹 사무실 창고 곳곳에는 하모니카, 비디오, 상패, 메달 등 관련 자료가 가득하다. 하모니카는 버튼이 하나 있는 것, 두 개 있는 것, 붙어 있는 것 등 종류가 다양하고, 크기도 2.5cm부터 1m까지 수두룩하다. 

하모니카를 불면 좋은 점은 뭐가 있을까.
“정서적으로 좋은 것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 지금까지 내 나이를 제대로 보는 사람이 없는데요. 이 나이 먹도록 병원에 입원하거나 수술한 적도 없어요. 특별한 운동을 하거나 보약을 먹지도 않았고요. 왜 그럴까 생각해 봤더니 하모니카를 연주하면서 들이마시는 숨쉬기 덕분이에요. 동전을 냉장고에 넣어 놓으면 탈취 효과가 있다고 하죠. 하모니카 내부는 바로 이 동으로 만들어졌어요. 저는 아직까지 배도 안 나왔고, 계단을 두세개 오르내리기도 문제없습니다. 코골이, 호흡장애가 사라지고, 천식에 걸린 사람들은 1년 뒤에 낫기도 합니다. 이미 의학적으로도 효과가 많다고 알려져 있어요. 대신 늘 청결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그는 늘 산다는 것은 노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운동하는 것도 노는 것, 노래하는 것도 노는 것”이라며 즐겁게 생활하고 있다. 1주일 내내 하던 수업이 코로나로 중단된 상태지만, 다음 달부터는 가능하리라 기대한다. 작년부터는 유튜브에 연주방법과 교육 자료를 올리고 있다. 30년 함께한 하모스타앙상블, 5년 된 코리아앙상블, 국제대회 연주 실황, 오케스트라와 독주 영상 등도 400여 곡이 올라와 있다. 한국 하모니카의 거장이 들려주는 연주는 특히나 아름답다. 

아름다운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준 이혜봉 회장.
아름다운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준 이혜봉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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