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형조 사진전 ‘공세종말점’
~11월 22일까지, 파주출판도시 플럼라인

촬영 후 다채로운 편집작업 거쳐 
또다른 관념과 이미지로 재탄생 

작품명 '셋업'
작품명 '셋업'

[고양신문] 사진은 일반적으로 풍경과 인물을 대상으로 하지만, 최근에는 현실이 사이버와 메타버스 같은 가상현실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진예술도 진화하는 중이다. 이러한 변화의 과정에 서 있는 젊은 작가가 있다. 15일부터 파주출판도시 플럼라인에서 개인전 ‘공세종말점’을 진행 중인 문형조 사진작가다. 전시에서는 그의 실험적인 작품 19점을 감상할 수 있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촬영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촬영한 후에 작업하는 과정도 중시합니다. 사진을 편집하면 이미지 자체가 변화하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사진이라기보다는 하나의 관념이라고 할 수 있죠. 표현하려는 주제가 명확하지는 않을지라도, 제 작품을 통해서 또 다른 이미지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담았습니다.”

문 작가는 이미지를 스캔, 드로잉, 포토샵, 스크린샷 등으로 표현한다. 그의 작품은 광고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재구성된 이미지는 많은 정보를 담으면서도 특정한 의미를 담지 않는 새로움을 생성한다. 

사진예술의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고 있는 문형조 사진작가.
사진예술의 새로운 영역을 탐험하고 있는 문형조 사진작가.

전시 제목인 ‘공세종말점’은 군사용어다. 부대가 진격할 수 있는 한계점, 끝이 되는 지점을 말한다. 문 작가는 오랫동안 작품 활동을 하면서 사전적 의미의 사진의 시대가 저물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사진의 힘이 종말에 다다른 것이 아닌가 생각했어요. 동시에 새로운 사진예술이 출발하기도 하고요. 지난 3년 동안 계속해온 ‘제로 포인트(Zero Point)’ 연작 시리즈도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중앙대 사진학과를 졸업한 후, 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하다 올해 1월 귀국했다. 미국에서 개인전과 단체전은 여러 차례 했지만, 국내에서 여는 개인전은 처음이다. 그동안 국제사진센터, 나스 프로젝트 스페이스, 발라렛 국제 사진 비엔날레 등에서 그룹전을 했다. 2019년 일레인 파인만 뉴 포토그라피 어워드와 더 레퍼런스 아시아 사진상의 최종후보로 선정된 바 있다. 2017년 작품집 『Cheat Code Editor』를 출간했다. 

작품명 '해무'
작품명 '해무'

전시장 1층 안쪽에 진열된 ‘해무’라는 작품의 원본은 인터넷에서 찾은 것이다. 원본과 다른 점은 모자이크 처리된 부분이 3군데 있다는 것이다. 흐릿한 모자이크 뒤편의 모습이 무엇일까를 상상하는 것은 관람객의 해석으로 남겨둔다. 공간은 세잔느의 그림처럼 구겨져 있고 해변은 생명의 움직임이 어렴풋하게 포착된다. 시간과 공간이 엇갈릴 때 나타나는 형상을 다층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의 작품에는 현대인을 상징하는 아이폰이 많이 등장한다. ‘무명용사묘의 초병들’이라는 작품은 미국 현충원에 있는 무명용사묘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작품 속 2대의 아이폰은 묘를 지키는 병사들을 의미한다. “군인들은 무형의 대상을 지키고 있는데요. 그 모습이 애국심이나 희생에 대한 경외심 등 손에 잡히지 않는 가치들을 수호하고 있는 것 같았어요. 휴대폰을 항상 쥐고 있는 요즘 시대의 우리 모두는 어떤 가치를 지키려고 하는 것일까를 연상했습니다.” 

작품명 '무명용사의 초병들' 
작품명 '무명용사의 초병들' 

향후에는 “현실과 가상 공간 사이의 간극을 새로운 기법으로 묘사해 내겠다”고 말하는 그의 작업은 종말점이 아니라 변곡점이라고 말하는 것이 적합할 듯하다. 경기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이번 전시는 11월 22일까지 계속된다. 전시를 진행 중인 플럼라인은 갤러리뿐만 아니라 음악회, 소모임, 영화 감상 등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전시장소: 플럼라인(PLUMBLINE) 
주소 :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1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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