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해제에 평생 헌신해
주거지역 그린벨트해제 결실
킨텍스 고양유치에도 큰 역할 

[고양신문] 고양시 시민운동의 큰 어른 강태희 선생이 지난 25일(음 9월 20일)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향년 92세. 지역사회를 위해 평생 헌신했던 고인의 삶이 제대로 비춰지기도 전에 홀연히 떠나셔서 안타깝고 슬프기만 합니다. 고인은 고양시자족권시민연대회의 상임대표를 맡아 일산신도시 건설과정에서 무산된 국제전시장 등 자족시설을 유치하기 위한 범시민운동을 이끌었습니다. 이 운동은 후일 킨텍스 고양유치운동으로 이어졌고, 시민 6만여 명이 동참하는 서명운동으로 확산돼 킨텍스 고양유치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고인은 20대 청년시절부터 농민운동, 그린벨트반대운동 등 지역주민을 위한 다양한 권익옹호운동을 벌였고, 70대에 시의원에 당선돼 잠시 공직활동도 했습니다. 시의원 6년을 빼고 인생 대부분을 시민운동가로 살았던 고인은 누가 알아주든지 말든지, 줄기차게 권력과 관료에 저항하는 민의 대변자로 활동했습니다. 

특히 그린벨트 정책의 불합리함을 고발하고, 합리적인 조정과 해제를 위해 싸웠던 고인의 공로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큽니다. 고인은 그린벨트해제전국연합회장을 맡는 등 그린벨트 반대운동을 전국적인 이슈로 만들었고, 정부가 이미 개발된 주거지역의 그린벨트를 해제하기까지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강태희 선생의 헌신적인 활동이 없었다면 그린벨트 해제는 요원한 구호에 멈췄을 겁니다. 

고인은 부모께 물려받은 그린벨트의 땅을 팔아 그린벨트 해제운동을 유지했습니다. 후일 그린벨트가 해제돼 그린벨트지역의 수많은 주민들이 경제적 혜택을 복원했지만, 정작 그린벨트 반대운동에 평생을 바쳤던 고인에겐 아무것도 남은 것이 없었습니다. 고인의 삶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조금 더 일찍 공론화하고 치하하지 못한 점이 못내 아쉽기만 합니다. 2019년 고양신문 30주년 기념식을 통해 고양신문의 이름으로 강태희 선생께 제1회 아름다운 시민상을 드렸지만 고인의 삶을 치하하기에는 너무 작은 것이었습니다. 비록 선생은 떠나셨지만, 뒤늦게나마 선생의 삶이 고양의 역사에 차지하는 가치를 제대로 조명할 수 있는 날이 올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언제 어디서나 권력과 관료를 향해 내질렀던 그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생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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