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재정 의존성, 5년 새 5배 증가... 기업이 내는 법인소득세 너무 적어   

국가재정 의존성, 5년 새 5배 증가
지방세 비율은 38.5→28.5%로 감소
비슷한 인구 수원·용인·성남에 비해
기업이 내는 법인소득세 너무 적어   

[고양신문] 고양시의 2021년 재정자립도는 34.7%다. 고양시가 고양시민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 등 수입만으로는 고양시 한해 살림살이로 쓸 돈의 34.7%만 감당한다는 뜻이다. 나머지는 모두 국가나 경기도 재정에 의존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재정자립도는 총 세입에서 자체적으로 거둬들일 수 있는 세입의 비율이다. 수식으로는 ‘재정자립도 = (지방세+세외수입) / 전체세입’이다. 한마디로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지자체 스스로 살림을 꾸릴 수 있는 능력이다.   

경기도에서 재정자립도가 가장 높은 성남시는 성남시민으로부터 거둬들이는 세금 등의 수입만으로도 세출의 58.5%를 감당할 수 있는 반면, 가장 낮은 동두천시는 겨우 14.4%를 제외한 나머지를 모두 정부, 경기도 등 외부에 의존하고 있다. 범위를 넓혀 전국 수준에서는 서울시가 77%로 가장 높았고 경북 청송군은 7%에 불과해 가장 낮았다. 

지방교부세·조정교부금 비중 높아지고
지방세 비중은 점점 낮아지는 구조 

고양시 재정자립도 추이를 보면 2017년을 기점으로 경기도 평균 아래로 떨어졌다. 경기도 평균 재정자립도가 2017년 이후부터 계속 떨어지지만 고양시의 하락폭이 더 크기 때문에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다. 2014년과 비교해 2021년 재정자립도를 보면, 경기도 31개 시군 중에서 고양시는 광주시, 과천시 다음 세 번째로 감소폭이 큰 지자체로 나타났다. 

고양시의 2014년 재정자립도는 47.8%로 경기도 내에서는 광주시, 성남시, 용인시, 화성시, 수원시 다음으로 여섯 번째로 높았지만 2021년 현재는 12위로 밀려났다. 2017년부터 자체 세입만으로는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어 국가로부터 지방교부세를 받게 되는 교부단체가 되면서 재정자립도는 크게 떨어져다. 

특정 지자체에서 재정수요에 비해 세입이 부족하면, 국가가 나서서 내국세의 일정비율(19.24%) 범위에서 각 지자체에 ‘지방교부세’라는 명목으로 세입 부족분을 메워준다. 즉 지방교부세는 지자체 간의 세입 불균등에 따른 재정력의 격차를 국가가 조정하기 위해 설치한 세제다. 마찬가지로 경기도 역시 시군별 재정력 격차를 조정하기 위해 도세의 일부를 ‘조정교부금’이라는 이름으로 시군에 배분한다.

고양시가 국가로부터 배분받는 지방교부세, 경기도로부터 배분받는 조정교부금의 액수는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고양시가 배분받는 지방교부세는 2017년 447억원에서 2021년 2503억원으로 5배 넘게 증가했다. 고양시 전체 세입에서 지방교부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3.4%에서 11.7%로 증가했다. 고양시가 배분받는 조정교부금 역시 2017년 1100억원에서 2021년 2188억원으로 증가했다. 비율은 8.5%에서 10.2%로 증가했다.

반면 고양시가 거둬들이는 지방세가 전체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지방세 액수는 2017년 5005억원에서 2021년 6129억원으로 완만하게 증가했지만 비율은 38.5%에서 28.5%로 떨어졌다. 

이처럼 고양시 전체 세입에서 지방교부세, 조정교부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증가하고, 지방세의 비율은 감소하기 때문에 고양시의 재정자립도가 떨어진다. 

지자체 재정의 국가 의존 고착화
지방분권의 핵심 ‘재정분권’에 역행  

어쨌든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을 많이 가져오면 세입이 증가하고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는 예산이 늘어나기 때문에 고양시로서는 좋지 않을까. 여기에는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동시에 존재한다. 

먼저 긍정적인 측면에서 ‘재정자주도’라는 지표가 사용되고 있다. 수식으로는 ‘재정자주도 = (지방세+세외수입+지방교부세+조정교부금) / 전체세입’이다.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이 클수록 재정자주도는 높아지게 된다. 

재정자립도가 전체 세입에서 자체 세입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라면, 재정자주도는 세입에서 지자체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세출이 얼마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재정자립도가 ‘자체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돈’에 초점이 맞춰진다면, 재정자주도는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에 초점이 맞춰진다.

자율적으로 쓸 수 있는 돈이 많아 좋다고 볼 수 있지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재정자주도를 지나치게 강조할 경우, 지자체가 국가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자치분권의 핵심인 재정분권에 역행하는 일면이 있다. 재정분권의 척도로서 재정자주도 보다 정확하게 나타내는 지표는 바로 재정자립도다.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는 불안정성도 부정적인 요소다. 고양시정연구원 석호원 연구원은 “국가나 광역자치단체의 재정 상태에 따라 기초지자체에 내려오는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의 크기가 달라진다. 그리고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과 관련한 법령이 개정되거나 교부세율이 바뀔 경우에도 금액은 변동될 수 있다. 결국 지방교부세와 조정교부금이 아닌 자체 세입이 어느 정도이냐가 그 지자체의 재정력을 말해준다”고 설명했다. 

지자체별 기업이 내는 세금 격차가
재정자립도에 가장 큰 변수   

재정자립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체 세입에서 지방세의 비중이 커야 한다. 지방세에는 지방소득세, 주민세, 재산세, 자동차세, 지방소비세, 담배소비세, 자동차세 등 여러 세목이 포함된다. 

고양시의 2021년 지방세 총액은 6128억6800만원으로 성남의 54%, 용인의 66%, 수원의 68% 수준에 머물러 있다. 경기도 내 인구수 상위 5개 지자체 중 고양시의 지방세 총액이 가장 적은 가장 큰 이유는 지방소득세, 주민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고양시정연구원 석호원 연구원은 “고양시 재정의 가장 큰 걸림돌은 지방세의 중요한 한 항목인 지방소득세다. 지방소득세 중에서도 법인지방소득세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법인지방소득세는 성남의 3분의 1수준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성남시에는 카카오, 넥슨, 안랩, 엔씨소프트 등 굵직한 IT기업들이 대거 입주한 판교테크노밸리가 있고, 수원시와 용인시에는 삼성이라는 재벌그룹이 있기 때문에 세입재원이 고양시보다 풍부하다.  

석 연구원은 이어 “고양시는 인구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주민세를 그다지 많이 거둬들이지 못하고 있다. 해당 기업의 종업원에게 지급한 월급여 총액의 일정부분을 사업주가 내게 되어 있는데, 이 ‘주민세 종업원분’이 고양시는 비슷한 덩치의 수원, 용인, 성남에 비해 턱없이 적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대기업과 산업 유치가 관건이다. 고양시는 현재 일산테크노밸리, 방송영상밸리, 창릉신도시 등 기업 유치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 석 연구원은 “고양시의 재정자립도가 높아질 여지는 있다. 향후 고양시가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이 많은 도시로 자리 잡게 되면 기업으로부터 징수하는 법인지방소득세가 증가한다. 기업유치에 따라 부수적으로 건물이나 토지의 가치가 상승하면 재산세가 늘어나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모든 지자체가 힘을 쏟는 대기업과 산업 유치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큰 틀에서 제도적 개선을 통해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것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현재 8대 2 수준인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을 7대 3로, 혹은 나아가 6대 4로 단계적으로 전환시키는 방법이다. 이는 재정권이 중앙에 종속된 데에는 조세체계가 국세 위주로 지나치게 편향된 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전환에 대한 저항을 극복해야 한다. 국세 일부를 지방으로 이양하는 방식으로 국세 대비 지방세 비율을 높이면 지방교부세 의존도가 이미 높아져버린 지자체의 저항을 무마할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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