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과 함께하는 이웃 - 김영숙 새마을문고고양시지부장

중·고 학부모지도단장 지내며
모범 되는 봉사자 되려 노력
환경교육·장애인프로그램에 집중
“소중한 경험 사회 환원하고파” 

  

김영숙 새마을문고 회장
김영숙 새마을문고 회장

[고양신문] 새마을문고. 국민의 78%가 문맹이던 시절, 마을마다 조그마한 도서실을 만들어 책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는 사회를 구현하겠다는 신념에서 시작되어 이제 60년 역사가 흘렀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변화를 거듭하면서, 현재는 시 단위로 한 곳씩 두고 새로운 방향성을 모색하고 있다. 독서 불모지에서 국민들의 계몽에 앞장섰던 새마을문고 고양시지부에 올해 4월 김영숙 회장이 취임했다.

25년차 고양시민인 김 회장은 큰아이가 유치원에 다닐 때 고양시로 이사를 왔다.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에 교회의 봉사활동에 처음으로 참여하게 됐다. 은평구에 있는 장애인 시설인 ‘천사의 집’에 따라갔다가 마음을 다해 봉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감동을 받았다. 

그 일을 계기로 그동안의 삶을 반성하고 5학년생인 아들을 YWCA에 데리고 가서 봉사활동을 시켰다. 시작은 일산호수공원 바닥에 지저분하게 붙어있는 껌을 제거하는 일이었다. 아들이 입학한 저동중학교가 마침 봉사 시범학교로 지정됐다. 김 회장은 학부모지도단 단장을 맡아 엄마들과 함께 봉사에 동참했다. “아이들이 하기 힘든 일은 엄마들이 그들 몫까지 해야 한다. 이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성년이 되면 저절로 봉사가 몸에 밸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하천청소, 목욕봉사, 재활용분류, 어르신들 밑반찬 만들어 드리기 등 2,300명 전교생과 함께 활동을 했다. 

아들이 진학한 정발고등학교도 봉사 시범학교가 됐고, 또다시 학부모지도단 단장을 맡아 고양시, 의정부, 양주 등 경기도 5개 권역 대표로 활동했다. 청소년활동지원단 양정숙 단장은 김 회장과 평생의 봉사활동을 함께 하고 있다. 50대가 되어서는 60대를 준비하자는 마음으로 대학에 들어가서 4년 동안 치열하게 공부했다. 청소년교육과에 입학해 청소년지도사, 사회복지사, 평생교육사를 공부해서 자격증을 땄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진로상담사, 심리상담사, 미술심리상담사 등 하나씩 추가하다 보니 취득한 자격증만 15개가 넘는다. 

이전까지는 엄마라는 타이틀로 봉사에 참여했지만, 60대에 접어들면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 바람대로 이제 새마을문고 회장직을 맡아 새로운 인생을 살고 있다.

“새마을문고에서 진행하는 ‘북캠프’는 여러 번 참여했던 프로그램이지만, 저는 지적인 사람도 아니고, 문고가 익숙한 분야도 아니어서 회장으로 취임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어요. 고양시에는 작은 도서관이 전국에서 가장 많기 때문에 새마을문고가 없어도 잘 돌아간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하지만 우리 주변에 60년 이상 된 단체는 흔치 않습니다. 문고만이 할 수 있는 일을 통해서 앞으로 100년, 200년 존속할 수 있는 기관이 될 수 있도록 고양시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상황에서 김 회장은 문고만이 할 수 있는 차별화된 일은 무엇일까를 고민했다. 국가정책에 부합하고, 우리 모두에게 꼭 필요한 일은 환경보호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새마을은 나라가 어려울 때마다 앞장서서 시민들에게 필요한 계몽적인 사업을 해왔지요. 국가가 추진하고 있는 시대적 이슈를 교육하고 체험하는 프로젝트를 시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바로 환경교육과 체험프로그램, 그리고 시각장애인용 점자책 만들기입니다.”

김 회장은 우리 주변의 쉬운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초등학생과 중학생들은 폐가죽을 이용해 환경보호 용품을 만들고 있다. 바이네르와 라자가구에서 후원해 준 가죽으로 공기정화 식물의 커버와 텀블러 케이스를 제작한다. 아이들이 직접 만든 것에 이름을 새겨주었더니 화초를 세심하게 보살피고, 텀블러를 소중하게 여기게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도 그들이 호기심을 가질 만한 품목을 차츰 늘려나갈 예정이다. 활동에 참가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경진대회도 열 생각이다. 아이들이 체험한 것을 웹툰으로 그리거나, 느낀 것을 글로 쓰게 할 계획이다. 선정된 작품을 모아 책으로 출판하려고 한다.  

체험프로그램으로 만든 화분 커버와 텀블러 케이스, 휴대용 점자인쇄기.
체험프로그램으로 만든 화분 커버와 텀블러 케이스, 휴대용 점자인쇄기.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프로그램으로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 교육과 점자책을 만들고 있다. 우연히 TV에서 시각장애인 아버지를 둔 딸의 이야기를 보고 착안한 것이다. 동화책에  점자를 찍어서 시각장애인협회에 기부를 하고 있다. 휴대용 점자 인쇄기인 ‘블로기’를 이용하면 아이들도 쉽게 작업이 가능하다. 

새마을문고는 카페처럼 꾸미려고 한다. 책을 그저 빌려주는 데 그치지 않고 가족들이 동참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화 활동을 접목할 생각이다. 서가를 환경 관련 도서로 채우기 위해 낡고 오래된 책들을 과감하게 없애고, 아이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환경 관련 책으로 교체하는 중이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일로 만들어서, 지역사회가 함께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저도 많이 성장했어요. 여기서 멈추면 혼자만의 일로 끝나겠지만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고양시는 인적 자원이 훌륭하지만 도움을 필요로 하는 곳도 많지요. 지금 문고에 책을 채우는 중이에요. 지역사회 기업들이 지원해 주고 있지만, 주민들도 각자 집에 가지고 있는 5년 미만의 오래되지 않은 책을 기부해 주시면 좋겠어요.” 

김 회장은 60대에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마치고 70대가 되어서는 동년배인 베이비붐 세대와 함께할 수 있는 것들을 준비하려고 한다. 노년이 행복하면 고양시가 행복해질 것이고, 그 다음 세대도 행복해질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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