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시장논리”비판 거세, 푸드플랜 정책 역행 지적도

[고양신문] 학교급식에 필요한 식재료를 지역농산물로 우선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조례가 공정경쟁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공정거래위원회 연구용역 결과가 발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역농업육성을 가로막는 지나친 시장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울러 고양시에서도 본격적으로 추진 중인 푸드플랜 흐름에도 역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7일 ‘지자체의 경쟁제한적 조례·규칙 등에 대한 운영실태’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한국규제학회에서 진행한 해당 용역은 시장의 경쟁을 가로막는 지자체 조례·규칙을 개선하기 위한 목적으로 올해 4월부터 10월까지 전국 광역·기초 지자체 조례를 조사했다. 이를 통해 보고서는 총 672건의 경쟁제한적 조례·규칙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규제유형별로 보면 진입제한 270건, 사업자차별 316건, 사업활동제한 21건, 기타 65건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경쟁을 제한한다고 지목된 조례 중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전국 165개 광역·기초단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해당 조례는 주요 내용 중 학교급식에 지역의 농수산물을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규정했는데 이러한 내용이 차별적이라는 것. 보고서는 “이는 특정 행정구역내의 농수산업자와 그 외 지역 생산자에 대한 차별적인 대우를 유발하는 것”이라며 “다른 지역에서 생산된 우수하고 값싼 농수산물의 공급 기회가 차단되고, 소수의 역내 급식자재 공급업자간 담합 유발 가능성도 커지는 문제가 있다”고 개선필요성을 이야기했다. 

고양시 또한 2015년 제정된 ‘고양시 학교급식 지원에 관한 조례’ 3조 2항에 “학교급식에 관내 농·축·수산물 및 이를 원료로 제조 및 가공한 식품을 우선 구매·공급할 수 있다”고 명시되어 있는데 이 또한 공정위 보고서 판단에 따르면 사업자차별에 해당하는 셈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통해 나온 경쟁제한적 조례들은 앞으로 3년간 지자체와의 협의를 통해 조정해 나갈 예정”이라며 “공정위 권고가 강제성은 없지만 행정안전부 지자체 합동평가지표에 반영되기 때문에 지자체가 개선에 나설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지역농산물 우선구매 방침을 차별로 보는 이번 공정위 판단에 대해 전문가들은 지나친 시장논리라고 비판하고 있다. 길청순 서울경기제주 지역농업네트워크 협동조합 이사장은 “지역농산물을 지역에서 우선적으로 소비하도록 하는 정책은 이미 전 세계적 추세가 된 지 오래”라며 “UN에서도 먹거리를 상품이 아닌 기본권으로 봐야한다고 선언한 만큼 단순히 시장의 경쟁논리로만 바라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한 농민 또한 “학교급식 로컬푸드 사업은 지역 소농에 대한 보호육성 차원에서도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WTO정부조달협정 개정을 통해 지역농산물 우선공급을 둘러싼 법적분쟁은 이미 해결됐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농림식품부 측은 공정위 발표 직후 ▲‘지역농산물이용촉진 및 직거래 활성화에 관한 법률’제정을 통해 공공급식 지역농산물 이용 촉진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 ▲로컬푸드가 13년부터 정부정책으로 도입됐다는 점 등을 들어 “지역농산물 우선구매 관련 조례를 경쟁제한적 조례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낸 바 있다. 

무엇보다 시민들의 건강한 먹거리 기본권을 목표로 하는 정부 푸드플랜 정책에 정면으로 위배된다는 지적이다. 장상화 시의원은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는 푸드플랜의 핵심이 지역에서 난 농산품을 지역에서 소비하는 것인데 공정위 발표는 이를 역행하는 조치 아니냐”며  “먹거리 안정성 등 여러 측면에서 공익적 요소를 해치는 결과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 같은 비판여론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행안부 평가지표에 어떤 조례를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며 “다만 지역농산물 우선구매 관련 조례 등 공익적 요소가 있는 조례들은 개선조치 대상에서 제외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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