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건축사회 주최, 고양시민녹색건축교실 큰 호응

선착순 100명 수강생 순식간에 마감
김광현 김태만 박은영 박종서 강연
적극적 참여, 전문가도 신나는 강연 

[고양신문] 1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강의에 몰두하고 있다. 수강생은 20대 젊은층부터 80대 어르신까지 다양하다. 프리젠테이션 화면에 뜨는 글과 사진, 그리고 강사의 말을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열의가 느껴진다. 수강생들이 집중하는 주제는 ‘녹색건축’이다. 아직까지는 대학 전공강의나 세미나 주제로 더 마땅할 것 같은 녹색건축이 이제는 시민 속으로 훅 파고들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지난 11월 11일, 코로나 거리두기가 잠깐 풀렸던 ‘위드 코로나’ 시기에 개강한 고양시민녹색건축교실은 기후위기, 탄소중립, 친환경건축 등 전 지구적인 문제가 이제 고양시민들의 삶 가까이로 왔음을 실감하는 계기였다. 물론 환경문제 외에 녹색건축에 대한 다양한 관심과 요구가 배어있겠지만 큰 흐름은 환경문제와 내 집, 내 삶의 문제를 직결하고 있음은 분명했다. 수강생은 선착순 100명을 목표로 했는데, 순식간에 마감됐다. 

 

첫 강의는 ‘사람은 왜 집을 짓는가’라는 인문학적인 주제였다. 김광현 서울대 건축학과 명예교수의 강의였는데, 집에 대한 철학부터 녹색정원이 있는 건축까지 파노라마처럼, 서사시처럼 강의가 이어졌다.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집에 대해 근본부터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집을 지을 때는 ‘어떻게 지을 것인가’와 ‘어떻게 살아가게 될 것인가’라는 두 가지 물음이 합쳐져야 함을 강조하며 20세기 최고의 건축가로 불리는 루이스 칸이 설계한 집을 소개했다. 숲으로 트인 집, 자연의 놀라움을 매일매일 볼 수 있는 집이었다. 

두 번째 강의는 자연이 성장하는 생태도시. 김태만 해안건축 대표가 직접 강단에 섰다. 창릉신도시 국제공모에서 당선작을 출품한 건축가이자, 국내 최대의 건축회사 대표다. 건축디자인과 도시설계분야에서 늘 화제작을 내놓는 김태만 대표는 가로수와 뒷동산, 소공원, 텃밭 등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자연을 도시 안으로 더 많이 들여오고, 건물의 벽면과 옥상, 실내까지 녹지를 조성해 녹지를 충분히 향유할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야 한다고, 조근조근 설명했다. 세로로 자라는 숲처럼 느껴지는 싱가포르 녹색건축 사진을 보여줄 땐 탄성이 터졌다.
 
세 번째 강의는 ‘집안 정원부터 마을정원까지’였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식물과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누구보다 더 바빠진 박은영 중부대 조경학과 교수는 “가드닝은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순수한 즐거움”이라며 강의를 시작했다. 박은영 교수는 “집 안에 정원을 가꾸면 흙을 만지는 기쁨, 식물이 자라는 모습을 관찰하는 기쁨을 온전히 사적인 공간에서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가드닝의 즐거움을 공적인 공간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마을 정원과 같은 ‘퍼블릭 가든’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공원은 바라보는 공간이었다면 마을정원은 직접 꽃을 심고 가꾸는 가드닝 공간으로서, 또 다른 활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 강의는 고양시의 대표적인 녹색건축인 향동 ‘포마자동차디자인미술관’을 둘러보고 강의를 들어보는 현장탐방이었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면서 아쉽게도 현장강의는 온라인 줌 강연으로 대체됐다. 고양신문 영상기자단이 미리 포마를 영상에 담아 보여주고, 설계에 참여한 김양빈 건축사와 건축주인 박종서 포마자동차미술관 관장의 강연을 들었다. 김양빈 건축사는 고성능 단열재를 건축자재로 사용하고, 지열과 태양광을 에너지로 사용하는 녹색건축의 요소를 간결하게 소개했다. 

박종서 관장은 제법 큰 건물인데 한 겨울에도 난방비가 5만원 안팎이라며 초기에 건축비가 조금 더 들어갈 수는 있지만 건물유지비가 월등히 적어 경제적으로도 큰 이익이라고 녹색건축의 실용성을 먼저 이야기 했다. 국내 1호 자동차디자이너로서, 현대자동차 부사장까지 지낸 박종서(전 국민대 산업디자인과 교수) 관장은 포마의 건축부지가 산자락이어서 지하층이 암반구조였는데, 이 암반을 걸림돌로 여기지 않고 돌담으로 활용한 사례를 들며 자연을 장애로 여기지 않고, 자연을 잘 담아 활용하는 것이 녹색건축일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관장은 모든 디자인이 자연에서 비롯됨을 강조하고 자연을 잘 관찰하고 응용하면 누구나 디자이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양시민녹색건축교실 4강에 모두 참여한 김영철 님(사진 왼쪽)께 수료증을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영수 고양시건축사회 회장(사진 오른쪽). 
고양시민녹색건축교실 4강에 모두 참여한 김영철 님(사진 왼쪽)께 수료증을 전달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김영수 고양시건축사회 회장(사진 오른쪽). 

 

모든 강의에 열심히 참여한 수강생들에게는 수료증이 전달됐다. 수료증을 받은 이영순씨는 “4강 모두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깊이 있고 유익한 강의여서 좋았다”며 “이후에도 이 프로그램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녹색건축교실을 진행한 김영수 고양시건축사회 회장은 “시민들이 녹색건축이란 주제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까, 수강생이 모아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뜻밖의 호응과 참여에 놀랐다”며 “너무나 열심히 참여해주신 시민들과 직접 손발이 되어 함께 해주신 고양시건축사회 회원들과 고양시청 건축디자인과 직원들, 고양신문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참석자도 진행자도 모두 애정을 담은 프로그램이어서, 수료식을 잔치처럼 준비하고 싶었는데 코로나 거리두기로 온라인으로 대체한 것이 내내 안타깝다”며 “내년에는 더 알찬 프로그램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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