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만 한겨레신문 전국부 선임기자, DMZ 현실 담은 박사논문 화제

70년 보존된 DMZ, 훼손은 순식간 
정부와 지자체 종합적 계획 수립 필요 
주민주도의 생태평화관광 대안 제시 

[고양신문] 30년 넘게 고양의 이웃으로 살며, 누구보다 빠르게 고양뉴스를 보도했던 박경만 한겨레신문 전국부 선임기자가 논문(DMZ 접경지역의 지속가능한 생태평화관광)을 썼다. 경기대학교 관광대학원 박사논문이다. 논문에는 15년 가까이 취재해 온 DMZ의 자연과 환경, 사람들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수백편이 넘는 DMZ 관련 기사를 쓴 박경만 부국장은 기자이자 생태전문가, 환경운동가, 그리고 사진작가였다. 그가 한결같이 대변한 주제는 DMZ 보존이다. 남북관계가 풀리면 오히려 DMZ에는 위기가 찾아오는 현실을 우려한다. 두루미의 먹이터가 되는 논과 습지가 사라지는 현장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지켜본다. 답답하고 안타까운 마음, 어떻게 해서든지 대안을 찾고 싶은 마음을 논문에 담았다. 35년 기자로 살아온 삶을 곧 마무리 하는 그는 아예 DMZ 파수꾼으로 살 생각이다. DMZ의 감동적인 자연을 더 자세히 보여줌으로써 DMZ를 지킬 수 있는 길을 찾고 있다. 두루미를 만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겨울을 더 없이 귀하게 보내고 있는 박경만 부국장을 만났다. 

관광에 대한 공부는 언제 시작했나
20여 년 전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다.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5년 전쯤이다. 여행하면서 찍은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었는데, 그 때 선배가 경기대 관광대학원 교수님을 모시고 왔다. 현대그룹의 금강산 관광을 총괄했던 분이었다. 남북 관광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여서 그 교수님께 배워보려고 대학원을 다니게 됐다. 

멸종위기종 1급인 두루미 가족이 경기도 연천 임진강에서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박경만]
멸종위기종 1급인 두루미 가족이 경기도 연천 임진강에서 힘차게 날갯짓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박경만]

비박을 즐기는 산사람이라고 들었다. 
마흔 넘어서 주말과 쉬는 날 백두대간을 종주했다. 전국 국립공원을 다 돌았고, 요즘은 100대 명산을 돌고 있다. 대부분의 산을 한 번씩 갔으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산에 가면 살아있음이 느껴진다. 사진을 찍는 것도 좋아해서 한번 갖다 오면 뿌듯하고 그랬다. 치악산을 하루에 2번 올라간 적도 있고, 밤 12시에 지리산에 올라 일출 찍고 내려온 적도 있다. 설악산 한계령부터 미시령까지 한 번에 간 적도 있고, 불수사도북(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북한산)을 하루에 간 적도 있다. 그렇게 산에 갔다 오면 며칠 밥 안 먹어도 포만감이 느껴졌다. 섬도 많이 다녔다. 섬의 산들이 참 예쁘다. 파란 하늘과 바다가 맞닿아 있은 풍경은 육지 산에서 느낄 수 없는 무엇을 준다. 

 

논문에 DMZ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묻어있다. 

고양에서 30년 가까이 살았고, 한겨레 기자로 14년 째 경기북부지역을 출입했다. 고양시도 접경지역에 포함된다. 파주 연천 포천 등 경기북부 대부분 지역이 접경지역이다. 그러다 보니 접경지역 현장 취재를 많이 하게 됐다. 자연스럽게 DMZ 사람들, 자연과 인문,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됐다. 특히 파주 민통선을 많이 돌아다녔다. 시민단체와 환경단체, 지역주민들을 자주 만나다보니 제보도 많이 받는다. 살기는 고양에 살지만 고양 같은 대도시 보다는 연천 철원 같은 비도시 지역이 더 끌린다. 체질적으로 그런 것 같다. 

지난달 경기도 파주 민통선에서 재두루미 등 겨울철새를 관찰하고 있는 박경만 기자. [사진제공=빅경만]
지난달 경기도 파주 민통선에서 재두루미 등 겨울철새를 관찰하고 있는 박경만 기자. [사진제공=빅경만]

DMZ의 어떤 가치에 주목 했나
DMZ 접경지역은 보물이다. 연천 임진강 유역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이자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자연자원 뿐만 아니라 역사문화 유산을 많이 간직하고 있는 땅이다. 한반도 전체를 놓고 보면 중심이다. 연천 포천 양구 다 한반도의 중심이다. 구석기 시대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살았던 지역이기도 하고, 삼국시대 중원을 차지하기 위한 엄청난 각축이 벌어졌던 지역이다. 그래서 유적들이 많다. 그러나 예전에는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고, 70년 동안 통제 되면서 자연이 그대로 살아있는 곳이 되었다. 강제로 보존된 곳이지만 가치가 있었다. 그런 가치에 주목했다. 세계적으로는 냉전의 산물로 남아있는 유일한 국가의 유일한 곳으로서, 평화 메시지를 전달해주는 곳이기도 하다. 

DMZ 자연 중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두루미다. 두루미를 보고 많이 매료됐다. 망원렌즈를 새로 산 뒤로는 두루미 사진을 더 정확하게 찍어낼 수 있었다. 두루미를 만날 수 있어서 DMZ가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나는 항상 겨울을, 두루미를 기다린다. 파주 연천 사람들에게 두루미가 오면 연락해달라고 한다. 두루미는 10월 말에 와서 겨울을 나고 3월에 간다. 5개월 정도 머문다. 그 시기에는 매주 두루미를 만나러 간다. 

지난해 6월 남북 공동경작지로 조성한 경기도 연천군 평화농장에 재두루미 가족이 찾아와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박경만]
지난해 6월 남북 공동경작지로 조성한 경기도 연천군 평화농장에 재두루미 가족이 찾아와 먹이활동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박경만]

두루미가 왜 그렇게 좋은가
한번 보면 매료되지 않을 수 없다. 인간이 가질 수 없는 기품을 가지고 있다. 두루미는 역사적으로도 귀한 새로 여겼다. 벼슬하고 결혼할 때 두루미가 수놓아진 예복을 입었다. 딱 봐도 거룩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수천 킬로를 날아오는 철새, 두루미는 겨울에 먹이를 찾아 월동한다. 너무 예민하고 번식도 조금 하기 때문에 세계적인 멸종위기종이다. 정수리가 붉은 야생두루미는 전 세계적으로 2000마리가 채 안 된다. 우리나라에 많이 오는 재두루미는 6000마리 정도이다. DMZ에서는 두루미와 재두루미를 동시에 볼 수 있다. 일본사람들이 오면 환장한다. 일본 두루미는 텃새 두루미다. 두루미, 재두루미는 아시아권만 있고. 15종 정도 있는데 두루미가 가장 아름답다. 흑두루미 재두루미는 남쪽 순천만 등에 많이 퍼져있다. 두루미는 월동하는 남방한계선이 DMZ이다. 거의 90% 이상 DMZ 주변에 머문다. 접경지역도 계속 개발 되고 있어 서식할 수 없는 공간이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서식환경이 안전한 DMZ에 더 몰린다. 몰리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니다, 집단 감염될 수도 있고…. 조마조마하다. 

논문의 배경과 목적, 결말을 간략히 들려준다면
DMZ는 평화생태관광지역으로 지정돼 있다. 정부의 한반도 전략에도 생태평화관광벨트로 나와있다. 정부 정책은 생태평화를 지향한다. 그러나 실제로 주민들은 그것을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 보존계획은 거의 없고 활용계획만 있다. 상당히 모순적이다. 생태평화 관광을 하기 위해서는 생태자원이 있어야 한다. 지자체도 관광객 많이 불러오는 것만 관심 있지 중장기적인 보존계획이 없다. 중장기적이고 체계적인 관리와 보존이 필요하다. 또 하나, 지역 주민들이 소외되고 있다. 파주 민통선 마을 3곳과 연천 등 접경지역 마을에 대한 지원이 전혀 없다. 임진각 행사를 요란하게 하지만 주변 마을 주민들은 알지도 못한다. 생태평화 행사도 마찬가지다. 정치인들, 그들만의 리그다. 파주 DMZ 관광은 여전히 안보관광이다. 임진각에서 버스 타고 땅굴, 전망대 보고 민통선 마을 둘러본다. DMZ의 생태를 느낄 수도, 평화를 느낄 수도 없고 남북의 대치상황만 볼 수 있다. 정말로 평화와 생태를 느끼기 위해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할까, 지역주민 주도의 지속가능한 프로그램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대안을 찾고 싶었다. 지금 당장 임진각에 사람들이 많이 오는 것이 지역 주민들에겐 별 도움이 안 된다. 관광객들에게도 느낌이 없다. DMZ의 자연과 평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현실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논문을 통해 이야기 하고 싶었다. 다른 지역은 민간 자본이 들어가서 호텔도 짓고 하는데 민통선 접경지역은 그렇지 못하고 그래서도 안 된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장기적으로 보존가치를 지키며 평화생태를 경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박경만 기자(왼쪽)가 경기대 관광학과 이주형(가운데), 심상진(오른쪽) 교수와 함께 DMZ 접경지역 생태평화관광 자원 조사를 위해 임진강 덕진산성을 탐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박경만]
박경만 기자(왼쪽)가 경기대 관광학과 이주형(가운데), 심상진(오른쪽) 교수와 함께 DMZ 접경지역 생태평화관광 자원 조사를 위해 임진강 덕진산성을 탐사하고 있다. [사진제공=박경만]

그간 접경지역의 주민을 많이 만났고, 논문도 인터뷰를 기초로 쓰였다. 어떤 흐름을 잡을 수 있었나
논문은 현장탐사와 자료조사, 현장주민의 인터뷰를 기초로 작성됐다. 생태평화관광에 참여한 주민들, 프로그램을 만들었거나 운영했던 주민들, 지역에서 식당을 하거나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주민들, 그리고 김달수 경기도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서 관계자도 인터뷰 했다. 내가 만났던 사람들의 생각은 거의 비슷했다. 정부의 개발계획을 우려하고 있었다. 딜레마는 남북 관계가 풀리면 도시개발이나 공원개발 등 개발계획이 생기는데 그렇게 되면 DMZ는 원래 모습을 잃어버리게 된다.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모두 DMZ를 어떻게 활용할까에 관심이 있지, 보존계획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이론적인 시사점도 생각했지만 실무적인 시사점도 많이 생각했다. 지속가능한 관광이 되기 위해서는 어떤 흐름이 필요한지 모델을 제시하고 싶었다. 파주와 연천의 필요한 모델을 제시했는데, 이런 모델들이 DMZ 전체적으로 필요하다. 정부가 전체적으로 종합적으로 관리계획을 세우고, 각각의 지자체가 보존 관리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역주민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예산의 쓰임새도 달라져야 한다. 

 취재 현장에서 일하면서 논문 쓰기는 만만치 않았을 텐데 용하다. 
눈이랑 어깨가 많이 아팠다. 시력도 나빠졌다. 지난 8월 안식년 유급휴가를 한 달 받고, 연월차 휴가와 여름휴가까지 다 합쳐서 한 달 반 정도 집중적으로 정리했다. 코로나 때문에 술 약속이 없었던 것도 도움이 됐다. 주말엔 카페에서 작업하고, 쉴 때는 파주 게스트 하우스에서 머물며 작업했다. 논문이 가능했던 것은 15년 가까이 이 지역에서 활동하며 다양한 현장을 취재하며 많은 지역주민을 만나 속속들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자가 아니었다면 그런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았다. 논문 지도 교수님이 쓰기도 어렵고, 앞으로도 쓰기 어려운 논문이라고 말해주셨을 때 우선 기자라는 직업의 덕을 봤다는 생각을 했다. 기자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관심을 가졌던 주제, 안타까운 점이 많았던 주제가 있었기에 논문 쓸 생각도 했던 것 같다.  

그동안 인터뷰 했던 접경지역 주민들이 논문을 반가워 할 것 같다.  

아직 많이 돌리지는 않았다. 반가워해주시면 좋겠다. 특별한 이론을 내놓거나 특별한 모델을 제시하기 보다는 현장에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현장의 문제와 문제의 원인을 짚고,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다. 내가 인위적으로 이런 방향으로 가야겠다고다고 한 것은 아니다. 유엔의 지속가능한 관광의 기준이 있다. 그 기준으로 보아서도 지금 관광행태는 맞지 않다. 지역주민이 일단 소외된다. 경제적 효과가 주민에게 돌아가고, 지역의 문화가 계승되고, 환경적인 보존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게 유엔의 기준이다. 

DMZ 접경지역 강화도 구간을 탐사중인 박경만 기자. [사진제공=박경만]
DMZ 접경지역 강화도 구간을 탐사중인 박경만 기자. [사진제공=박경만]

 DMZ관련 취재를 많이 했다. 취재가 큰 도움이 됐을 것 같다. 
2019년 경기도와 한겨레 공동기획으로 DMZ현장보고서라는 기획기사를 보도했다. 광고 없이 전면으로 8회 연재했는데, DMZ의 자연과 역사, 문화를 한번 쫙 훑었다. DMZ 관련기사는 수백 건 이상 된다. 14년째 꾸준히 관심을 갖고 기사를 썼다. 기사를 다 엮어서 책을 내보라고 한 적도 있었는데 그 땐 공부가 덜 되어서 책을 낼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논문을 쓰고 나니, 책도 좀 쓰고 싶어졌다. 연말에 책을 낼 예정이다. DMZ의 인문 자연 역사 관광을 담을 책이 될 것 같다. ‘잃어버린 낙원 DMZ’. 제목도 정했다. 

 논문과 연계해 하고 싶은 일이 있을 것 같다. 
퇴직이 많이 남지 않았다. DMZ 생태평화 관광과 남북관광을 연계해보고 싶다. 기본적으로는 보존을 기반으로 한 관광이다. 주민들이 참여하고 주도하는 관광프로그램이 운영될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마을 주민의 온기가 접경지역에 두루 퍼질 있도록 하고 싶다. 논문은 내 삶의 방향성을 정립하는데도 도움을 줬다. 한반도의 분단과 관련해 후손들에게 남겨줄 것은 남겨주어야 한다. 우리가 다 빼먹어 버리면 후손들에겐 껍데기만 남는다. 우선 자연을 물려주어야 한다. 분단으로 보존된 DMZ의 자연환경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자. 일부만 이용하고 나머지는 좀 유보해주자. 지금 우리세대에 다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35년 기자로 살았는데 곧 정년이다. 

기자가 아닌 다른 길을 꿈꿔 본적은 없다. 기자로서 더 나은 기자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다. 더 부지런하게 더 발로 뛰는 기자. 이제 정년이라고 생각하니 시원섭섭하다. 퇴직하고 일을 못 놓은 사람이 많다. 연장하기도 한다. 완장을 벗었을 때는 시베리아 벌판이다. 그게 두려운 걸 거다. 퇴직을 준비하면서 이후 무엇을 할까 고민 중이었다. 이제 내가 좋아하는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야겠다 싶었다. 논문을 쓰며 내가 이쪽에 관심이 많았구나, 계속 느꼈다. 석사는 언론 쪽을 했다. 20여 년 전이다. 박사도 언론 쪽을 하면 더 자연스러울 수도 있었는데 환경 관광 쪽을 선택한 것은 인생 2막을 조금 다르게 살아보자는 의미이기도 했다. 박사학위가 오히려 시작이다. 일종의 면허 아닌가.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여름 평화누리길 경기도 연천구간을 걷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박경만]
지난해 여름 평화누리길 경기도 연천구간을 걷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박경만]

 DMZ에 대한 애정이 많아서 이사 갈까 걱정된다.
고양에 사는 것이 나는 만족스럽다. 서울은 너무 갑갑하다. 고양은 몇 걸음만 가도 산이나 자연을 볼 수 있다. 도시가 더 커지지만 않으면 좋겠다. 산 좋아하고 물 좋아한다. 자연이 너무 좋다. 자연 속에 있으면 너무 편안하다. 도시형 인간은 아닌 것 같다. 거의 매주 산으로 섬으로 떠나니 주말에는 집에 없다. (고양에 살아도 DMZ에 살아도 주말엔 집에 없는 건 마찬가지니 이사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경기도 연천 임진강에서 재두루미 가족이 고라니와 우연히 마주치고 있다. [사진제공=박경만]
경기도 연천 임진강에서 재두루미 가족이 고라니와 우연히 마주치고 있다. [사진제공=박경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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