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병범]
설날 아침, 눈 내린 고양생태공원을 찾아온 참매. [사진=조병범]

[고양신문] 설날, 눈이 풍성하게 내렸다. 간밤부터 내리던 눈이 온 세상을 하얗게 덮었다. 나무는 눈꽃을 피우고 부지런한 아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마당에 나와 눈을 굴리고 있다. 길옆으로 조만간 눈사람이 서서 지켜보리라.

고양생태공원은 이웃 나라 눈 많은 고장을 연상시킬 만큼 눈 세상이다. 나무마다 눈을 얹고 있어 세상의 소음을 흡수하고 있다. 간간이 직박구리가 내는 소리랑 노랑지빠귀 소리, 그리고 까치와 큰기러기 날아가는 소리가 들릴 뿐 고요하다. 가지에 눈을 잔뜩 싣고 있는 나무에서 툭, 눈 뭉치가 떨어진다. 눈가루가 날리기도 한다. 땅을 덮은 푹신한 눈을 조심스레 밟으며 공원 안쪽으로 들어간다. 메타세쿼이아가 두 줄로 나란히 서 있는 곳, 산책하기 참 좋은 길이 뻗어 있다.

설날 아침, 하얀 눈세상이 펼쳐진 고양생태공원 입구. [사진=조병범]
설날 아침, 하얀 눈세상이 펼쳐진 고양생태공원 입구. [사진=조병범]

맹금 한 마리가 메타세쿼이아 꼭대기에 앉아 있다. 참매다. 참매는 유라시아대륙과 북아메리카에 걸쳐 넓게 분포한다. 우리나라에는 겨울에 적은 수가 찾아오는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이다. 매사냥을 하는 매가 참매이다. 태어나 1년 6개월이 지나지 않은 참매를 보라매라고 하고, 공군의 상징이다.

참매는 오랫동안 몸을 숨기고 있다가 순식간에 들이쳐서 먹이를 사냥하는 습성이 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가장 빠른 새, 매와 다른 종이다. 매는 높은 하늘에서 땅으로 시속 300km가 넘는 속도로 내리꽂으며 사냥감을 덮친다. 

메타세쿼이이아 나무 꼭대기에서 날개를 펴고 멋진 포즈를 선사한 참매. [사진=조병범]
메타세쿼이이아 나무 꼭대기에서 날개를 펴고 멋진 포즈를 선사한 참매. [사진=조병범]

참매는 육지에서 주로 살아가고, 꿩은 물론 오리, 토끼까지 잡아먹는다. 참매를 설날에만 본 게 아니라 이번 겨울에 여러 차례 보았다. 참매가 이렇게 생태공원에 자주 찾아오는 것을 보면 생태공원의 환경이 좋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더 야생의 새들이 더 많이 찾아오는 곳이면 좋겠다. 메타세쿼이아 꼭대기에 앉아 있던 참매가 갑자기 날개를 편다. 사냥하는 줄 알았는데 다시 날개를 접고 아래를 살펴본다.  

❚ 조병범
- 탐조가. 시민과학자
-『시민과학자, 새를 관찰하다』(자연과생태, 2020) 저자 

대화천 둑방을 따라 아름답게 이어진 고양생태공원 메타세쿼이아 숲길. [사진=조병범]
대화천 둑방을 따라 아름답게 이어진 고양생태공원 메타세쿼이아 산책로. [사진=조병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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