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일산병원 신경과 김동억 - 분당서울대병원 배희준 교수 연구팀 임상 분석 결과

1만 7461명 뇌경색 환자 데이터 분석 
야간 발생 뇌경색 증상 악화위험 높아
생체 시계가 환자 예후에도 영향 미쳐 
독립적 일상생활로 회복될 확률도 낮아 
“Nature에 발표된 생쥐 실험 결과를 
환자 임상연구로 검증한 최초의 성과”

김동억 동국대일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세계적으로 적절한 뇌졸중 치료제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동국대 뇌졸중 중점연구소는 최고 수준의 뇌혈관질환 연구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연구에 있어 핵심적인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뇌졸중은 뇌에 혈액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손발마비, 언어장애, 호흡곤란 같은 증상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뇌경색은 전체 뇌졸중의 약 87%를 차지하는데, 뇌에 혈액을 공급하는 혈관이 막혀서 뇌조직이 혈액 공급을 받지 못하여 뇌세포가 죽는 증상이다. 

국내 의료진이 야간 발생 뇌경색이 주간 발생 뇌경색에 비해 증상이 악화할 위험이 크고 예후가 좋지 않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결과는 야간 발생 뇌경색 환자 진료에 더욱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동국대학교일산병원 김동억 교수와 ㈜JLK 상무이사 류위선 박사(전 동국대일산병원 교수) 그리고 분당서울대학교병원 배희준 교수 연구팀은 전국 11개 대학병원 신경과에 급성 뇌경색으로 입원한 1만7461명의 임상 데이터를 분석하고 예후를 추적 관찰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야간인 오후 6시~오전 6시 사이에 발생한 뇌경색은 주간(오전 6시~오후 6시)에 발생한 뇌경색에 비해 발병 후 증상이 악화할 위험이 15%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야간 발생 뇌경색 환자들은 3개월째에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될 확률이 주간 발생 뇌경색 환자들보다 12% 낮았다.

생체 시계 리듬과 어긋나면 질병 위험
교육부 지정 뇌졸중 중점연구소 소장인 김동억 교수는 “생명체가 지구의 자전에 적응하면서 생긴 24시간 생체 시계의 영향력이 뇌경색 발병 시간대에 따른 환자의 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신비롭게 느껴진다”고 밝혔다.

아침에 해가 뜨면 자연스럽게 눈이 떠지고 밤이 되면 졸리는 것은 우리 몸속에서 생체 시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제프리 홀(Jeffrey C. Hall), 마이클 로스배시(Micheal Rosbash), 마이클 영(Michael W. Young) 등 3명의 미국 과학자는 서캐디언 리듬(circadian rhythm·생체시계·일주기 리듬)을 통제하는 분자 메커니즘을 발견한 공로로 2017년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그들은 1984년에 초파리를 생물모델로 이용해 하루의 통상적인 생체리듬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분리해냈다. 그리고 이 유전자가 코딩하는 단백질이 야간에 세포 내에 축적되고 주간에는 붕괴된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그들은 더 나아가 생체 시계를 구성하는 단백질들을 추가로 확인해 세포 내부에서 자동으로 돌아가는 시계장치를 지배하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생체 시계가 다른 다세포생물(인간 포함)의 세포에서도 동일한 원칙에 따라 기능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생체 시계에 따른 24시간 주기 생리의 변화. 생체 시계는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각각 다른 상황에 맞게 우리의 생리 상태를 예상하고 또 그에 맞게 적응한다. 생체시계는 우리의 수면패턴, 섭식, 호르몬 분비, 혈압, 체온이 조절되도록 도와준다. [출처 = www.nobelprize.org]
생체 시계에 따른 24시간 주기 생리의 변화. 생체 시계는 하루 24시간을 기준으로 각각 다른 상황에 맞게 우리의 생리 상태를 예상하고 또 그에 맞게 적응한다. 생체시계는 우리의 수면패턴, 섭식, 호르몬 분비, 혈압, 체온이 조절되도록 도와준다. [출처 = www.nobelprize.org]

생체 시계는 우리의 행동, 호르몬의 혈중농도, 수면, 체온, 대사와 같은 필수기능을 조절해 준다. 외부환경과 우리 몸의 생체 시계가 일시적으로 불일치할 때 건강은 악영향을 받는다. 우리의 생활방식과 생체리듬이 일치하지 않으면 질병 위험도 증가한다. 다양한 연구에 따르면 암, 퇴행성 신경질환, 대사 장애, 염증 같은 질병의 위험도 우리 생활방식과 생체 시계 리듬이 서로 어긋나면 더 커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서 김동억 교수는 “야간 발생 뇌경색 환자의 예후가 상대적으로 안 좋은 이유가 주-야간 의료의 질 차이 때문이 아니라는 분석 결과를 제시했는데, 생체 시계 교란과 관련된 분자생물학적 기전을 포함한 복합적 원인을 상세히 밝히는 후속 연구가 더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의 체온도 밤에는 낮아지고 낮에는 올라간다. 지구의 밤낮 주기에 적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진화적 산물인 생체 시계는 유전자에 저장된 주기에 맞춰 호르몬이나 체온 등을 조절한다. 이처럼 식물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 안에 자율적인 생체 시계가 존재하고 있고, 각 유전자는 그 시간에 따라 행동을 스스로 조절하는 것이다. 

신약 임상시험 야간 뇌경색 환자 늘려야 
김 교수는 “이번 논문은 오랜 친구이자 연구 멘토이며 이번 연구의 공저자로 참여한 하버드의대 엥 로(Eng Lo) 교수가 약 2년 전 Nature에 발표한 생쥐 실험 결과를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환자에서 검증한 최초의 성과”라고 설명했다. 

류위선 박사는 “그동안 뇌경색 신약 임상시험이 실패한 원인으로서 증상 악화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치료제의 혜택을 받을 확률도 상대적으로 낮은 주간 발생 뇌경색 환자들을 주 연구 대상으로 해왔다는 점을 들 수 있다”며 “향후 임상시험에서는 야간 발생 뇌경색 환자들도 많이 포함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뇌졸중학회 이사장 배희준 교수와 공저자로 연구에 참여한 UCLA 뇌졸중센터장 제프리 세이버(Jeffrey Saver) 신경과 교수는 “심야 또는 이른 새벽에 발생한 뇌경색의 경우 증상 악화가 더 많기 때문에 기다리지 말고 최대한 빨리 응급실을 방문해서 혈전용해술이나 혈전제거술을 포함한 적극적인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대학중점연구소 사업), 고양시,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국가참조표준센터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PLOS Medicine(Impact factor: 11.07)’에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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