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납정리 협동조합 ‘정리하는 언니들’ 박혜선 대표

 

[고양신문] 최근 재택근무와 온라인수업이 늘어나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수납과 정리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내 집 정리를 잘 하기 위해’ 수납정리를 배우기 시작했다가 사회적협동조합 창립을 준비하고 있는 ‘정리하는 언니들’ 박혜선 대표를 만나 수납정리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어린이집 교사였던 그는 정리를 잘하고 싶다는 개인적 관심에서 출발했다. “집을 치우니까 내 안에서 변화가 느껴졌어요. 공간을 정해서 치우고 소파에 앉았는데 해방감이 느껴졌어요. 다른 사람들에게도 이런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서 강사과정을 마치고 자격증을 따서 봉사를 시작했지요.” 

한국수납정리개발원에서 자격증을 따서 1년 정도 활동을 했다. 고객의 의뢰를 받아 작업도 하고, 다른 강사들과 봉사도 많이 다녔다. 일을 하다보니 협동조합과 유사한 점이 많았다. 한사람이 일을 따오지만 팀으로 일을 하고 분배하는 것이 협동조합과 닮았다. 또한 함께 작업하고  가구이동이나 많은 양의 쓰레기를 버리기는 일은 함께 해야하기 때문에 협동과 배려가 없으면 일이 진행되기 어려웠다. 그래서 뜻이 맞는 사람 다섯 명이 모여 ‘정리하는 언니들’이라는 이름으로 사회적협동조합 출범을 준비 중이다. HBM에서 진행하는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에 선정돼 교육받으며 준비하고 있다. 

박 대표는 회원들과 SOS 긴급돌봄, 독거노인, 어린이방, 미혼모가정, 소상공인 지원 등 사회적 지원센터에서 의뢰받는 곳에는 봉사로 작업을 한다.

“이 일을 하기 전에는 취약계층이 정리를 잘 못하고 살 거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어요. 일반가정이나 다 마찬가지이고, 한가지씩은 물욕이 있더라구요. 사람은 다 똑같다는 생각을 했죠.”

수납정리 일을 하면서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돌아보게 된다고 했다. 얼마전 작업했던 87세 할머니댁. 할머니는 앉았다 일어나는 것이 힘든 몸상태라서 앉아서 생활하다보니 10년 동안 장롱문을 열어본 적이 없었다. 물건은 바닥에 다 나와있었다. 정리해서 물건의 자리를 찾아주고 낮은 쪽에 배치해서 할머니가 앉아서 생활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배치했다.

처음에는 할머니가 ‘내 물건 손대지 마’하면서 버리지 못하게 했지만 물건을 다 꺼내놓으니 이것도 버려, 저건 누구 줘, 하면서 마음을 비우기 시작했다. 막걸리를 차려주면서 먹고 하라며 권하기도 했다. 집 정리보다도 할머니에게는 말벗이 필요했구나, 깨닫는 순간이었다. 

수납정리를 위해서는 모든 짐을 꺼내놓고 쓸 것, 버릴 것, 나눔할 것으로 분류하는 작업을 거친다. 물건의 주인이 물건 하나하나를 보고 스스로 분류해서 박스에 나눠 담게 되는데 이때 물건에 얽힌 사연과 추억을 이야기하며 실타래처럼 얽힌 감정을 풀어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어찌보면 물건을 정리한다는 것은 자신의 민낯을 마주하는 일이다. 물건을 버리고 정리하면서 마음도 정리하고 회복이 된다. 제자리를 찾아 자리잡은 물건을 보면 공간과 물건을 통제할 힘이 생기면서 표정이 밝아진다.

작업을 하고 나면 온몸이 아프고 몸살이 오지만 사람이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고 힘을 얻는다는 박 대표. 그는 이 일을 하면서 공간크리에이터 이지영의 <당신의 인생을 정리해드립니다>라는 책 제목이 그대로 마음에 와 닿았다고 말한다. 
박 대표는 “20대는 부모 세대가 공부하라고만 키워서 정리를 배우지 못해서, 30,40대는 짐이 많아서, 50,60대는 물건마다 사연이 많고 혹시 쓰게 될까봐” 수납정리를 못 하는 경우가 많다며 물건에 제자리를 찾아주고 공간을 통제하는, 삶과 공간의 주인이 되라고 덧붙였다.

 

■ 박혜선 대표가 제안하는 수납정리의 팁
1. 옷장 정리
옷은 한꺼번에 다 꺼내라. 끼리끼리 분류하라. 버리고 기부하고 비워라.
입을 옷은 옷걸이에 걸어라.
옷걸이, 바지걸이는 같은 사이즈로 통일하라.
옷을 개키면 세워서 보관하라.

2. 수납도구 선택 
예쁜 바구니 소용없다. 규격에 맞는 바구니를 사라.
깊은 장에는 바구니를 넣어 서랍장처럼 써라.
바구니는 딱 맞게, 움직이지 않게 넣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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