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공원 화장실 전시관 개관

호수공원 내에 국내 최초의 화장실 전시관이 7월 11일 개관했다.
고양시 화장실전시관은 그동안 외국인 관광객과 호수공원을 이용하는 일반 이용객에게 불편사항으로 인식되어 오던 공중화장실을 가장 모범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화장실의 변천사 등을 한눈에 볼 수 있고, 우리 나라에서부터 동·서양의 화장실 문화를 함께 전시하는 등 옛 화장실에 대한 추억과 어린이들의 배움의 장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총 123평 규모로써 화장실 33평, 전시관 78평, 옥외홍보관 12평이며, 화장실에는 남, 여, 장애인 화장실과 별도의 휴게실을 마련하였으며, 특히 여자화장실에는 파우더룸, 어린이용 대변기, 알리미 등을 설치했고, 변기수도 남자화장실의 3배로 하는 등 여성 이용자들을 특별히 배려해 설계되었다.
또한 화장실 외벽은 모두 유리로 처리하여 호수공원과 조화될 수 있는 아름다움을 갖췄다.

전시관은 총 78평으로 화장실 유물 및 변천사가 전시되어 있고, 옛 화장실을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체험관과 영상물 그리고 화장실 관련 자료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터치 스크린을 설치하여 화장실에 대한 각종 정보검색도 가능하다.

전시관을 둘러보다 보면 긴 모자를 쓰고, 코트를 입고 외출하는 것, 여자들이 하이힐을 신은 이유가 창밖으로 버리는 오물(?) 피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을 알 수도 있다.

전시관을 찾은 호수초교 김지혜(6년) 양은 “화장실에 대해 몰랐던 것을 많이 알았어요.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중세 유럽의 귀족들은 변기에 앉아서 손님을 맞이하거나 밥을 먹었다는 이야기였어요.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요”라며 전시관을 둘러본 소감을 말했다.
화장실 전시관은 약 10억여원의 공사비가 들었는데 이에 대해 공원관리사무소 이재학씨는 “도비 50%와 시비 50%로 예산을 편성했다. 월드컵관련 화장실 정비사업예산과는 별도의 예산이 편성돼 건립됐다”고 밝혔다.

한편 화장실 전시관은 팔각정 지나 부안교를 너머에 위치해 있으며 개관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다. 입장료는 무료이다.


화장실 ‘깊이 알기’
화장실은 가발 가꾸는 ‘분장’에서 유래

◇화장실의 어원
한때 영국에서는 귀족들이 가발을 쓰고 다니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러나 가발을 쓰기 전에 위생처리의 한 방법으로 가발에 파우더를 뿌렸고, 귀족들의 침실 구석에는 이런 일을 하기 위한 분장실(粉裝室, powder closet)이 있었다. 분장실에서는 가발에 분칠을 한 후에 손을 씻어야 했기에 물이 있어야 했고, 당시에 계속 개발되던 의자형 수세변기도 물이 있는 분장실에 두게 되었다. 이후 분장실은 분장(화장)도 하고 배설도 하는 공간으로 인식하게 됐고, 결국 화장실이란 말이 사용되게 되었다고 한다.

◇최초의 낙서

화장실은 생활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화장실에 있을 때 그 어느 때보다 더 자유롭고 방만한 생각에 빠지게 된다. 사람들은 화장실에서 누릴 수 있는 정신적인 자유와 배설이라는 생리적 쾌감을 낙서라는 형식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다시 말하면, 사람들은 변기 위에 앉아서 생리적인 배설과 동시에 화장실 벽에 낙서를 하며 정신적인 배설까지 함께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역사상 가장 오래된 화장실 낙서는 서기 79년 폼페이의 공중화장실에 남긴 황제의 주치의가 남긴 것이다. “티투스 황제의 의사인 아폴리나리스가 여기서 볼일을 보다.”
일본의 가마쿠라 시대(1185∼1329)의 기록을 보면 “화장실의 벽에 글을 쓰거나 벽면을 긁어서는 안된다”라는 글이 적혀 있다고 한다. 이것은 일본에 적어도 750년 이전에 이미 화장실에 낙서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베르사이유 궁전의 화장실
루이 14세가 지은 베르사이유 궁전은 화려한 귀족문화를 꽃피우며 밤마다 파티를 열었다. 그러나 그렇게 화려한 베르사이유 궁전에는 왕의 개인적인 변기 이외에 따로 손님들을 위한 화장실이 없었다고 한다. 파티에 참석한 손님들은 궁전의 정원이나 으슥한 곳에서 볼일을 해결하였으며, 궁전은 항상 악취로 가득했다. 결국 참다못한 루이 14세는 궁전 정원에 1천 그루가 넘는 오렌지 나무를 심어 오렌지향으로 그 악취를 없애려고 하였다.

◇태양왕 루이 14세의 화장실 정치
루이 14세는 1643년부터 1715년까지 72년간 프랑스를 통치했다. 강력한 통치자로서 ‘태양 왕’이라고 불리기도 했지만, 말년에는 변기에 앉아 집무해야만 했다.
루이 14세의 주치의는 ‘만병의 근원은 치아’라고 주장하여 왕의 치아를 모두 뽑아 버렸던 것이다. 이후 루이 14세는 음식물을 씹지 못하고 삼켰으므로 항상 소화불량에 시달렸으며, 매일 설사약을 복용했기 때문에 자주 변기를 이용해야 했다. 어떤 때는 아예 변기에 앉아서 신하를 대하기도 했던 루이 14세는 늘 악취를 동반했기 때문에 향수를 듬뿍 뿌려야 했으며, 신하들도 향수에 적신 손수건으로 코를 막고 왕과 이야기를 나누어야 했다. 덕분에 프랑스의 향수 산업은 세계 최고의 수준을 이룩할 수 있었다고 한다.

◇화장실과 중일전쟁
1938년 중국의 노구교(蘆構橋)를 사이에 두고 중국군과 일본군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날 저녁에 일본군의 병사 한 명이 사라졌다. 일본군은 그 병사가 중국군에 잡혀간 것으로 생각하고 중국군의 진지를 조사할 것을 요구했으나 중국군은 이를 거부했다. 대륙침략의 빌미를 찾고있던 일본군은 이 사건을 기회로 중국과 전쟁을 일으키니 이것이 중일전쟁이다. 그러나 사라졌던 일본군 병사는 그 시간에 화장실에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화장실과 교황 선출
교황을 선출할 때만큼 보안이 중요한 경우도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보안(privacy)이라는 말에서 나온 이름을 지닌 방, 곧 화장실(privy)보다 보안을 유지하는 데 좋은 곳은 드물 것이다. 15세기에 로마의 추기경들은 화장실에 모여 피오 2세(1405∼1464)를 교황으로 선출했다.

◇화장실과 위대한 사상가 루소
18세기 유럽을 대표하는 사상가인 루소는 오랫동안 방광염을 앓고 있었다. 자연히 루소는 많은 시간을 변기 위에 앉아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루소의 위대한 사상은 많은 시간과 명상을 가졌던 화장실에서 그 기초가 닦아졌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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