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헤이리마을 ‘카페 귀천’

‘귀천’ 천상병 시인 추억하는 북카페
손때 묻은 책 펼쳐보고 유품도 만나고
시나몬향 매칭한 시그니처 ‘천상병 커피’
“문화와 예술 머무는 복합공간 꾸리고파”

정원이 보이는 '카페 귀천'의 좌석.
정원이 보이는 '카페 귀천'의 좌석.

[고양신문] 천상병 시인은 스토리텔링할 거리가 많은 시인이다. 평생 숱한 화제를 만들었던 그를 사람들은 기인이라고도 말한다. 그는 어린아이의 마음을 가진 순진무구한 서정시인이기도 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하략)' 로 시작하는 시 ‘귀천’은 천 시인의 대표작이다. 

천상병 시인을 추억할 수 있는 ‘카페 귀천(대표 이상만)’이 헤이리예술인마을에 있다. 2년 전에 문을 연 카페는 3층짜리 건물의 1층에 자리한다. 하얀색의 직사각형 큐브들을 엇갈려서 포개 놓은 것 같은 현대적인 디자인의 외관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특이하다. 입구에는 특유의 서체로 쓰인 ‘귀천’이라는 간판이 세워져 있다. 

'카페 귀천'은 멀리서도 눈에 띄는 독특한 외양의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카페 귀천'은 멀리서도 눈에 띄는 독특한 외양의 건물에 자리하고 있다. 

이상만 대표는 한국문예학술저작권협회에서 저작권 관련 업무 분야 경력을 쌓았다. 현재는 ‘사이저작권에이전시’라는 회사를 창업해 작가 400여 명의 저작권을 관리하고 있다. 절판됐던 천 시인의 시집을 초판의 디자인과 종이를 사용해 한정판으로 복간하기도 했다. 천 시인이 점점 잊혀져 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던 그는 카페 사업을 시작했다.

“천상병 시인을 포함해서 정호승, 나태주, 이문열, 은희경 작가 등의 저작권 관리를 하고 있어요. 이분들 중에서 천 시인은 무척 독특한 인생을 사셨고 이야기가 많지요. 저는 작가들을 브랜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출판사 ‘시월의책’에서는 옛날에 나왔던 책을 다시 출간하고 있어요.” 

이상만 대표가 복간한 천상병 시인의 시집과 출판물들. 
이상만 대표가 복간한 천상병 시인의 시집과 출판물들. 

카페 귀천은 실내 70평에 실외 30평을 합쳐 100평 규모다. 이곳은 카페 공간, 소품 판매장, 갤러리, 정원으로 구분된다. 카페 초입은 신간과 중고시집, 파주 특산품 등을 판매하는 공간으로 꾸몄고, 안쪽은 앤틱 가구로 인테리어를 해 강연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양쪽 벽면에는 여러 작가들의 책을 진열했고, 그 중 위쪽에 있는 책들이 천 시인의 손때가 묻은 서적들이다. 

시인의 흔적과 자취를 고스란히 담은 갤러리도 있다. 천 시인의 부인 목순옥 여사가 운영했던 인사동 찻집 귀천에서 사용했던 찻잔들과 함께, 시인의 유품에서 나온 사진들, 문구류, 훈장, 음반들이 전시돼 있다. 

정원의 야경. 
정원의 야경. 

정원은 손님들이 자연 속에서 쉴 수 있도록 자유분방한 캠핑장 콘셉트로 세팅했다. 애견 동반이 가능해서 주말에는 어린이들이 많이 온다고 한다. 아이들과 강아지를 좋아했던 시인이 좋아할 만한 일이다.

이곳의 시그니처 음료는 ‘천상병커피’다. 
“천 시인은 술과 담배를 사랑하는 분이었잖아요. 시인을 오마주한 커피를 만들었어요. 최상급의 싱글 원두와 시나몬 향을 매칭했지요. 24시간 숙성 시간을 거친 시나몬의 진한 향과 맛으로 시인을 추억해 보세요.” 

'천상병커피'와 귀천플래터.
'천상병커피'와 귀천플래터.

인사동 귀천에서 공급 받고 있는 모과청으로 만든 에이드도 인기다. 브런치는 프렌치토스트, 오픈샌드위치, 샐러드 등의 메뉴가 있다. 그중 빵, 샐러드, 스크램블에그 등을 함께 내는 ‘귀천플래터’가 추천메뉴다. 아이스크림 와플은 고가의 프랑스산 생지를 구운 후 아이스크림을 얹어 낸다. 묵직한 식감과 진한 캐러멜 치즈가 다른 곳과 차별화된다. 

이 대표는 귀천의 무거운 이미지 대신에 희망을 노래하는 그의 또 다른 시, ‘새’의 이미지를 차용해 음료를 새의 형상이 인쇄된 잔에 대접한다. 
“시인의 이름을 걸고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진심을 다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카페라기보다는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싶어요. 그가 아직까지 우리들 가슴에 살아있는 ‘현재의 작가’로 기억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년부터는 작가들의 강연으로 이 공간을 좀 더 활성화시킬 예정입니다.” 

카페는 파티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대여도 해 준다. 2년 전에는 드라마 촬영도 했다. 요즘 한창 뜨고 있는 박은빈 배우가 출연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의 마지막 회를 찍었다. 주인공들이 앉았던 자리에서 푸르른 정원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도 이곳의 또 다른 매력이다. 

주소 : 파주시 탄현면 헤이리마을길 29
문의 : 050-71347-4249  

카페 벽면에는 천상병 시인의 시가 걸려있다.
카페 벽면에는 천상병 시인의 시가 걸려있다.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코너.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는 코너.
[이미지제공=카페 귀천]
[이미지제공=카페 귀천]
천상병 라떼. [이미지제공=카페 귀천]
천상병 라떼. [이미지제공=카페 귀천]
천상병 시인이 읽었던 책을 비롯해 여러 작가들의 책을 만날 수 있는 서가. 
천상병 시인이 읽었던 책을 비롯해 여러 작가들의 책을 만날 수 있는 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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