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고양시 지역아동센터 정책포럼

19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개최된 고양시 지역아동센터 협의회 정책포럼.
19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개최된 고양시 지역아동센터 협의회 정책포럼.

인건비 아껴 복지 실현? “봉사 개념에서 벗어나야”
종사자 처우개선 보장돼야 복지서비스 향상도 가능

[고양신문] 고양시에는 31개의 ‘지역아동센터’가 있다. 지역마다 다양한 아동복지시설이 있지만 지역아동센터가 특별한 이유는 그 뿌리에 있다. 수십 년 전 모두가 어려웠던 시절 ‘공부방’이나 ‘야학’으로 불리던 공간이 지금의 ‘지역아동센터’다. 민간에서 자생적으로 출발한 시설이다 보니 센터 운영자들의 헌신과 희생으로 간신히 버텨온 곳이 대부분이다.

공부방이나 야학 등 다양한 형태의 민간 돌봄시설이 법적 테두리 안에 들어오게 된 것은 2004년이다. 아동복지법이 개정되면서 ‘지역아동센터’라는 명칭이 정식으로 처음 쓰이게 됐고 최근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방식에서 법인이나 사회적협동조합으로의 전환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시설 운영은 녹록지 않다. 국고보조금으로는 한계가 많아 고양시는 4년 전부터 지역아동센터에 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고양시 지역아동센터협의회와 고양시의회는 지난 19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정책포럼을 개최해 지역아동센터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의 한계, 고양시 추가운영비 지원의 성과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포럼 내용을 정리한다.


인건비·운영비도 구분 없는
‘국고보조금’으로는 한계

주제발제에 나선 김선미 고양시 지역아동센터협의회 수석부회장은 지역아동센터의 역할에 대해 설명한 뒤 센터 운영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고보조금으로는 사실상 운영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센터에 지원되는 국고보조금은 최저임금 인상률에도 미치지 못해 인건비 충당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국고보조금의 항목을 보면 인건비와 운영비가 구분되어 있지 않아 아동들에게 양질의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삭감해야 하고, 그 반대의 경우에는 프로그램비를 줄여야 해 결국에는 아동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의 질이 저하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했다. 

19일 열린 정책포럼에는 고양시의 많은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19일 열린 정책포럼에는 고양시의 많은 지역아동센터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센터가 재정 부담을 느끼는 이유는 다양하다. 예산집행 규정상 건물 월세는 물론이고 가전제품이나 가구 등의 각종 집기류 구입에는 운영비가 사용될 수 없다. 이 때문에 센터의 필요 물품을 자부담으로 충당해야 하고, 이로 인해 센터 종사자들은 아동들에게 집중해야 할 시간에 후원자를 발굴해야 하는 등 업무 외 시간까지 일해야만 센터를 간신히 유지할 수 있다.


고양시 19년부터 시예산 투입
“센터 운영 크게 개선”

이런 어려움 속에서 지역아동센터가 기댈 곳은 지자체의 지원뿐이었다. 종사자들은 2019년 3월 고양시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지역 정치인들에게 추가운영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알려왔고 그 결과로 고양시로부터 추가운영비 지원을 약속받았다. 고양시 자체 예산으로 지원되는 금액은 2019년 첫해 센터 한 곳당 월 30만원, 21년 10월부턴 월 50만원, 올해 1월엔 월 76만원의 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29인 시설 기준).

종사자들은 고양시의 지원이 있고 난 뒤부터 센터 운영이 크게 개선됐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9월 29일부터 5일간 진행된 종사자 설문조사에서 응답자들은 고양시가 지원하는 추가운영비로 인해 ‘운영 관리’와 ‘종사자 급여’, ‘아동 프로그램의 질’이 모두 향상됐다고 답했다.

김선미 수석부회장은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지자체의 지속적인 지원은 센터 이용 아동들의 복지향상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고보조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함께 지자체의 지원도 꾸준히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낙인효과 극복하려면
추가적인 지원 필수적”

토론회 좌장을 맡은 황순찬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고보조금에 인건비와 사업비가 분리되지 않고 있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를 보면 인건비를 줄여서 아동복지를 실현하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고양시의 추가 지원금이 센터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하니 다행이지만,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되지 않으려면 보다 세심한 지원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토론자로 나선 신인선 시의원(문화복지위원회)은 “오늘 지역아동센터 운영과 지원에 불합리한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게됐다”며 “특히 종사자들에 대한 처우개선이 단계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 같다. 동료 의원들과 오늘 나온 내용을 공론화하고 필요하면 조례개정과 예산증액 문제에도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차희 ㈔미래와사회 이사는 “지역아동센터는 미취학 아동부터 고등학생까지 폭넓은 연령이 이용하는 아동복지 기관이라는 점에서 타 기관과 차별성이 크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아동들의 만족도는 높지만 ‘낙인효과’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지금도 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역아동센터가 가진 ‘열악함’ 또는 ‘사회적약자를 보호한다는 프레임’에서 벗어났으면 한다”며 “지자체의 추가지원금 지원은 당연히 필요하다. 그것을 넘어서 보다 질 좋은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노력, 예를 들어 종사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할 것이 아니라 월급이 제대로 지급되는 성공적인 돌봄기관으로의 모델이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포럼에는 고양시 덕이동에서 8년간 지역아동센터의 보살핌을 받았던, 지금은 군입대를 앞두고 있는 청년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변요섭씨는 “센터 선생님들이 최저임금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소식을 작년에야 뉴스를 통해 알게됐다”며 “선생님들이 봉사자가 아닌 직업으로서 만족할 수 있는 곳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9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개최된 고양시 지역아동센터 협의회 정책포럼.
19일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개최된 고양시 지역아동센터 협의회 정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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