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병원에서 운영중인 소아채활치료센터. 사진=일산병원 홈페이지
일산병원에서 운영중인 소아채활치료센터. 사진=일산병원 홈페이지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예산삭감
“장애어린이 버리겠다는 건가?”


[고양신문] “장애로 태어난 아이들은 태어난 순간부터 재활치료가 필요합니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단순한 물리치료가 아니라 저희에겐 생명을 이어가기 위한 절실한 일입니다. 어떤 아이들은 숨을 쉬기 어려워, 가래 배출을 제대로 못 해 목숨을 잃기도 해요. 장기를 포함해 모든 근육이 약하고, 하다못해 식사하는 것도 힘들어 제대로 성장하지도 못해요. 장애아동의 치료를 민간에 맡기고 국가가 손을 놓겠다는 것은 우리 아이들을 버리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 장애아동 부모 A씨(고양시 거주) 

정권이 바뀌면서 장애어린이를 위한 공공재활시설에 대한 국비지원을 중단한다는 결정이 내려지자 부모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현재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고양시와 서울시에 각각 1곳씩 지정되어 있다. 이곳은 민간이 제공하기 어려운 장애아동에 대한 재활의료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어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에게는 기대가 컸던 곳이다.

경기권에 단 1곳 있는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이 담당하고 있다. 작년 말 문을 연 이곳은 기존에 운영되던 ‘소아채활치료센터’(본관 지하2층)를 확장해 시설과 장비를 보강하고 인력도 대폭 충원했다. 

자녀의 재활치료를 위해 일주일에 한 번씩 일산병원을 방문하고 있는 김모씨는 “작년부터 치료사가 2배 이상 늘어나면서 10세 이하 아이들이 많이 이용하는 낮병동(낮시간 입원치료가 가능한 시설) 환자들도 많아졌고, 재활치료 선생님들도 늘면서 한산했던 치료실이 환자들로 꽉 들어찼다. 많은 분들이 이곳에서 치료받기를 희망하고 있는데 정부가 인건비를 중단한다고 하니 다시 축소 운영될까 봐 겁이 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일산병원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지정하면서 최소 3년간 인건비(운영비) 지원을 약속했고 이후에도 연장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하지만 지정된 지 3년도 안 된 시점에서 윤석열 정부는 내년도 인건비 예산은 전액 삭감했다. 병원운영에 가장 큰 부담인 전문인력에 대한 인건비가 갑자기 ‘0원’이 되면서 병원도 혼란에 빠졌다. 적자운영이 날 수밖에 없는 특수치료병동이라 국비를 약속받고 개원했는데, 정부가 그 약속을 어기고 개원 1년 만에 ‘이젠 알아서 운영하라’는 식이다. 이 때문에 지금 있는 치료인력을 유지해야 할지도 고민이다. 병원 관계자는 “향후 운영계획은 정확히 잡혀있지 않다”고 말했다.

▲장애어린이 재활치료 모습. (사진=부모 제공)
▲장애어린이 재활치료 모습. (사진=부모 제공)

장애아동을 둔 부모들은 “갈 곳 없는 장애 아이들을 이런식으로 내팽개쳐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장애아동 부모 B씨는 “지적장애, 뇌병변, 자폐, 다양한 신체장애 등 복합장애를 가진 아이들도 상당히 많다. 재활시설이 부족하다 보니 치료명단에 들어가기가 너무 어려워 저 같은 경우엔 고양시에 살지만 서울에 있는 병원으로 재활치료를 다닌다”며 “일산에 장애아동 전문 재활병원이 제대로 운영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모 C씨는 “재활치료를 여러 번 받아야 함에도 병원마다 치료 대기가 3~4년씩 걸리기 때문에 지금은 일주일에 1번밖에 못 가고 있다. 급하면 소규모 사설센터를 이용하지만 비용이 너무 부담된다. 일산병원 공공어린이재활병원에 갈 수 있는 기회가 우리에게도 생기겠구나라는 희망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 희망도 사라지게 됐다”며 정부의 운영비 예산삭감을 아쉬워했다.

고양시의 발달장애인 연령별 분포도를 보면 19세 이하가 30.6%로 가장 높게 나타나고 있다(2020년 기준). 구호승 한국장애인부모회 고양지부장은 “고양시는 특수학교와 대형병원이 많아 장애아동을 둔 가족들의 유입이 상당히 많은 편이지만, 실상을 보면 중등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치료를 받을 곳은 너무 부족하다”며 “정부로서는 15~20억원 정도로 큰돈이 아님에도 굳이 예산을 전액 삭감한 이유를 모르겠다. 다시 검토해 주길 바랄뿐이다”라고 말했다.
 

▲경기권에서 유일하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운영 중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경기권에서 유일하게 ‘공공어린이재활병원’을 운영 중인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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