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고양시 성저파크골프장 앞. 온라인예약제 중단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난 2일 고양시 성저파크골프장 앞. 온라인예약제 중단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이고 있다.

고양시 성저파크골프장
선착순 입장에서 예약제로
70~90대 어르신 집단반발
“스마트폰도 어려운데…”

[고양신문] 고양시 성저파크골프장 입구, 머리가 희끗한 80대 어르신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피켓에는 온라인예약제를 반대한다는 문구가 적혀있다. 온라인예약에 서툰 노년층이 파크골프장의 주 이용자인데, 고양시가 이용자들과 긴밀한 사전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온라인예약을 시행한 탓이다.

고양도시관리공사가 온라인예약제를 시행한 첫날부터 파크골프장 운영은 사실상 중단됐다. 골프장을 찾은 대부분의 회원들이 대기표를 받고도 입장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2일 어르신 100여 명은 고양시 대화동 성저파크골프장 입구에서 고양시의 변경된 예약방침에 반대의사를 밝히며 골프장 이용을 보이콧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어르신 300여 명은 반대 서명에도 동참했다.

2일 고양시 성저파크골프장에 모인 어르신들이 온라인예약 시행 중단을 요구하며 골프장 입장을 거부하고 있다.
2일 고양시 성저파크골프장에 모인 어르신들이 온라인예약 시행 중단을 요구하며 골프장 입장을 거부하고 있다.

최지환 성저파크골프클럽 회장은 “스마트폰도 잘 이용하지 못하는 회원들이 대부분인데 온라인예약을 강요하는 것은 운동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여성회원 분들은 특히나 기계에 더 취약하다. 자녀들이나 지인들에게 한두 번 부탁할 수는 있겠지만, 이곳을 이용하는 분들은 일주일에 3~4번, 많게는 매일 나오시는 분들이 많다. 온라인예약 때문에 불편해서 운동 못 하겠다는 회원들이 많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용시간과 금액을 변동한 것도 불만이다. 최 회장은 “그동안 오전 오후로 나눠 3시간에 3300원을 받았는데, 이젠 이용시간을 70분으로 줄여 같은 금액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고양도시관리공사는 온라인예약 전환을 시행한 이유에 대해 이용자들의 편의를 돕고 안전사고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도시공사 관계자는 “골프장에 너무 많은 사람이 몰리다 보니 아침 일찍부터 줄을 서는 분들이 많아 고통을 호소하는 분들도 있다. 또 온라인예약은 정원의 50%만 받고 있기 때문에 기존방식의 선착순 입장도 병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용시간을 줄이고 가격을 인상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공사 관계자는 “원래는 3시간에 3300원이었다고 하지만 이는 규정을 잘못 이해하고 계셨던 거다. 실제로는 18홀 기준 3300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었다. 18홀을 모두 돌면 퇴장하셔야 하지만 퇴장 없이 다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이번에는 18홀 이용시간을 70분으로 계산해 입·퇴장을 관리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고양시 성저파크골프장. 고양도시관리공사 제공
고양시 성저파크골프장. 고양도시관리공사 제공

이런 설명에도 어르신들은 기존방식인 선착순 입장과 자율적인 입퇴장이 더 편리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파크골프 동호인은 “파크골프는 보통 반나절씩 즐기는 게 보통이다. 집에서 버스나 지하철로 힘들게 나와서 고작 1시간 운동하고 다시 들어가려는 사람은 없다. 입장할 때 조금 기다려도 되고, 골프장에 사람이 좀 많아도 상관없다. 오히려 느긋하게 담소 나누면서 시간을 보내는 회원들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큰 불만은 온라인예약을 도입하면서 회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는 것”이라며 “동호인들이 어떤 방식으로 운동을 하는지 살펴보지도 않고, 행정 편의주의적인 발상으로 고양시가 운영방침을 급하게 바꿨다”고 지적했다.

고양시 체육정책과 관계자는 “동호인들 간에도 이번 온라인예약에 대해 찬반이 갈리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모두가 다 만족하지는 못하더라도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이용자들의 의견을 더 취합하고 타 지자체의 운영방식을 검토해서 더 나은 대안이 있는지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파크골프는 노년층의 가장 인기 있는 생활스포츠로 자리 잡으면서 최근 동호인수가 크게 늘었다. 고양시에는 5개의 파크골프장에서 8개의 클럽이 활동하고 있다. 전체 클럽회원은 350~400명, 미등록 동호인 수도 200~300명이다. 나이대는 보통 80대가 대부분이고 90대도 꽤 있다. 회원수가 갑자기 늘어나자 70대 회원을 더 이상 받지 않는 클럽도 생겨날 정도로 동호인 평균연령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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