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산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김미령 민간위원장

70대의 나이에도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봉사 현장에 언제나 등장하는 고양시 마당발, 김미령(73세) 풍산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을 만나보았다. 김미령 위원장을 만나기로 한 12월 1일은 마침 풍산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고양자원순환가게가 열려 사람들로 북적였는데 왕언니처럼 현장을 챙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김미령 풍산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 봉사도 미소도 으뜸이다.
 김미령 풍산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민간위원장. 봉사도 미소도 으뜸이다.

40년 가까이 봉사활동 이어와
“동 복지위원은 언제부터 했는지 기억도 안나는데 마을마다 두 명씩 뽑았을 때부터 했어요.” 마을활동을 비롯해 각종 단체 활동을 오래해서 언제부터인지, 몇년이었는지 기억도 못하는 것이 많았다. 그래도 고양시에서 봉사활동을 시작했던 날만큼은 정확히 기억하고 있었다. 
1986년 6월 일산2동의 아파트를 분양받아 이사해 첫 부녀회장을 맡으면서 그의 마을활동은 시작됐다. 당시는 새마을부녀회가 전국적으로 활성화되어 아파트마다 부녀회가 조직돼 경로행사, 아파트 가꾸기, 바자회 등 활동이 많던 시기였다. 그후로 의용소방대, 적십자봉사회 등 여러 단체에서 활동했다. 고양시여성단체협의회 사무국장을 맡기도 했다. 
대한적십자봉사회 고양지구협의회 홍보부장을 맡아 사진을 찍고 기사를 올리며 적십자활동을 널리 알렸다. “당시 박미화 회장이 할 때 모두 힘을 모아 경기도 1등으로 만들었던 때가 즐겁고 활기찼었지요.” 당시 매일 3, 4건씩 적십자 활동을 사진 찍어서 날마다 올려서 ‘빅히트’를 치고 상도 받았다. 사진이 너무 재밌어서 카메라 셔터가 닳아서 멈출 때까지 썼다고 한다. 장렬히 전사한 카메라는 고이 모셔두었다.

풍산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진행되는 풍산동 자원순환가게. 매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운영된다.
풍산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진행되는 풍산동 자원순환가게. 매주 목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운영된다.

복지·나눔활동도 새롭게 
“우리는 남의 동네가 안 하는 것을 많이 했어요.” 풍산동은 주민자치회도 활성화되고 마을 전체가 활력적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보장협의체 활동도 더욱 다양하게 펼쳐졌다. ‘실버비타민을 부탁해’는 풍산동 특화사업으로 매월 저소득 홀몸어르신 20가구에 제철과일을 전달하는 사업으로 노년층의 영양불균형 해소와 안부확인이 목적이다. 
몇해 전 김미령 위원장은 남편이 돌아가시던 해에 핑크색 이불 15채를 사서 할아버지들에게 나눠달라고 부탁했다. 이불을 받은 한 어르신이 동직원에게 도대체 이불은 왜 주느냐고 물었다. 남편 돌아가시고 허전한 마음에 마을 할아버지들께 따뜻한 이불을 나눠드린다고 답하자 한번 만나고 싶다고 했단다. 김 위원장은 그 할아버지를 만났다. 교장으로 은퇴하고 여러 복잡한 사정으로 혼자 어렵게 살고 계신 분이셨다. 할아버지들은 제일 불편한 게 뭐냐 물었더니 김치와 이불이라고 답했다. 남자 노인들에게 필요한 것이 바로 그것이구나! 수요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그후로 노인분들에게 이불세탁, 새이불 제공, 김치 제공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겨울이면 김장김치, 여름이면 열무김치, 오이지를 담가 어려운 이웃들에게 배달한다.
“올해 김장을 2450㎏ 했어요. 양이 많아서 네 번에 나눠서 했죠. 배달은 행정복지센터 직원들이 했어요. 우리 직원들이 고생 많이 했어요. 정말 고마워요.”

김미령 위원장은 "분리하면  돈! 섞으면  쓰레기!"라며 재활용의 중요성을 일목요연하게 말한다.
김미령 위원장은 "분리하면  돈! 섞으면  쓰레기!"라며 재활용의 중요성을 일목요연하게 말한다.

수혜자와 기부자 연결하는 허브 
“도와주는 분들 너무 많아 감사하지요.”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알려져 여기저기서 기부물품이 이어진다. ‘똑똑! 어르신 계세요?’는 풍산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와 일산노인종합복지관의 협력사업으로 풍산동 소재 음식점인 가나안덕에서 월 1회 녹두죽을 후원해 일산노인종합복지관의 생활지원사가 직접 홀몸어르신의 가정을 방문해 전달하는 사업이다. 또한, 방문을 통해 홀몸어르신의 안부를 확인하고 이상 징후 발견 시 풍산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에 알려 인적안전망 구축에도 기여하고 있다. 식사동에 소재한 사찰 길상사에서는 매달 식빵과 밀키트 형태의 떡볶이를 후원해주고, 대형할인마트에서는 생필품을 후원하기도 한다. 

노란티셔츠가 페트병으로 만든 기능성 반팔티다. 환경에 각별한 애정이 많은 그는 환경전도사다.
노란티셔츠가 페트병으로 만든 기능성 반팔티다. 환경에 각별한 애정이 많은 그는 환경전도사다.

대상자들의 상황도 제각각이다. 화장실 출입이 어려워 일산시장에 가서 요강을 사다 준 집도 있고, 허름한 집에 50대 남성이 이가 다 빠진 채 누워있어서 치과와 연계해서 틀니를 맞춰준 적도 있다. 풍산동은 아파트와 단독주택이 섞인 동네라서 겨울이 더욱 추운 이웃도 많다. 한집 한집 사정도 다양해 필요한 것을 연계해서 도움을 주고 있다. 
김 위원장은 활동하면서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보장협의체 17명 회원이 몸을 사리지 않고 열심히 활동해서 시장 표창장이라도 하나 챙겨주고 싶은데 1년에 1명만 추천가능한 것이 아쉽다고 했다. “17명이 한 번씩 상을 받으려면 17년 걸려야 하는데 말이 됩니까? 열심히 하는 사람들은 격려하고 칭찬을 해줘야죠.”
정작 본인은 자원봉사 마일리지도 챙기지 않고 고생하는 회원들을 챙기는 마음이 역시 왕언니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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