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이동환 시장이 외부일정을 이유로 시의회를 이탈하면서 시정질의가 무산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22일 이동환 시장이 외부일정을 이유로 시의회를 이탈하면서 시정질의가 무산되자 민주당 의원들이 본회의장 앞에서 성명서를 발표하고 있다.

시장군수협의회 참석차 성남행
“의회무시, 민주주의 훼손 심각”
민주 “안하무인 이동환” 질타

국힘 “본예산 심의 제안했으나, 
민주당 등원거부로 다시 파행”

[고양신문] 고양시의회 임시회 마지막날, 시정질의를 앞두고 이동환 시장이 돌연 본회의장에서 이탈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고양시의회는 올해 마지막 추경과 각종 조례안 등을 통과시키기 위한 본회의를 22일 열었다. 임시회를 마무리 짓는 본회의 안건에는 ‘시정질문’과 ‘김영식 의장 불신임안’도 각각 상정됐다.

이날 오전 10시 개회된 본회의는 이동환 시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추경 등 모든 안건이 순조롭게 가결됐다. 그런데 마지막 남은 ‘시정질문’과 ‘의장 불신임안’을 진행하기 직전, 갑자기 국민의힘 원내대표인 이철조 의원이 자리에 일어서 “(내년도 본예산 심의를 위한) 임시회 회기연장 동의안을 금일 의사일정에 추가할 것”을 요청했다. 

김 의장은 “의사일정이 양당 대표간 합의된 사항인가?”라고 물었고, 이 의원은 “합의는 없었다”라고 답했다. 이에 김영식 의장은 양당간 합의가 필요하다며 10시40분쯤 정회를 선언했다.

정회 시간 민주당 의원들은 “사전에 양당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본회의 도중에 의사일정을 연장하자는 주장을 했는데, 이는 민주당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반발했고, “일단 그 문제는 시정질의가 끝난 뒤 민주당 의총을 통해 상의해 보겠다”라며 의견을 조율했다. 이렇게 양당간 대화가 끝난 뒤 시정질의를 위한 본회의가 다시 1시간 만에(오전 11시40분) 속개됐는데, 시정질의에 답변해야 할 당사자인 이동환 시장은 이미 본회의장에서 자리를 뜬 상태였다.

이 시장이 본회의장을 이탈한 이유는 ‘외부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낮 12시 성남에서 열리는 경기도 시장군수협의회에 참석한 것. 이런 상황을 전해 들은 민주당 의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민주당 의원들은 “애초 계획되어 있던 시정질문을 받지 않고 이 시장이 자리를 비웠다. 사전 협의 하나 없이 의회를 박차고 나가는 막무가내 행태에 기가 찰 노릇이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시정질의에 나서기로 했던 시의원은 총 8명으로 이 중에는 이 시장과 같은 당인 국민의힘 시의원도 3명 포함돼 있었다. 8명의 시의원이 시정질의를 할 경우 보통은 오전 일정을 넘겨 오후까지 진행되기 때문에 이동환 시장이 시정질의를 처음부터 받지 않으려 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시정질의가 있는 날이면 외부일정을 잡지 않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취임 후 이 시장이 여러 사업들을 좌초시키면서 의회와 갈등이 컸던 터라 이번 시정질의는 시민들의 관심도 매우 높았다.

김영식 의장은 시장이 본회의장을 이탈했다는 소직을 전하며 곧바로 정회를 선언하려 했는데, 그 과정에서 민주당 의원들은 “정회하지 말아달라, 지금 이런 상황을 생방송(의회 홈페이지 제공)으로 시민들이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김 의장은 “원활한 회의진행과 중식을 위해 정회를 선포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저희는 밥 안 먹겠다”며 끝까지 반대했지만, 의장 직권으로 정회가 선포되고 말았다.

▲22일 고양시의회 본회의장. 이동환 시장이 불출석한 이유를 설명하며 김영식 의장이 정회를 선포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22일 고양시의회 본회의장. 이동환 시장이 불출석한 이유를 설명하며 김영식 의장이 정회를 선포하자, 민주당 의원들이 허탈해하고 있다.

이후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후 3시쯤 이동환 시장을 질타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시장이 시정질문을 앞두고 자리를 비운 행태는 상상할 수도, 납득할 수도 없다. 두려운 것이 있는 것인가, 아니면 시민의 목소리를 무시하는 것인가? 이것은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심각한 훼손이다”라고 밝히며 이후 속개된 본회의에 등원하지 않았다. 또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는 “아무리 같은 당이라도 작금의 이동환 시장의 의회무시와 불통행정을 언제까지 감내하고 비호할 것인가. 이 시장의 막무가내 행태를 준엄히 꾸짖는 데 시민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의회 본연의 초심으로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내년도 본예산 심사를 위해 회기연장을 제안하는 의사발언을 했는데, 민주당 의원들이 오후(4시40분)에 속개된 본회의에 등원하지 않으면서 회기연장안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며 오히려 민주당 의원들을 비난했다. 

의회 파행 다음날인 23일 고양시는 “내년 본예산과 조직개편 등 주요안건들이 처리될 것을 기대했으나, 회기연장이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임시회가 폐회했다”며 시의회에 책임을 돌리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국민의힘 의원들과 이동환 시장측은 외부일정을 이유로 이 시장이 시정질의에 불참한 것과 관련해서는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편 고양시는 내년도 예산이 연내 통과하지 못할 시, 제1부시장을 단장으로 하는 ‘준예산 운영 TF’를 구성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시의회에 요구한 2023년 예산액 2조9963억원 중 81.1% 정도를 준예산으로 편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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