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고양시장. 사진=고양시 제공
이동환 고양시장. 사진=고양시 제공

수행비서 없이 마이애미 단독 출장 
행정수장 공백으로 준예산 체제 더 길어질 듯
“의회와 협치, 시정 책임감 전혀 보이지 않아”

[고양신문] 본예산 심의 지연으로 준예산 체제에 돌입한 상황에서 이동환 시장이 이달 8일부터 12일까지 5일간 해외출장을 떠난다고 발표했다.
 
이 시장은 3일 보도자료를 통해 “바이오 클러스터 조성을 모색하기 위해 MIT(메사추세츠 공대) 로버트 랭거 교수를 미국 마이애미에서 면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로버트 랭거 교수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한 모더나 창업 멤버이자 이사로 활동 중인 인물이다.

이번 출장에 이 시장은 수행비서 없이 단독으로 출국한다. 출장경비도 이 시장이 자비로 부담하기로 했다. 시는 ‘올해 예산안이 심의되지 못해 준예산 체제로 새해를 맞았기 때문’이라고 단독출장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출장을 두고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시장은 지난 30일 준예산 체제를 대비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시장으로서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한 바 있다. 이어 “준예산 체제로 인해 민생피해가 우려되고 긴급 재해복구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시정에 혼란이 없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겠다”는 입장을 냈다. 하지만 고양시의회 민주당은 “이 시장의 해외 출장 발표는 당시 기자회견 때 했던 말과는 반대로 ‘시정을 돌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며 우려를 표했다.

민주당의 한 시의원은 “준예산 체제에서 시민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해야 할 행정의 수장이 자리를 비우는 게 말이 되냐”며 “유례없는 비상상황에서 행정 공백이 발생할 경우 벌어질 수도 있는 참사에 대해 이 시장은 공무원들에게 그 책임을 다 떠넘길 생각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시장의 해외 출장이 본예산 심의 일정을 더욱 늦춰 오히려 준예산 체제를 연장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고양시의회 민주당은 이 시장에게 수정예산안을 요구하는 조건으로 임시회를 조만간 열 계획인데, 시 집행부의 수정예산안 조율은 이동환 시장 귀국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김미수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시정질의 때는 국내 일정을 핑계로 의회에 불참하더니 이번에는 준예산 체제에서 본예산 심사를 앞두고 또다시 해외출장을 간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해외출장은 본예산 심의가 마무리된 뒤에 가도 되는 일이다. 의회와의 협치 노력, 시정에 대한 책임감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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