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환 시장 임기 내에 추진 안될 수도 

고양시청 이전이 예정된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 전경. 사진=고양시
고양시청 이전이 예정된 백석동 요진 업무빌딩 전경. 사진=고양시

‘민주당’ 당론으로 이전 반대 
‘국힘 고양갑 당협’도 반대성명
여야 17대17, 예산심의로 저지 
시장 임기 내 추진 못 할 수도

[고양신문] 이동환 시장이 취임 직후 한창 진행 중인 신청사 설계용역을 중단시키더니, 급기야 4일 신년 기자회견에서는 원당 신청사 백지화를 선언했다. 신청사 건립은 과거 5년 동안 10여 차례의 연구용역을 거쳤고, 그에 따라 올해 7월 실시설계가 완료되면 곧바로 착공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뒤엎는 결정은 너무나 손쉬웠다. 담당부서 공무원들, 지역구 국회의원, 지역주민들, 그 누구도 이 같은 결정을 사전에 전해 듣지 못했다. 심상정 국회의원은 이를 두고 “군사작전 하듯 이뤄진 발표”라고 꼬집었다.

이 시장은 원당 신청사 건립을 백지화하는 대신 요진개발로부터 기부채납 받게 될 백석동 요진빌딩을 새 청사로 쓰겠다고 발표했다. 며칠간 고민한 결과인지, 누구와 협의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이번 발표는 하나의 선언과도 같았다. 지자체가 이런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는 입지선정위원회 구성과 활동, 여론수렴을 위한 공론화 과정, 후보지에 대한 타당성 용역 등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과정이 생략됐기 때문에 저항은 거셀 수밖에 없다. 

원당을 지역구로 둔 심상정 국회의원은 ‘독선과 독재’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곳이 바로 고양시의회”라며 “예산편성 심의 권한을 가진 시의회가 이동환 시장의 설익은 결정을 바로 잡아주길 바란다. 시장의 독단을 막을 수 있도록 의회가 감시와 견제라는 고유의 기능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고양갑)이 4일 이동환 시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기자들에게 의견을 전하고 있다. 사진=고양신문 유튜브 캡쳐
심상정 정의당 국회의원(고양갑)이 4일 이동환 시장의 기자회견이 끝난 직후 고양시청 문예회관에서 기자들에게 의견을 전하고 있다. 사진=고양신문 유튜브 캡쳐

고양시의회는 현재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의원이 17대 17로 여야 동수다. 민주당은 5일 신청사 백석동 이전 반대를 당론으로 채택한다고 밝혔고, 국민의힘 고양갑 당협도 4일 청사 이전 반대 성명을 냈다. 민주당에서 이탈표가 나오지 않는 한, 앞으로 청사 이전과 관련된 예산이 시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낮다.

무엇보다도 국민의힘 고양갑 권순영 당협위원장이 반대 성명을 낸 것이 결정적이다. 이번 성명은 고양갑 국민의힘 시의원들 4명의 입장이 함께 담긴 것으로 봐야 하는데, 이 중에는 ‘신청사 원당존치위’와 함께 원당 존치를 외치며 ‘삭발식’에 참여했던 박현우 의원이 있고, 원당이 지역구인 안중돈 의원도 있다. 적어도 국민의힘 2명의 시의원이 원당 존치를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이동환 시장에게는 큰 걸림돌로 작용한다. 

관련 예산이 본회의장에 가기 전에 상임위에서 저지될 가능성도 매우 높다. 신청사 이전 예산은 여야 4대 4 동수로 구성된 민주당 송규근 의원이 위원장으로 있는 기획행정위를 먼저 통과해야 한다. 그런데 해당 상임위에는 삭발식에 참여했던 박현우 의원이 부위원장으로 있어, 표결에서 5대 3으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혹여 시 집행부가 다른 상임위로 예산심의를 돌린다 하더라도 민주당 김해련 위원장이 있는 건설교통위는 신청사 이전 반대 성명을 발표한 국민의힘 고양갑 소속의 김민숙 의원이 있고, 환경경제위에도 원당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안중돈 의원이 있다. 

이동환 고양시장. 사진=고양시
이동환 고양시장. 사진=고양시

이 시장의 이번 결정은 국민의힘 의원들과도 사전에 교감이 없었기 때문에 시의회에서 발목이 잡힌다면 시장 임기 내내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청사 건립 논의가 다음 지방선거 이후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신청사 백석동 이전과 관련해 앞으로 시의회에서 다뤄야 할 안건은 무엇이 있을까. 요진빌딩이 완공되면 올해 중순 기부채납이 진행될 예정인데, 이는 고양시의 재산이 취득되는 사안이라 ‘공유재산 변경심의’를 시의회 기획행정위가 담당하게 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건물의 용도를 지정하는 세부안이 세워질 경우, 상임위가 이 내용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어 기부채납을 지연시킬 가능성이 있다. 

‘공유재산 변경심의’라는 산을 넘더라도 청사 이전에 대한 예산은 적어도 두 번의 심의를 더 거쳐야 한다. 첫째는 건물 리모델링 비용. 둘째는 이사비용이다. 

시의회 민주당은 “애초에 공공청사 건물이 아닌 오피스 건물로 설계된 빌딩이라 리모델링 비용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며 “평당 100만원만 책정해도 연면적 2만평의 빌딩을 모두 바꾸려면 200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의 진행 과정에서 이동환 시장이 직권남용에 대한 업무상 배임죄가 성립되는지를 꼼꼼히 살펴 민·형사상의 책임도 반드시 물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권순영 고양갑 당협위원장은 “이 시장의 이번 발표는 일산과 덕양의 균형발전을 원하는 덕양주민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묵살하는 행위로써, 원당을 기점으로 하는 고양선 또한 우려되는 부분이 많다”라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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