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완의 ‘음악바람’ 여섯 번째

우리가 말하는 클래식 음악은 원래 종교의식을 위해 작곡되기 시작했고, 대중음악은 상업적 부분에 기반을 두고 일반인들에게 접근했다.

두 장르가 판이하게 다른 원형을 그린 것처럼, 그 뿌리만큼이나 시간이 갈수록 상업적 차이는 깊어갔다. 이 속에서 클래식 음악인들은 갈수록 외면 당하는 시장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대중음악인들은 음악적으로 무언가를 제시해야만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몇몇의 편중된 지지자들에게 멸시되기도 하는 크로스오버 음악의 시작은 바로 이런 계기를 통해서다.

크로스오버 음악이 제시하는 명분 두 가지. 첫째는 새로운 형태의 음악을 찾아내는 것이 음악인으로서 노력하는 자세라는 것. 둘째는 그다지 천박하지도, 너무 따분하지도 않은 또는 너무 가볍지도 엄숙하지도 않은 음악으로 다양한 층의 음악 애호가를 만족시킬 수 있다.

발상이 좋으면 결과도 좋은 법! 수많은 베스트셀러 음반들이 쏟아져 나왔는데 이 번호에서는 안타깝게도 한 곡으로만 유명한 가수를 소개한다.

영국 출신의 루이스 터커(Louise Tucker)가 그 주인공이다. 귈드홀음악원에서 오페라를 공부한 클래식 전공자였다. 졸업 후 진로를 걱정하던 루이스가 오페라보다 대중음악으로 두각을 나타내기가 쉬울 것 같아 잠시 노래했던 것이 대히트 하면서, 일반인들에게 대중가수로 인식된 것이다.

프로듀서 팀 스미츠와 칼라이 스카벡을 만나 83년에 발매한 1집 ‘미드나잇 블루(Midnight Blue’로 유럽과 아시아에서 최고의 히트 앨범이 됐다. 85년에 2집 ‘애프터 더 스톰(After the Storm)’발매 후 팝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독자들에게 크로스오버 음악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 90년에 발매된 루이스의 베스트음반을 추천해본다.

앨범의 첫 서두를 장식하는 ‘미드나잇 블루(Midnight Blue)’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비창’의 2악장을 샘플링 한 것으로 최고의 히트를 장식했다.

제목이 풍겨주는 것처럼 ‘블루시(Bluesy)는 성악가가 블루스를 멋들어지게 불러주는 듯하며,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를 편곡한 ‘묘지(Graveyard)’를 위시해, 헨델의 「리날도」중에서 ‘울게하소서’의 첫 소절을 인용한 ‘애프터 더 스톰(After the Storm)’, ‘온리 포 유(Only for You)’는 비장함과 간절함을 동시에 잘 전달하는 간결한 곡이다.

대중음악 활동 이후 오페라에만 전념하고 있는 루이스는 자기의 삶을 돌이켜 보며, 예전에 클래식만 고집했더라면 지금의 자기모습은 상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밝힌다.
<빅뱅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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