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1600평 규모 장미 농가 2월분 전기료가 1116만원이 넘게 나왔다. 
▲고양시 1600평 규모 장미 농가 2월분 전기료가 1116만원이 넘게 나왔다. 

올겨울 난방비 작년 두 배
온도 민감한 ‘장미 농가’ 타격
졸업시즌에도 화훼농가 울상

[고양신문] 고양시 덕양구 관산동에서 장미 농사를 짓고 있는 하모씨. 이번달 내야 할 전기요금 고지서를 받아들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요금이 무려 1100만원이 넘게 나왔기 때문이다.

“고지서가 잘못 온 줄 알았어요. 평생 이런 고지서를 받아본 적이 없으니까요. 작년 겨울 제일 추운 달 난방비가 5~600만원 정도였으니깐 두 배 오른 거죠. 40년 넘게 장미 농사 지으면서 이렇게 난방비가 갑자기 오른 경우는 처음입니다. 올 1월에도 1000만원 넘게 나왔는데, 이번달엔 요금이 더 나왔더라구요. 고지서를 받아들고는 손이 떨렸습니다.”

고양시 화훼산업은 매년 국제꽃박람회를 개최할 정도로 지역의 대표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고유가에 따른 기름값 상승과 맞물려 농업용 전기료까지 오르면서 화훼산업이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화훼농가에서도 난방비에 가장 취약한 곳은 절화류다. 그중에서도 장미 농가는 실내 적정 온도가 섭씨 23도로 유지되어야 하기 때문에 한파경보가 이어지는 날이면 농민들은 다음달 내야 할 전기료 걱정부터 앞선다. 

▲비닐하우스 1600평에서 장미 3만주를 기르고 있는 덕양구 관산동의 한 장미 농가.
▲비닐하우스 1600평에서 장미 3만주를 기르고 있는 덕양구 관산동의 한 장미 농가.

비닐하우스 1600평에서 장미 3만주를 기르고 있는 하모씨는 “전기난방은 고압 나트륨 전등으로 하는데, 옛날에 경유로 온풍난방을 할 때보다 비용이 저렴하다고 해서 1600평 난방시설을 전기난방으로 싹 바꿨다. 그런데 이렇게 갑자기 전기료를 올려버리면 시설 투자비용도 다 까먹는 셈이 된다”며 “정부가 일관성 있게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과거 정부가 농업인들에게 기름보다 전기난방을 권장했고, 그로 인해 나트륨 전등 수천개를 설치했는데, 이제는 농업용 전기요금이 가정용 전기요금과의 격차가 거의 사라질 정도로 비싸지면서 시설투자를 했던 농가가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따뜻한 온도에서 자라는 장미는 추운 겨울인 크리스마스와 졸업·입학시즌 때 인기가 가장 높다. 농가는 난방비가 가장 높은 시기에 생산된 장미를 비싸게 팔고 싶지만, 그것도 여의치 않다. 수입산이 대량으로 들어오면 겨울에도 장미 시세가 뚝 떨어지기 때문이다. 장미는 꽃봉우리가 벌어지기 전에 자라는 대로 곧바로 출하해야 해서 낮은 시세를 피해서 출하하기도 어렵다. 이 때문에 혹한기에 비싼 전기료로 생산된 장미를 농민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저렴한 가격에 내놓는 경우가 많다. 

▲장미농가는 고압 나트륨 전등으로 난방을 한다. 15일 해가 지자 비닐하우스 내부 천장에 보온커튼이 쳐지고 나트륨 전등에 불이 들어왔다.
▲장미농가는 고압 나트륨 전등으로 난방을 한다. 15일 해가 지자 비닐하우스 내부 천장에 보온커튼이 쳐지고 나트륨 전등에 불이 들어왔다.
▲지난 15일 새벽 수확한 장미가 저온창고에 보관돼 있다.
▲지난 15일 새벽 수확한 장미가 저온창고에 보관돼 있다.

한국화훼농협 관계자는 “농업용 전기요금이 1년 전보다 30% 이상 올랐고, 해외에서 수입하는 양액 등의 원자재 가격도 2배 이상 뛰었다”며 “올겨울엔 사실상 적자 생산하는 농가들이 꽤 있을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장미 재배 농민 하모씨는 “예전엔 고양시에 장미 농가가 많았는데, 적자운영이 지속되면서 폐농이 늘었고 지금은 100여가구 정도 밖에 남아 있지 않은 것 같다”라며 “지자체나 화훼조합 차원에서는 해결이 어렵다. 정부가 나서서 난방비 지원 대책을 마련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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