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양행신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 보호자들은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독립적인 시설이 추가로 신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덕양행신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서 생활하고 있는 장애인들. 보호자들은 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독립적인 시설이 추가로 신설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뇌병변 등 중증장애 시설 미흡
고양시 전체 정원 21명에 불과
“가정에선 버티기 힘들어”

[고양신문] 고양시 중증장애인 보호자들이 ‘중증·중복·뇌병변 장애인을 위한 주간보호센터 증설요구서’를 최근 고양시에 제출했다. 

고양시가 운영하는 뇌병변 장애인 시설(덕양행신종합사회복지관 내 주간보호센터)을 이용하고 있는 입소자 13명은 계약기간 6년이 끝나는 올해 연말부터는 더 이상 시설에 나올 수 없다. 보호자들은 “입소 가능한 대체시설이 없기 때문에, 앞으로 집에만 머물러야 한다”며 주간보호센터 증설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 뇌병변 등 중증장애인들이 입소 가능한 고양시 주간보호센터는 단 2곳, 정원은 21명에 불과하다. 일산에 있는 ‘고양시장애인주간보호센터’에 7명, 덕양구에 있는 ‘덕양행신종합사회복지관’에서 14명만이 중증장애인을 받고 있다.

보호자들은 “108만 거대도시 고양시에서 중증장애인을 위한 주간보호센터 정원이 단 21명인 것이 말이 되냐”며 “기존 시설을 확장하거나, 중증장애인들만을 위한 시설을 독립적으로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올해 12월부터 시설에 나가지 못하면, 우리 엄마들 중에는 정말 극단적인 생각을 하시는 분들도 분명 있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겁을 주기 위해 하는 말이 아니에요. 진짜 그런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어요. 그만큼 절실합니다.” - 보호자A

“아이가 하루종일 집에만 있으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은 더 안 좋아질 테고, 그걸 지켜보는 부모들도 버티기 힘들 거예요. 24시간 자식을 케어하느라 경제활동을 못 하게 되는 가정도 있을 텐데, 그러면 삶이 지옥이 되는 겁니다.” - 보호자B

이들 보호자들은 신체장애와 지적장애를 동시에 가진 중증장애인을 자녀로 두고 있다. 걷지 못해 모두 휠체어가 필요하고, 갑자기 발작을 일으키기도 하고 고함을 치기도 하기 때문에 공공장소 외출도 어렵다. 외부와의 연결고리는 오직 주간보호센터가 전부라고 말한다. 

▲중증·중복·뇌병변 장애인을 자녀로 둔 보호자들. 장애인들이 주간보호센터에 머무는 시간은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사이다.
▲중증·중복·뇌병변 장애인을 자녀로 둔 보호자들. 장애인들이 주간보호센터에 머무는 시간은 보통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 사이다.

최버들 한국중증·중복·뇌병변 장애인부모회 국장은 “식사도 혼자 할 수 없고, 대소변은 말할 것도 없다. 몸만 성인 크기로 자란 신체장애를 가진 1~2살 아이라고 보면 된다”라며 “이런 아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곳이 주간보호센터다. 시설에 도착해 잠깐이나마 웃는 모습을 보면 부모 입장에서 그보다 좋은 게 없다”고 말했다. 

고양시는 증설 요구에 대해 정확한 답변을 피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중증장애인 시설 문제는 고양시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장소도 물색해야 하고 예산도 수반되는 신규사업이기 때문에 증설이 필요한지에 대한 확인작업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시설 이용자에 대한 수요조사 데이터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입소 의사를 밝힌 대기자 명단 외에는 정확한 데이터가 확인되지는 않는다”라고 답했다.

최버들 국장은 “현재 덕양구 시설에만 입소대기자가 최소 25명 이상이다. 시설 이용이 절실한 사람들이 이분들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양시가 수요조사 결과를 숨기고 있는지, 아니면 그런 데이터를 아예 가지고 있지 않는 것인지 정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며 “올해 연말까지 시설 증설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시청 앞 집회 등 다양한 형태로 거리에 나설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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