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개질 동아리 ‘야밤의 뜨개질 클럽’ 
세 번째 작품전 <뜨다, 잇다, 있다>
도서관 주변 마을 등 작품으로 완성 
이달 30일까지, 파주중앙도서관  

뜨개질과 책읽기를 매개로 한 정겨운 모임을 이어오고 있는 '야밤의 뜨개질 클럽' 회원들.
뜨개질과 책읽기를 매개로 한 정겨운 모임을 이어오고 있는 '야밤의 뜨개질 클럽' 회원들.

[고양신문] 한밤중에 뜨개질을 함께 하는 사람들이 있다. ‘야밤의 뜨개질 클럽(이하, 야뜨클)’은 매주 월요일 밤 10시에 줌으로 만난다. 이들은 뜨개질을 하면서 영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마음도 나눈다. 이들이 만든 작품을 파주중앙도서관 5층 창작공간에서 ‘뜨다, 잇다, 있다’라는 제목으로 전시 중이다. 취미 생활로 만든 손뜨개 작품이 마치 전문가의 것처럼 보인다.

야뜨클은 일산과 파주, 제주 등 전국에 거주하는 20명의 회원이 함께한다. 구성원은 40대부터 60대까지의 화가 작가 번역가 요리전문가 등으로, 연령대와 직업이 다양하다. 2017년 아람누리도서관에서 뜨개질을 하면서 책을 읽는 동아리로 만났던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지금까지 모임을 재미나게 이어오고 있다. 

작년 3월부터는 야밤의 뜨개질 클럽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모임을 시작했고 연말에는 서울의 책방에서, 올 2월에는 화정도서관에서 전시를 했다. 이번이 세 번째 전시다. 야뜨클 회원 중 한 명인 화정도서관 이선화 팀장은 “도서관에서 만난 이들이 서로를 돕고 함께 성장하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면서 “재미있고 의미있는 행사”라고 소개했다.

파주중앙도서관과 주변 마을을 뜨개로 완성한 야뜨클 회원들의 전시작품.
파주중앙도서관과 주변 마을을 뜨개로 완성한 야뜨클 회원들의 전시작품.

이번 파주중앙도서관에 출품한 메인 작품은 도서관과 그 주변 마을을 뜨개질로 완성한 것이다. 동화 속 마을처럼 아기자기한 작품을 보고 있으면, 파주시가 살고 싶은 동네로 다가온다. 환경을 생각한 작품도 있다. 버려지는 양파망을 이용해 만든 리사이클 가방 안에는 격려와 위로의 문구가 적힌 엽서를 넣어 두어 하나씩 꺼내볼 수 있게 했다. 회원들 각자의 손을 촬영한 사진들을 연결한 작품도 있다. 한 코 한 코 정성을 담은 이들의 작품은 관람객들의 마음을 푸근하게 만든다.  야뜨클의 방장 김현숙씨는 출판사 편집자다. 그에게 뜨개는 어떤 의미인지 물어봤다. 

“갱년기 때 불면증이 심했는데요. 책을 보면 생각이 많아지고 눈도 아프더라고요. 뜨개질을 하다 보면 시름이 사라져요. 그때 자면 되는 거죠. 처음 하는 분들은 힘이 많이 들어가는데요. 뜨개는 힘을 빼야 합니다. 숙련이 된다는 건 힘을 빼는 것이지요. 열심히 산다고 해서 자신이 의도한 대로 전부 이루어지는 건 아니잖아요. 뜨개는 삶에서도 힘을 빼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 같아요.” 

모임은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탈퇴가 자유롭다. 누군가가 뜨개질을 특별히 가르쳐 주지는 않지만, 함께하는 두 시간을 즐기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한 달에 한 번씩 여행을 다닌다. 춘천과 통영을 가고, 그림책 작가 조혜란의 작업실이 있는 홍성도 다녀왔다. 

모임에서는 단순히 뜨개질만 하지 않는다. 1부에는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2부에는 ‘별의별 미션’을 공유한다. 방장이 제시하는 미션은 누군가의 손이나 뒷모습, 음식이나 기분 좋게 하는 풍경 등을 사진으로 한 컷 찍어 단톡방에 올리는 것이다. 회원들은 각자가 주인공이 되어 자신의 사진에 대한 느낌을 들려준다. 번역가인 엄혜숙 회원과 이아람 회원은 책과 시를 읽어주고, 그램책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노인복지를 전공한 후 셀프케어 디렉터로 활동 중인 최지현 회원은 야뜨클의 좋은 점을 이렇게 소개했다. 
“서로의 장점을 발견해 주는 모임이에요. 단순한 동아리가 아니라, 서로에게 성장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삶에서 응원군이 생긴 것 같은 기분도 들고요. 적당한 거리를 두고 건강한 관계로 지낼 수 있어서 더 좋아요.” 

뜨개책 컬렉션 코너.
뜨개책 컬렉션 코너.

독서논술학원 대표인 김수민 회원은 “뜨개질이 저를 살려 줬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외부 강의나 활동이 모두 중단됐잖아요. 그때 코바늘뜨기를 처음 배웠어요. 저는 어려서 늘 ‘계집애는 쓸모가 없다’는 말을 듣고 자랐어요. 평생 저의 쓸모를 증명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살았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갑자기 갈 데가 없어진 거예요. 그때 뜨개질을 하면서 시간을 견뎠습니다. 뜨개가 나의 필요성을 다시 찾아 준 거지요.”

영어로 ‘니팅(knitting)’은 두 가지 뜻이 있다. 뜨다의 ‘뜨개’와, 사물이나 사람을 ‘연결시키다, 결합시키다’라는 의미다. 회원들은 생각지도 못했던 사람들과 소통하고 밀접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니팅이라는 것을 실감하고 있다. 말하자면, 야뜨클은 오색실로 엮인 뜨개마을 공동체로 승화한 셈이다. 

버려지는 양파망이 뜨개를 통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버려지는 양파망이 뜨개를 통해 작품으로 재탄생했다. 

장순일, 모영숙, 박옥기, 이명옥, 하승옥 씨 등 회원들은 한결같이 “잡념이 생기면 그동안 작업했던 것들을 모두 풀어 버리고 새로 시작해야 하기 때문에 집중해야만 한다”면서 “그동안 신나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요즘은 무척 신나요. 따듯한 온기와 포근한 정을 느낄 수 있는 것은 덤이고요. 평생을 같이 할 수 있는 친구들이라는 느낌이 좋아요. 직업과 살아온 배경이 다르니까 생각도 다르고 아이디어가 넘쳐나요”라고 입을 모았다.

파주중앙도서관의 이인숙 관장은 “2005년 개관한 도서관을 코로나 시기에 대대적으로 리모델링을 한 후, 21년 말에 재오픈을 했다”면서 “다양한 주제의 활동을 통해 시민들에게 즐거움을 제공할 예정이고, 앞으로도 환경을 고려한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전시를 기획한 김수연 사서는 “이번 전시는 ‘이달의 메이킹’이라는 프로그램과 연계돼 있다”면서 “실과 바늘, 그리고 손뜨개 책을 진열하였고, 시민들이 직접 떠볼 수 있는 ‘니팅 아트 맛보기’ 행사도 진행 중이니 많은 분들이 체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5일 시작된 전시는 3월 30일까지 이어진다. 문의는 파주중앙도서관 정보봉사팀(031-940-5654)으로 하면 된다.

회원들 각자에게 뜨개가 어떤 의미인지를 적어놓은 전시물.
회원들 각자에게 뜨개가 어떤 의미인지를 적어놓은 전시물.
전시작품 설치를 마치고 포즈를 취한 야뜨클 회원들.  
전시작품 설치를 마치고 포즈를 취한 야뜨클 회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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