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고 출신 김현준 마술사 블랙풀매직컨벤션 '우승'

마술사 김현준 씨가 영국 블랙풀매직컨벤션 'The One' 우승 트로피를 들고 웃어보이고 있다. 
마술사 김현준 씨가 영국 블랙풀매직컨벤션 'The One' 우승 트로피를 들고 웃어보이고 있다. 

중산고등학교(일산동구) 출신인 마술사 김현준 씨가 지난 218일 영국 블랙풀에서 열린 2023블랙풀매직컨벤션 ‘The One’에 참가해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블랙풀매직컨벤션 대회는 본선이 치러진 당일까지 참가자와 심사위원에 대해 엄격한 비밀유지로 과연 누가 참가할 것인지 관심 속에 진행됐다. 기존의 마술대회가 스테이지 마술과 클로즈업 마술 등 장르별로 나눠 치러지는 것과 달리 이번 대회는 장르 구분 없이 단 한 명(The one)의 우승자를 선발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김현준 마술사는 6천 명의 관객 앞에서 자신의 특기인 볼과 카드로 매니퓰레이션이라는 순수 손기술을 이용한 공연을 선보이며 8명의 마술사와 치열한 경합 끝에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이 공연의 관객은 전세계에서 모인 마술사들이었다고 한다.

김현준 마술사는 “8분 공연에 인생을 갈아넣었다고 표현할 만큼 하루 12시간씩 피나는 연습을 통해 표정 하나, 손동작 하나까지 완벽한 공연을 펼쳤다.

“2012년 월드챔피언 매니플레이션 부문 수상 이후 11년 만에 출전이라 큰 결심이 필요했어요. 도전 욕구도 있었고 11년 동안 활동하며 이뤄낸 것이 있으니까 나의 가치를 공식적인 자리에서 증명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라인업이 비공개라 스타 매지션이 올 것이라는 예상도 하고 내심 기대도 했어요.”

이번 대회 출전은 김현준 마술사 개인에게 큰 의미가 있다. 13살에 마술을 시작했으니 올해로 20주년이 된다. 스스로에게는 20주년을 기념하자는 의미도 있었다.

김현준 씨가 활동하는 '더 일루셔니스트' 공연 포스터
김현준 씨가 활동하는 '더 일루셔니스트' 공연 포스터

2012년 매니플레이션 수상 후 캐스팅 돼 세계적으로 유명한 공연기획사 태양의 서커스소속으로 더 일루셔니스트(The Illusionists)’ 팀에서 유일한 동양인 마술사로서 1년의 반 이상을 전 세계를 돌며 투어공연을 펼치고 있다.

세계의 아이콘이 되는 게 꿈이에요.” 슬랩스틱하면 찰리 채플린을 떠올리듯 마술하면 김현준을 떠올리게 되는 것이 꿈이다. 그는 마술을 궁극의 예술이라고 표현한다. 마술 안에 희로애락이 담겨 있고, 현실에서 볼 수 없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관객이 열광하고 감탄하게 만드는 예술이기 때문이다.

김현준 마술사의 주종목은 매니플레이션(manipulation). 장치없이 손기술로 하는 마술이다. 손안에서 카드가 사라지거나 나타나고 색이 바뀌는 등 관객이 아무리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아도 어느새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런 마술이다. 손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섬세한 기술이라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하루 10시간 이상의 연습과 노력으로 만들어진 기술이다. 그의 공연은 다채로운 표정과 손기술이 예술의 경지다. 손가락에서도 표정이 느껴진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김현준 마술사의 주종목인 매니플레이션은 손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섬세한 기술이라 엄청난 노력으로 완성된다. 
김현준 마술사의 주종목인 매니플레이션은 손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섬세한 기술이라 엄청난 노력으로 완성된다. 

 

초등학교 4학년 때 검객의 꿈을 안고 검도장 다닐 때 같이 다니던 형이 카드마술을 보여줬다. 무작위로 선택한 카드를 카드 더미 중간에 넣으면 맨 위로 올라오는 마술이었다.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 믿기지 않고 신기했다. 물어봐도 방법을 알려주지 않았다. 인터넷에나 유튜브에 정보가 있을 때도 아니라 서점에 가서 마술사 이은결의 책을 사다보며 마술을 익혔다. 2005년 제1회 하이서울 매직페스티벌에서 우수상을 받고 대상을 놓친 아쉬움에 2년 후 재도전해 대상을 받기도 했다. 이러한 활약으로 2007년에는 제2회 글로벌 인재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산고 2학년에 재학중이던 2008년 제124회 이탈리아 마술클럽컨벤션에서 그랑프리 수상, 2012년 세계마술 챔피언십 매니퓰레이션부문 수상 등 세계적인 대회에서 꾸준히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보이며 지금의 위치에 올랐다.

김현준 마술사는 인터뷰를 마무리 지으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많은 분들이 케이팝(k-pop)에 열광하는 모습을 보며 속상하달까,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요, 비주류 예술가 중에도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마술을 비롯해 비보잉, 비트박스, 스트리트 댄스 등 다양한 예술을 인정하고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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