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맞이 마을잔치 매화다담(梅花茶啖)
파주출판도시 한옥 ‘서호정사’에서 열려  
드로잉·판소리 즐기며 새봄 덕담 나눠

많은 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출판도시 봄맞이 마을잔치 '매화다담' 행사.
많은 이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출판도시 봄맞이 마을잔치 '매화다담' 행사.

[고양신문] 21일은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이었다. 이날을 기준으로 낮의 길이가 길어지면서 점점 봄기운이 퍼진다. 파주출판도시의 아름다운 한옥 건물 ‘서호정사(西湖精舍)’에도 봄이 왔다. 봄을 가장 먼저 전한다는 매화꽃 송이가 하나씩 피어나고, 매화꽃 향기가 퍼지는 중이다. 이곳에서 ‘매화다담(梅花茶啖)'이라는 타이틀로 매화맞이 마을잔치가 열렸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이사장 고영은)이 개최한 이 행사는 고영은 이사장과 이기웅 명예이사장의 인사말, 문봉선 화백의 매화 드로잉에 이어 김태희 명창의 판소리 순으로 진행됐다. 이날은 김도현 전 문화체육부 차관, 헤이리예술마을 박관선 이사장, 정재숙 전 문화재청장, 한국출판인회의 이광호 회장,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김종수 이사장, 한명희 전 국립국악원장, 이은 명필름 대표, 파티 안상수 교장, 김언호 한길사 대표를 비롯해 출판도시 입주사 대표 등 70여 명이 참석했다. 

매화다담 좌장 이기웅 명예이사장.
매화다담 좌장 이기웅 명예이사장.

진행을 맡은 장동석 사무처장은 이번 행사를 기획하면서 ‘정성’이라는 단어를 품고 준비했다며 인사를 건넸다. 
“매화의 꽃말은 ‘깨끗한 마음’입니다. 매화는 출판도시가 추구하는 가치관과 인문주의를 상징하지요. 이 도시가 태어날 때부터 깨끗한 마음이 살아 숨 쉬는 곳을 지향해 왔는데요. 절제, 균형, 조화, 그리고 인간애를 꽃피우는 공동체를 실현해 나가고 있습니다. 오늘 잔치에는 그동안 많은 도움을 주신 도시 안팎의 선생님들을 모시고 출판도시의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첫 번째 봄맞이 행사입니다.” 

고영은 이사장은 “이곳에는 한옥이 있고 조그마한 연못도 있고, 오늘의 주인공인 매화나무도 있다.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경치”라며 “높은 안목과 깊은 식견이 아니면 이런 공간이 태어나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환영사를 했다. 

매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문봉선 화백.
매화 그림을 그리고 있는 문봉선 화백.

이날 문봉선 화백은 거침없는 붓질로 매화 수묵 드로잉을 선보였다. 문 화백은 ‘현대 수묵화의 새로운 전통을 세우고 있는 인물’로 평가받는 한국화가로, 큰 붓을 이용해 한지 위에 매화가 지닌 대범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표현했다. 우리 산천을 찾아다니며 난초, 매화, 소나무를 그린다는 그의 그림에서는 묵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문 화백은 그림에 이어 청나라 때의 시인이자 화가인 이방응의 ‘제화매(題畵梅)’라는 시도 선보였다. “‘몇 점의 매화가 사람을 기쁘게 하는구나, 집집마다 거리마다 온통 봄바람이 퍼졌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시인데요. 모든 사람이 태평하기를 바라는 의미로, 오늘 같은 날에 잘 어울리는 시입니다.” 

김태희 명창은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불러 봄날의 운치를 더했다. 김 명창은 서울대학교에서 음악 박사 학위를 받았고,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심청가를 이수하였으며, 대한민국 춘향국악대전 명창부 대통령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다.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핀 파주출판도시 서호정사. 
매화꽃이 흐드러지게 핀 파주출판도시 서호정사. 

서호정사는 정읍에 있는 김동수 가옥의 사랑채를 옮겨와 조성한 유서 깊은 한옥이다. 1784년 경에 건축된 이 한옥은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균형미를 이루고 있는 호남 민가의 빼어난 건축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 고가는 2000년에 파주출판도시에 자리 잡고 서호정사라는 당호를 갖게 됐다. 서호(西湖)는 서쪽의 호수를, 정사(精舍)는 학문을 가르치는 곳이자 정신을 수양하는 장소를 의미하는데 책마을과 잘 어울린다.

매화다담의 좌장 이기웅 회장이 소중한 바람을 담은 인사말로 행사를 갈무리했다. 
“수령이 20년 된 매화나무들이 이곳의 상징으로 굳건하게 자리 잡아가고 있습니다. 기후나 토양에 문제가 있어서인지 지금은 나무가 병이 든 상태인데요. 정성이 들어가면 치료가 되리라고 봅니다. 나무를 살리는 일이 우리 모두를 살리는 길이라는 사실을 돌이켜보는 행사이자, 오랜 간직하고 싶은 잔치였으면 좋겠습니다.”

문봉선 화백이 쓴 '서호정사' 당호를 들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참가자들. 
문봉선 화백이 쓴 '서호정사' 당호를 들고 함께 기념사진을 찍은 참가자들. 
매화다담 행사장에 마련된 매화 관련 도서들.
매화다담 행사장에 마련된 매화 관련 도서들.
환영의 인사를 전하고 있는 고영은 출판문화재단 이사장.
환영의 인사를 전하고 있는 고영은 출판문화재단 이사장.
비목의 작사가이자 전 국악원장 한명희 교수(왼쪽)가 김태희 판소리 명창(가운데)을 소개하고 있다.
비목의 작사가이자 전 국악원장 한명희 교수(왼쪽)가 김태희 판소리 명창(가운데)을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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