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농장 ‘초당’ 주인 강일창씨

원흥동 농협대 입구에 있는 야생화농장 <초당>의 주인 강일창씨는 우리나라 야생화의 최고의 전문가로 손꼽힌다. 그는 생태계 파괴로 이름 없는 꽃들이 멸종되는 것을 누구보다도 가슴 아파한다. 강씨는 이런 꽃들을 보호하고 개체수를 증식시켜 보존하는 일을 묵묵히 20년을 해 왔다. 

강씨와 같은 자연 지킴이의 노력이 있었기에 현존하는 7000여종의 야생화 중 400~500여종이 멸종을 벗어났다. 고양시에서 정기적으로 치러지는 꽃전시회와 세계 꽃 박람회에서 단골로 얼굴을 내미는 야생화들은 강씨의 손길이 거친 것이 많다.

“야생화는 수천가지이지만 사람의 손으로 클 수 있는 종은 100여 가지 뿐이에요. 아직도 연구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지요” 

야생화는 숨어서 남몰래 한두 송이의 꽃을 피어내는 ‘은자’의 기품과 멋을 지닌 것이 매력이다. 20년 전 조각 일을 하며 꽃 사랑에 빠졌다가 꽃이 좋아 야생화를 가꾸는 외길을 걸어 왔다는 강씨는 “그동안 말 못할 고생도 많았다”고 털어놓았다.

“1980년대엔 야생화에 대한 자료가 거의 없었어요. 발품으로 우리나라의 모든 산을 헤매다시피 했지요. 그러다 보니 간첩으로 몰려 군인에게 잡혀가 조사받는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산속에서 안개로 길을 잘못 짚어 계곡에 구르기가 다반사였지요. 벌에 쏘여 눈이 퉁퉁 부어 앞이 보이지 않아도 산에 올랐다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미쳤다’고 비웃음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얻는 것도 많았다. 강원도 한백산에 가서 멸종위기에 있던「난장이 바위솔」을 발견했을 때는 천하를 얻은 것처럼 큰 기쁨을 누렸다는 것. 몰상식한 인간들의 손길을 타서 자취를 감추었던 「난장이 바위솔」이 자생력으로 생명을 유지하여  빨간 꽃을 피운 모습을 보고 강씨는 엄숙한 자연의 섭리를 느꼈다고 말했다.  강씨가 경험을 통해 발견한 야생화의 모습은 이렇다. 야생화는 꽃을 피우기 전과 열매를 맺고 있을 때의 모습이 모두 천차만별로 나타난다는 것. 그 모습은 사진으로 판별하기 어렵고 야생화와 함께 산 사람들의 육안으로만 식별이 가능하다. 야생화를 키우려면 4계절의 자생 상태를 잘 알아야 하고 생육 환경에 대한 세밀한 조사가 따라야 한다. 강씨는 ‘물을 좋아하는 녀석’과 ‘그늘을 좋아하는 녀석’이 따로 있다고 표현했다.

“무엇보다 식물마다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해요. 그런 지식을 갖고 인공적으로 생육환경을 만들어 주면 야생화도 집에서 키울 수 있어요. 일반적으로 야생화는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에 조금만 신경 쓰면 원예식물보다 키우기 쉽습니다”

강씨는 2년 전부터 매주 목요일 무료강습을 통해 야생화 기르기를 지도한다. 한 두달만 배우면 기본적인 금낭화 매발톱 나리 등은 키울 수 있다는 것. 이왕이면 실력을 키워 공기와 물을 정화시키는 수생식물인 수련 연 부들 창포 등을 키워보라고 권한다.

“야생화는 봄 꽃을 보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해요. 꽃은 사람의 마음을 여유롭게 합니다. 꽃의 도시에 사는 고양시민은 다른 고장에서 사는 사람들 보다 더 꽃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해요” 재차 꽃사랑을 당부하는 그는 물주는 시간이 늦었다며 총총히 화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문의> 965-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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