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 소재 작가모임 ‘토요일’ 
그룹전 <토요일, 토요일, 토요일> 
~4월 29일, 아트인동산 일산갤러리

한애규 작가의 작품 
한애규 작가의 작품 

[고양신문] 국내외에서 쟁쟁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는 여덟 명의 작가들이 뭉쳤다. 이들은 흙으로 작업하는 사람들의 모임 ‘토요일’의 멤버들로, 9번째 단체전을 진행 중이다. 일산동구 성석동에 있는 갤러리 ‘아트인동산(대표 정은하)’에서 1일부터 시작된 전시에서는 그들의 작품 45점을 만날 수 있다. 매년 그룹전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들은 모두 흙을 기반으로 작업을 하고 있지만, 주제와 기법, 표현 방식이 전부 달라 8인 8색의 매력이 전달된다.  

토요일 멤버 중 한 명인 주후식 조각가는 “김주호 작가와 한애규 작가를 주축으로 11년 전에 모임을 만들었다. 연령대는 40대부터 70대이고, 거주지도 고양, 파주, 강화, 서울 등으로 다양하다”고 설명한다. 한애규 작가는 대자동 주민이고, 주후식, 윤주일, 구경모 작가는 성석동의 작업실을 함께 쓰는 사이라고 말했다. 

김주호 작가의 작품
김주호 작가의 작품

최고령인 김주호 작가의 질구이 작품들은 유머러스하다. 작품에서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소탈함과 친근함이 묻어 나온다. 부드러우면서 단단한 흙의 특징을 잘 표현했다. ‘테라코타의 대모’라 불리는 한애규 작가의 작품은 심플하다. 그의 작품 속 여인들은 ‘넉넉하고 풍요롭고 푸근한 느낌’이라는 평을 받아왔지만, 이번 작품은 색다르다. 흙 본연의 색깔을 간직한 흙덩어리에 사람들의 얼굴 표정을 새겨 넣어, 한참을 보고 있으면 마치 말을 건네는 것 같다.

최정윤 조각가는 칼과 꽃을 결합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도자에서 설치 조각으로 매체를 바꾼 작가는 검으로 절대 권력을, 꽃으로 숨겨진 욕망을 표현한다. 레진에 컬러풀한 실을 감아 완성한 작품은, 인공적으로 만든 칼에 자연이 만든 실을 휘감음으로써 자연과 인공의 융합을 상징하고 있다. 

박미화 작가의 작품 
박미화 작가의 작품 

‘따듯한 휴머니즘’을 표현해 박수근미술상을 수상한 박미화 작가의 작품도 독특하다. ‘지성소’라는 설치 작품에는 여러 가지 오브제들이 바닥에 놓여 있다. 강아지 머리는 모로 눕혀져 있고, 그 옆에 단발머리 소녀와 날개 달린 천사가 나란히 서 있다. 커다란 별도 있다. 아마도 무지개 다리를 건넌 강아지가 천국에 가기를 기원하는 것 같다. ‘라이카 57년 11월 3일’이라고 쓰여있는 문구를 통해 구 소련의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우주로 날아간 개를 떠올리게 된다. 

주후식 작가의 작품 
주후식 작가의 작품 

반려동물을 주제로 선택해 주목받고 있는 주후식 작가는 10년 이상 개를 매개로 작업을 하고 있다. 버려지는 유기견들을 모델로 삼아 사회 문제를, 기형이 된 반려견으로는 인간의 욕심을 이야기했다. ‘개를 소재로 한 현대판 우화’ 작업인 셈이다. 테라코타, 대형 조각, 한지 부조작업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작된 그의 작품 속 강아지들은 살아있는 듯 생생하고 입체적이다. 사람들과 눈을 맞추며 교감하는 개의 특성이 잘 드러난다. 작가는 “앞으로도 개를 주제로 하되, 재료를 철이나 알루미늄으로 확장할 예정”이라고 말한다.

구경모 작가의 작품 
구경모 작가의 작품 

구경모 작가는 ‘양가적 풍경’이라는 제목으로 도자 회화 작품을 여러 점 선보인다. 과거에는 유약으로 그렸지만, 이번 작품들은 흙으로 그린 첫 번째 버전이다. 산과 바다, 윤슬 등 자연에서 받은 영감을 자연 그대로의 소재로 표현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마주쳤을 풍경들이 과거의 추억을 되살려 준다. 

박준상 작가의 작품
박준상 작가의 작품

현대 도자 조각가로 유명한 박준상 작가는 아들의 어렸을 때 모습을 캐릭터로 형상화했다. 대표작 ‘돈키호테’와 ‘시대유감’ 시리즈, ‘간지 of 12’는 귀엽고 재기발랄하다. 말을 탄 돈키호테를 통해 우리에게 이상과 용기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윤주일 작가는 황·청·백·적·흑의 오방색으로 만든 5개의 아트 조형물을 전시 중이다. 빛을 반사하는 작품들에서는 은은한 신비로움이 풍겨 나온다.

8인의 작가들은 개개인 모두가 개인전과 국내외 단체전에 여러 번 참여한 이력이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이천세계도자기센터 등 국내외 여러 곳에서 이들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는 실력파들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표현 방법이 서로 다른 작품들이 제공하는 다채로움을 느낄 수 있다.

갤러리 아트인동산 전시공간 모습
갤러리 아트인동산 전시공간 모습

갤러리 겸 문화휴식공간을 표방하고 있는 아트인동산의 정은하 대표는 “글로벌한 작가들의 작품을 보려면 멀리 찾아다녀야 하는데,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라면서 “일반 관람객들과 미술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들이 놓치지 말고 와주시길 바란다. 4월 22일에는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초대 인사를 건넸다. 앞으로도 이곳에서는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다.
전시는 이달 29일까지 계속된다.

아트인동산 일산갤러리
고양시 일산동구 고봉로 551번길 17
문의  010-8941-0344 (일요일 휴관)

윤주일 작가의 작품
윤주일 작가의 작품
최정윤 작가의 작품
최정윤 작가의 작품
한애규 작가의 작품 
한애규 작가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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