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건강 살리는 월요시민강좌- 김석민 탐조가·갈매기 ‘덕후’

[고양신문] 새들은 무엇으로 사는가. 시각, 촉각, 청각, 미각이 사람들에게만 있는 건 아니듯 새들에게도 뛰어난 감각이 있다. 멀리서 노랫소리만으로도 서로를 알아보고 찾는다. 활짝 펼친 날갯죽지를 보며 제 짝으로 선택을 할지도 결정한다. 새들이 춤추며 날고, 즐겁게 부르는 노랫소리를 들으면서 새의 세계에 빠져든다. 새들의 날갯짓에 내 마음의 날갯죽지도 활짝 펴진다.


고양신문·건강넷·사과나무의료재단이 공동주최하는 ‘생명과 건강을 살리는 월요시민강좌’에 고양·파주지역 새공부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동고비’ 김석민 선생이 강의자로 나섰다. 그는 30년째 교단에 있고, 대학원에서 과학교육을 공부하며 새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지금은 양일초등학교에 근무하고 있다. 동고비 선생은 수많은 사람들을 새와 함께하는 길로 들어서게 이끌어주는 이다. 그는 새덕후이면서 갈매기 덕후이다. 고양시에서 강좌를 통해 배출해낸 많은 제자들을 함께 새를 보는 동료로 대한다.

지난 22일 저녁 7시에 고양시 사과나무의료재단 7층 강의실에서 선생을 만났다. 두 눈을 반짝이며 새들에게 받은 감동을 전해주시던 모습과 목소리 그대로다. 많은 시민들이 강의를 들으며 새들의 세계에 빠져드는 눈빛이다. 강의를 4부로 구성하셨는데 이날은 1부이야기만 진행했다. 2부, 3부, 4부 강의가 계속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새들의 결혼에 대해서 진지하고 상세하게 이야기해주었다.

고양·파주지역 새공부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동고비’ 김석민 선생
고양·파주지역 새공부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동고비’ 김석민 선생

새들의 사생활과 결혼 이야기 
새들에게 결혼이란 능력 있는 배우자와 결합하여 건강한 후손을 낳아 대를 잇는 것이라고 할 수 있고, 연애는 능력 있는 배우자인지 확인하는 과정이다.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 왜 상대방의 멋진 외모와 노랫소리 등을 확인해야 할까. 건강하고 멋진 짝을 찾아야만 자신의 유전자를 전달할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까다롭게 보고 듣고 따져보는 것이다.

홍학(Lesser flamingo)은 넓은 호숫가에서 청혼을 위한 무도회를 연다. 핑크빛 건강한 새들이 결혼에 성공할 확률이 높다. 자신감을 내보이며 당당하게 몸을 펴고, 목을 쭉 뻗어 멋진 부리를 과시하며 걷는다. ‘문워킹’을 능숙하게 추어야 하는 새도 있다. 춤을 추다 삐끗하면 실패한다.

수컷새는 암컷새에게 끊임없이 청혼하며 에너지를 쓴다. 청혼을 위해 노래하고 춤을 추며, 치장하고 먹이와 둥지와 보석을 바친다. 암컷은 우수한 수컷을 고르기 위해 신중하게 선택한다. 우수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은 새끼를 잘 기를 수 있는지 실패할지를 결정한다. 수컷들이 암컷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끝없이 경쟁하는 동안 암컷들은 지켜보며 기다린다.

암컷 유혹 위해 
치장하고 선물하고 춤도 춰 

청혼에도 여러 종류가 있다. 로맨틱한 청혼을 하는 요정굴뚝새(Superb fairy wren)는 새벽부터 일어나 치장하고 선물을 물고 온다. 한껏 화장을 하고 청혼하기도 한다. 큰 덩치에 화려한 깃장식을 하고 아름답게 춤을 추며 노래 부르고 선물공세를 편다. 깃이 노랗고 빨갛게 화려할수록 먹이를 잘 먹었고 건강하다는 증명이 된다. 우수한 유전자를 갖고 있다고 과시하는 것이다. 때로는 까만 깃털, 푸른 깃털로 암컷에게 건강하다는 걸 증명하기도 한다. 까맣고 길다란 깃으로 천적에게 잡아먹힐 것을 각오하고 하늘을 날며 암컷에게 청혼하는 Long-tailed widowbird(바보새)도 있다. 새들에게 결혼이란 목숨을 걸어도 좋을 만큼 중요한 일이다. 암컷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라면 맹금류에게 잡혀 먹힌다 해도 도전하는 것이다. 도전해야 얻는 것이 있을 터이다.

(사진 왼쪽부터)물총새, 검은가슴물떼새, 큰소쩍새. 사진제공=김석민
(사진 왼쪽부터)물총새, 검은가슴물떼새, 큰소쩍새. 사진제공=김석민

누른도요(Buff-breasted sandpiper)는 내 겨드랑인가 가장 잘생겼어. 내 겨드랑이가 가장 멋져, 내 겨드랑이는 눈처럼 하얀색이야. 아주 멋져. 자랑스럽게 깃을 그 펼치면서 겨드랑이를 내보인다. 먼데서 이 겨드랑이를 본 암컷은 수컷 앞으로 모여든다. 새들이 시력이 아주 좋다는 걸 알 수 있다. 화려한 부속물을 펼쳐 보이며 결혼에 성공할 확률을 높인다. 새들에게는 날개의 색깔 노래 소리 목청소리 노래 다양성이 모든 것들이 결혼을 좌우하는 일이다. 새들의 만남에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결혼이 성사되려는 찰나에 방해꾼이 나타나기도 한다.

새들은 결혼 선물로 무엇을 준비할까. 쇠제비갈매기는 적당한 크기의 물고기를 잡아오고, Vogelkop bowerbird는 화사한 신혼집을 꾸며서 마음을 사기도 한다. 뿔논병아리는 짝이 결정되면 되면 결혼댄스를 하는데 리듬과 동작이 완벽하게 잘 성공해야 평생의 반려새가 된다. 새들의 결혼형태는 다양해서 일부일처로 평생을 사는 새들이 있고, 초원이나 습지에 사는 종에서는 일부다처의 형태를 보인다. 수컷새가 많은 지역에서는 일처다부의 형태가 나타나기도 하고 특별한 짝이 정해지지 않고 임의의 확률로 만나서 짝짓기를 하는 형태도 보인다. 나쁜 결혼의 형태는 없고 좋은 유전자를 잘 남길 수 있다면 좋은 것이다.

강인숙 자연환경해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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