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이성규 고양시 강원도민회장

떠나온 고향 사랑 마음 모아 
고양시 강원도민회 창립 주도
다양한 활동 회원 단합 도모
강원도민회관 건립 계획도

이성규 고양시 강원도민회장은 “강원도 사람들이 원래 선하고 순박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면서도 “회원들이 강원도민회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며 고양시 내의 다른 지역향우회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도민회 모임이 활성화돼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고양신문] “10여 년 전 친구의 초대로 경기도 부천시에서 열린 재부천 강원도민회 총회에 갔던 것이 계기였습니다. 1000여 명의 회원이 현장에 참석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이봐, 자네 해보기는 했어?’라는 우리 강원도 출신 한국 대표 기업인 고 정주영 회장의 유명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그래 나도 한번 해보자 결심했죠. 최도식 선배, 허희영 항공대 총장 등 7명이 의기투합했습니다. 그래서 고양·파주 지역에서 활동하는 기업인과 교수, 공무원, 세무사, 금융업 등 전문직 종사자를 중심으로 구성된 경기북부 강원연합회를 만들었어요. 그 연합회가 바로 오늘날 고양시 강원도민회의 모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고양시 강원도민회는 지난해 3월 동해안 지역 산불로 하루아침에 평생 살아오던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구호와 피해복구 지원을 위해 강원상품권 1407만 원어치를 구매해서 동해시청을 방문해 전달했다. [사진 = 고양시 강원도민회]
고양시 강원도민회는 지난해 3월 동해안 지역 산불로 하루아침에 평생 살아오던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 구호와 피해복구 지원을 위해 강원상품권 1407만 원어치를 구매해서 동해시청을 방문해 전달했다. [사진 = 고양시 강원도민회]

2018년 고양시 강원도민회 창립
강원도 홍천 출신인 이성규 고양시 강원도민회 2대 회장의 고향 사랑은 남달랐다. 6살 나이에 부모님 손을 잡고 서울 마포로 이사했지만, 고향에서 친구들과 손잡고 들로 산으로 뒹굴며 뛰어놀던 어렴풋한 기억은 마음 깊은 곳에 아로새겨져 있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에서 제주 소년 오연준 군이 ‘고향의 봄’을 노래할 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리설주 여사가 입가에 미소를 가득 지으며 따라 부른 것도 아마 비슷한 이유일 테다. ‘고향의 봄’이 남북한 국민 모두에게 사랑받는 노래가 된 이유도 우리 민족의 정서가 깊이 배어있기 때문이라 짐작할 수 있다. 그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던 해 12월 마침내 최두식 초대 회장을 모시고 고양시 강원도민회를 창립하고 전국강원도민회중앙회에도 정식 가입했다. 

호남이나 영남, 충청 향우회와는 달리 그동안 왜 강원도 향우회가 없었던 건지 의아하다는 질문에 이성규 회장은 “강원도 사람들이 원래 선하고 순박해서 자신을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 아닌가 싶다”면서도 “우리가 비록 태어난 지 5년밖에 안 된 막내 향우회지만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힘줘 말했다. 고양시 내의 다른 지역향우회 사람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모임이 활성화돼 있다는 것. 회원들로부터 ‘내가 강원도 출신임이 자랑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뿌듯한 마음은 이루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이 크단다. 

지난해 5월 한국항공대학교 운동장에서 강원도민회원과 가족 등 출향인 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2회 고양특례시 강원도민회 한마음 체육대회. [사진 = 고양시 강원도민회]
지난해 5월 한국항공대학교 운동장에서 강원도민회원과 가족 등 출향인 50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열린 제2회 고양특례시 강원도민회 한마음 체육대회. [사진 = 고양시 강원도민회]

고양시·강원도 지역발전 앞장
올해로 창립 5년을 맞은 고양시 강원도민회는 현재 740여 명의 회원으로 구성돼 있다. 등산, 축구, 탁구, 기타, 야구 동호회 등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고양시 거주 강원도인의 화합과 친목을 다지는 구심체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양시 강원도민회는 평소 강원인으로 자부심을 간직하면서 친목 활동은 물론이고 사랑의 연탄배달 등 사회봉사, 식목행사, 강원도지역 전통시장 방문과 특산물 사주기, 강원도청 김장하기 참여, 동해안 산불피해 성금 1400만원 기부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이어가며 고양시와 강원도 지역발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2021년 11월 고양시 강원도민회는 강원도 평창·홍천군 지역을 방문해 지역특산물구입 및 시장 장보기로 지역경제살리기와 농촌일손돕기 봉사활동, 마을회관 복지나눔을 실천하고 고향의 맛과 정을 듬뿍 느끼는 시간을 함께했다. [사진 = 고양시 강원도민회]
2021년 11월 고양시 강원도민회는 강원도 평창·홍천군 지역을 방문해 지역특산물구입 및 시장 장보기로 지역경제살리기와 농촌일손돕기 봉사활동, 마을회관 복지나눔을 실천하고 고향의 맛과 정을 듬뿍 느끼는 시간을 함께했다. [사진 = 고양시 강원도민회]

올해는 처음으로 지난달 29일 송포초등학교 운동장에서 강원도 추억의 먹거리·특산물 축제 ‘고향장터’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오전에 비가 오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약 400명의 회원이 참석해 강원도 음식을 맛보고 특산물을 구매하며 고향인 강릉 산불피해를 위한 작은 정성을 모았다. 이성규 회장은 “오늘 모처럼 강원도 출향인들이 한자리에 모여 모처럼 정을 나누는 자리였다”며 “하반기에 예정된 고향탐방 시간도 함께 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고양시 강원도민회는 이날 행사에서 조성된 기금을 강원도 강릉 산불피해 성금으로 기부할 계획이다.

고향장터 열어 산불피해 지원 나서
“TV 화면 속에서 불타는 고향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철렁하고 마음마저 타들어 가는 것 같다고 호소하는 회원들이 많았습니다. 실제로 강릉 선산이 다 불에 타고 친척들 집마저 전소돼 주말이면 고향을 찾아 피해복구를 돕는 분들도 있죠. 힘든 상황에 부닥친 고향을 위해 타지에 나와 있는 우리가 마음을 모으기로 했습니다. 직접 트럭을 몰고 정선, 영월, 홍천 등을 돌며 강원도 특산물을 공수해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은 회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지난달 29일 송포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원도 추억의 먹거리·특산물 축제 ‘고향장터’에서는 강원도 음식을 맛보고 특산물을 구매하며 고향인 강릉 산불피해를 위한 작은 정성도 모았다. [사진 = 고양시 강원도민회]
지난달 29일 송포초등학교에서 열린 강원도 추억의 먹거리·특산물 축제 ‘고향장터’에서는 강원도 음식을 맛보고 특산물을 구매하며 고향인 강릉 산불피해를 위한 작은 정성도 모았다. [사진 = 고양시 강원도민회]

이성규 회장과 회원들은 고양시에 강원도민회관을 건립하기 위해 기금도 적립해 가고 있다. 앞으로 5년 이내에 꼭 만들자고 함께 의기투합하고 있다는 것이 이 회장의 귀띔이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살다가 아파트를 분양받아 고양시로 이사 온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으니 고양이 저에겐 제2의 고향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동안 특수포장지 제조생산 사업을 이어가면서 항공대 CEO아카데미, 각종 기업인·경제인 모임 등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비록 6살에 떠났지만, 제 마음과 정신의 고향은 홍천인 것 같아요. 제가 묻힐 곳도 결국 그곳일 테니 말이죠. 제 생의 남은 시간 고양에서 고양시민으로 살면서 고양시와 강원도를 위해 더 많이 일하고 봉사한 후 홍천으로 돌아갈 때 천상병 시인의 시처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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