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갑 산업안전보건공단 고양파주지사장

‘산재 예방 빅데이터 플랫폼’ 개발
고위험 작업·사업장 집중점검 나서
서비스업도 불특정 사고재해 위험
선진국 수준으로 산업재해 낮춰야

이주갑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고양파주지사장은 “안전에 관한 법과 제도는 이미 잘 정비돼 있고 사회적 공감대 역시 형성돼 있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만 있다면 우리가 일하는 소중한 일터를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곳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주갑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고양파주지사장은 “안전에 관한 법과 제도는 이미 잘 정비돼 있고 사회적 공감대 역시 형성돼 있다”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만 있다면 우리가 일하는 소중한 일터를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곳으로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고양신문] 지난달 6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던 고양시의 한 기업 대표가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의 징역형을 최초로 선고받았고, 이어 26일에는 창원지법 마산지원이 역시 같은 법의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어떤 한 기업의 대표에게는 징역 1년을 선고하며 법정구속했다. 우리가 일하는 일터의 안전확보가 선택이 아닌 필수이고, 생명과 안전의 소중함이 사회·제도적 합의에 이어 법적으로도 구현돼가는 길로 들어섰다고 볼 수 있다. 

올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고양파주지사장으로 부임한 이주갑 지사장을 만나 산업 안전의 현황과 안전한 일터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 등에 관해 이야기 들었다. 그 자신과 가족들이 97년부터 일산동구 백석동에서 살아온 고양시민이라서 그런지 고양파주지사에 대한 이 지사장의 애정과 열의는 남달랐다.

올해 고양파주지사장으로 부임했는데, 각오를 밝힌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고 크고 작은 산업재해가 언론에 보도되면서 산업안전보건에 대한 대국민 관심이 더 커졌다. 이런 시기에 GTX 등 도로·철도 인프라와 대규모 택지가 조성되고 있는 고양·파주 지역 지사장으로 부임하면서 막중한 책임감과 부담을 느끼고 있다.

지난해 우리 지역의 사고재해자는 3107명으로 매일 8명 이상의 사고재해가 발생했고, 사고사망자도 30명 수준으로 그 전년보다 8명이 증가하는 등 사고재해가 크게 늘고 있어 특별한 대책과 관리가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고양파주지사는 우리 지역 사고 예방을 위해 부서를 개편하고 신규사업을 개시하는 등 조직을 재정비했다. 고용노동부 등 관련 기관과 협력을 강화해 2025년까지 선진국 수준으로 사고재해를 줄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생각이다.

그간 공단에서 교육원 교육과정운영실장, 디지털전략본부장 등을 주요 직책을 맡았다고 들었다. 
공단은 1987년에 산업안전보건교육원을 설립해 안전보건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사업장 내 안전문화를 정착시키고자 노력해 왔다. 설립 이래 지금까지 연간 약 9만여 명의 사업주와 안전전문가 등 대상으로 재해 예방기법,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법정 및 정책 교육 등을 시행하고 있다. 

교육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업종이나 규모 등 사업장의 환경에 맞는 실습이나 온라인 등 다양한 경로로 교육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작년까지 광역본부에서만 진행하던 안전보건교육을 올해부터는 우리 지사에서도 실시하고 있으니 안전문화정착을 위하여 지역 내의 많은 사업장이 참여하길 바란다.

2022년에 공단에서는 고위험 사업장을 예측할 수 있는 ‘산재 예방 빅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2000여 개의 사업장 변수를 선별·정제한 후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산재 발생 위험률을 계산한 것으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잠재적 위험 사업장을 선제적으로 관리하게 된 첫 시도다. 고양파주지사도 이미 빅데이터 플랫폼으로 특별관리 사업장 389개소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산재 예방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는 제조업에 한해서 운영되고 있지만 향후 전 업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지난달 6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 대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선고라는 첫 유죄판결이 나와 사회적 파장이 크다.
우리 지역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1호 사업장에 대한 판결을 보면서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큰 책임감을 느낀다. 우리 지사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점검·지도하고 지원했다면 사전 예방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인명피해가 발생하게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등을 처벌함으로써 안전에 힘쓰도록 유도하는 법이지만, 더 중요하게 생각할 점은 우리 모두 안전행동을 실천하고 안전문화 정착에 힘을 모아야만 우리의 일터에서 나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인식이다. 

내년부터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대상이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과 50억 이상의 건설현장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이번 판결을 교훈 삼아 중대재해처벌법을 위반해 처벌받는 사업장이 더는 발생하지 않기를 바란다. 올해 저 역시도 현장경영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실시해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이 안전의무를 준수하도록 직접 설득하겠다고 다짐해본다.

고양파주지사가 담당하는 고양·파주의 주요 산업과 산재 현황은 어떠한지. 
고양·파주 지역은 지난 5년간 사업장과 근로자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지역이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사업장 수는 8만 2658개소, 근로자 수는 49만2062명이다. 5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24%, 11% 증가한 것으로 전국 증감률과 비교하면 약 2배 높은 수치다. 

업종별 사업장 수는 서비스, 제조, 건설 순으로 많은데, 제조 및 건설 사업장은 고양시와 파주시에 고르게 분포해 있는 데 비해 서비스 사업장은 고양시에 약 70%가 소재하고 있다. 대부분 소규모 사업장으로 서비스업, 제조업은 50인 미만이 약 99%, 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 미만이 약 90%다.

지난해 고양·파주 지역의 사고재해자는 3107명이었다. 이 중 사고로 사망한 근로자는 30명으로 2021년도에 비해 사고재해자는 382명, 사고사망자는 8명이 증가했다. 지난 5년간 우리 지역 사고사망자는 건설업과 서비스업에서 약 71% 발생했는데, 지난해에도 건설업에서 12명으로 가장 많이 발생했고, 서비스업에서도 9명이나 발생했다. 특히 서비스업의 경우 사고사망자가 2021년 대비 5명이나 급격히 증가해 특별한 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지난달 20일 파주지역 내 건설현장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된 ‘건설현장 사고예방, 민관 공동대응’ 합동 행사에는 고용노동부, 파주시, 안전보건공단, 대한산업안전협회, 민간재해 예방기관, 지역 건설사 등에서 약 150여 명이 참석해 건설현장 사망사고 감축에 대한 의지를 다짐했다.  
지난달 20일 파주지역 내 건설현장 밀집 지역을 대상으로 진행된 ‘건설현장 사고예방, 민관 공동대응’ 합동 행사에는 고용노동부, 파주시, 안전보건공단, 대한산업안전협회, 민간재해 예방기관, 지역 건설사 등에서 약 150여 명이 참석해 건설현장 사망사고 감축에 대한 의지를 다짐했다.  

올해 사고사망 감축을 위해 어떻게 사업을 추진할 생각인가.
올해 우리 지사는 산재 발생 위험이 큰 업종과 지역을 집중적으로 지원·관리할 계획이다. 특히, 최근 관내 건설현장에서 떨어짐 사망사고가 증가하고 있어 사망사고 예방 특별대책을 수립했다. 50억 미만 중·소규모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하던 현장 불시점검을 120억 미만 건설현장까지 확대했고 점검 횟수도 늘렸다. 또한, 기술지도를 받지 않거나 안전관리가 취약한 사업장을 발굴하기 위해 현장순찰을 강화했고, 위험현장 발견 시에는 고용노동부에 적극적으로 행정조치를 의뢰하고 있다.

이 밖에도 고위험 작업에 대해 집중점검에 나섰으며 사업장 내 자율 안전보건관리 시스템이 구축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제조업은 ‘산재 예방 빅데이터 플랫폼’과 산업재해 통계 등을 바탕으로 고양시 일산동구와 파주시 탄현면, 광탄면, 조리읍, 파주읍을 RED ZONE(사망사고 집중 관리 지역)으로 설정했고, 지게차, 크레인, 컨베이어, 프레스. 인쇄기와 같은 고위험 기계 기구 및 설비를 보유하고 있는 사업장을 대상으로 끼임 사고 예방을 위한 불시점검과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양한 지역에서 사고재해가 불특정하게 발생하는 서비스업은 안전의식을 고취하고 사고 예방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고용노동부, 지자체, 관련 기관 등과 안전문화사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도소매 및 소비자용품 수리업, 음식 및 숙박업, 건물 등의 종합관리사업과 같은 우선 관리업종에 대해서는 특히 떨어짐과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맞춤형 홍보·컨설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3월 16일 안전문화실천 추진단 발대식이 있었는데,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고양·파주 지역 안전문화실천 추진단(이하 안실단)은 범국민적인 안전문화 실천 운동을 전개하고자 출범했다. 안실단은 고용노동부 고양지청, 고양시, 파주시와 유관기관 등 23개 기관이 참여한 민·관 합동기구로, 사업주·근로자뿐 아니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도 캠페인, 포럼, 교육 등과 같은 안전문화활동을 시행할 예정이다. 

노·사의 안전주체와 지자체, 유관기관 등과 함께할 다양한 기회를 만들 것이다. 매월 4일 ‘안전일터 조성의 날’을 통해 사업장과 공동으로 현장점검과 캠페인을 시행하면서 작업현장과 출·퇴근 도로 등과 같은 근로자 주요 이동 동선에 안전 메시지를 다양한 형태로 게시할 생각이다. 

안전문화행사를 고양국제꽃박람회나 파주 장단콩 축제 등과 같은 지역행사와 연계하고, 군인, 학생 등과 같은 예비산업인력을 대상으로도 안전의식 고취를 위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다음 주에는 중부대와 함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행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언론과 현장 홍보 등을 강화해 우리 지역 내에서 안전문화가 널리 확산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이 자리를 빌려 많은 사업장이 함께 참여해달라고 꼭 당부하고 싶다. 사실 안전에 관한 법과 제도는 이미 잘 정비돼 있다. 또 우리 사회에 이젠 돈이 아니라 생명과 안전이 우선인 일터를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의 공감대 역시 형성돼 있다. 시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가 있다면 우리가 일하는 소중한 일터를 그렇게 만들 수 있다고 믿고 그 길로 더 매진하려고 한다.

3월 16일 고양 소노캄호텔에서 열린 고양·파주 지역 ‘안전문화 실천추진단’ 발대식. 고양·파주 안전문화 실천추진단은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장, 고양시장, 파주시장이 공동추진단장을 맡아 운영을 총괄하고, 산업안전보건공단 고양·파주지사, 근로복지공단 및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안전 관련 기관, 한국노총 경기서북부지부, 상공회의소 등 노사단체, 업종별 협의회 및 관련 민간기관 등 총 23여 개의 기관으로 구성됐다.
3월 16일 고양 소노캄호텔에서 열린 고양·파주 지역 ‘안전문화 실천추진단’ 발대식. 고양·파주 안전문화 실천추진단은 고용노동부 고양지청장, 고양시장, 파주시장이 공동추진단장을 맡아 운영을 총괄하고, 산업안전보건공단 고양·파주지사, 근로복지공단 및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안전 관련 기관, 한국노총 경기서북부지부, 상공회의소 등 노사단체, 업종별 협의회 및 관련 민간기관 등 총 23여 개의 기관으로 구성됐다.

공단 근무 중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과 가장 아쉬웠던 순간이 있다면.
직전 근무지였던 디지털전략본부에서 고위험 사업장을 예측하는 ‘산재 예방 빅데이터 플랫폼’을 만들었다는 것이 가장 보람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많이 남는다.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나면 공단 직원이 작성하는 중대재해 조사의견서를 전 직원이 합심해서 찾았고, 내부 데이터의 표준화, 외부 데이터의 발굴·정제, 3000개 이상의 데이터 조합과 수많은 알고리즘의 적용 등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2년 만에 실적용이 가능한 플랫폼을 완성했다.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사고를 예측하는 플랫폼을 공단 최초로 만들었고 이 플랫폼을 통해 한정된 재해 예방인력의 효과적인 운영과 재해 예방성과를 창출하는 데 이바지하게 됐다는 보람이 컸다. 하지만 더 많은 예산과 인력이 투입되었더라면 내부용뿐 아니라 외부의 재해 예방 전문가나 사업장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발해서 재해 예방에 더 크게 기여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크게 남는다. 앞으로는 이 플랫폼을 더 발전시켜 예측력을 높이고 더 많은 곳에서 재해를 예방하는 플랫폼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주갑 안전보건공단 고양파주지사장
이주갑 안전보건공단 고양파주지사장

30년의 공단 생활을 이어올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이고, 개인적 소망과 더불어 퇴임 전 꼭 이루고 싶은 업무적 목표가 있다면.
‘내가 지나온 길이 부끄럽지 않게 살자’라는 말을 늘 마음에 품고 일해왔다. 이런 자기반성으로 주변에 좋은 영향을 미치려고 항상 살피고 또 살핀다. 때론 이렇게 열심히 생활하는 모습이 오히려 답답하거나 자기 고집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별로 바뀌지는 않을 것 같다(웃음).

개인적 소망은 한 가족의 가장이면 누구나 소중하게 생각하는 가족의 건강과 행복일 것이다. 고양지사로 부임하면서 약 10년의 객지 생활을 청산하고 가족과 지낼 수 있어 감사하다. 무엇이든 가족과 함께하며 많은 추억을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퇴임까지 5년 남았는데, 남은 시간 동안 선진국 수준으로 산업재해는 낮추는 것이 소원이다. 최근 안전에 대한 인식과 사회 분위기가 개선되고 있어 공단이 조금만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미력하나마 거기에 힘을 보태기 위해 안전보건에 관한 공부도 더 해나가면서 맡은 소임에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